원하는 결말 보려고 다시 본다…난리난 'MBTI 소개팅' 뭐길래
영화나 드라마 등의 콘텐트를 보다가 결말에 실망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뒤늦게 작가에게 따져도 소용이 없다. 그런 결말을 사용자가 바꾸게 하면 어떨까? 2017년 출시한 국내 1세대 챗봇 ‘헬로우봇’으로 알려진 인공지능(AI) 기술 기업 띵스플로우는 2021년 선보인 콘텐트 플랫폼 ‘스플’을 통해 이를 진행 중이다. 전에 없던 시도인 만큼 사용자의 호응 역시 뜨겁다. 21일 만난 이수지 띵스플로우 대표는 “AI의 물결이 창작 분야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며 “콘텐트 기업도 단순히 재밌는 콘텐트 발굴에 그치지 않고, AI 기술 기반 콘텐트 선점에 능해야 경쟁에서 앞설 것”이라고 말했다.
Q : 어떤 콘텐트를 공급하나.
A :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개인화한 서사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콘텐트 형식인 ‘인터랙티브 스토리’다.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콘텐트 서사가 나뉘면서 사용자마다 다른 결말을 보게 된다. 또 일반 웹툰·웹소설과 달리 게임에 기반을 둔 콘텐트라, 원치 않는 결말을 본 사용자가 원하는 결말을 볼 때까지 ‘리플레이’를 할 수 있다. 이런 요소 때문에 콘텐트 분량이 짧아도 조회 수는 많다. ‘16번의 MBTI 소개팅’은 16부작인데도 지난해 말 누적 2000만 조회 수를 달성했다. 스플 전체의 올해 상반기 평균 월간 사용자 수(MAU)는 70만 명에 달했다.”
Q : 인터랙티브 스토리라니 생소한데.
A : “넷플릭스의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 같은 작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영상 도중에 선택지 몇 개가 등장하고, 리모컨으로 그중 하나를 선택하면 이에 따라 다른 영상이 이어지는 방식이다. 스플은 이런 글로벌 인터랙티브 콘텐트의 원천 지식재산권(IP)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꿈을 갖고 진행 중인 사업이다. 요즘 많은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이 웹툰·웹소설에서 나오듯이 향후 인터랙티브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 IP는 스플에서 나올 거다.”
Q : 결말을 바꾸는 것 외에도 상호작용 요소가 있나.
A : “누적 700만 조회 수를 기록한 ‘플러팅 티키타카’는 스토리 중간에 사용자가 대사를 직접 입력하는 기능이 있다. 그러면 해당 대사가 삽화에 들어가고, (스토리의) 연애 상대 캐릭터가 사용자 말에 반응하여 자연어로 응답한다. 사용자가 스토리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놀 수 있다. 이 작품은 달린 댓글이 4만 개가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앞으로 스플에 AI가 어떤 방식으로 도입돼 더 큰 재미를 유발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Q : 우수 창작자의 발굴도 중요하겠다.
A : “올해 ‘WWW(월드 와이드 웹소설) 공모전’을 열어 훌륭한 신진 작가들과 만났다. 인터랙티브 스토리 외에 웹소설 유통에도 나선 이유는 인터랙티브 스토리의 원작 IP로 적합한 장르여서다. 웹소설을 인터랙티브 스토리로 바꿔주는 AI 기술 연구에 힘쓰고 있다. 기술이 무르익으면 스플에 참여하는 작가들에게 하나의 원작으로 2차 저작물이 자동 생성되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Q : AI 기술 개발은 어떻게 하고 있나.
A : “AI 응용 기술에 51%, 원천 기술에 49% 비중을 두고 있다. 응용 기술은 신기술을 더 빠르게 서비스에 도입할 수 있게 해준다. 원천 기술은 사업의 성공 확률을 높이고, 사업화 및 운영을 시작한 이후로는 응용 기술보다 운영비가 덜 드는 이점이 있다. 띵스플로우는 내부 연구, 산학 협력, 모회사인 크래프톤과의 협력을 통해 양쪽 모두 적극 개발 중이다.”
Q : 내년 계획은.
A : “올해 10월 스플의 영어 버전이 AI 번역을 통해 출시됐다. 별도 마케팅 없이 해외 사용자들의 입소문만으로 약 100개 콘텐트 트래픽의 3%가 해외에서 발생 중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수출에 나설 계획이다. 북미 등 해외 창작자를 위한 공모전도 진행할 예정이다. AI 시대가 오면서 콘텐트의 언어 장벽이 낮아졌다. 절호의 기회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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