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하나로 끝, 이대로 하면 당신도 백패킹 떠날 수 있다

매거진G 2023. 12. 23.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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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캠핑러] 가벼운 물건을 밑으로, 목적에 따라 가방 용량 달라... '흔적 없는 여행'이 핵심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방해받지 않을 나만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아무 생각 하지 않고 가만히 쉬고 싶어서, 소중한 사람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저마다의 이유도 다양하고 각자 선호하는 장소도 다르다. 산, 바다, 들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대로 떠난다. 쉼 없이 맛있는 것을 먹거나 자연 속에서 경치를 감상하고 휴식을 취하는 등 바깥 생활을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데, 멀쩡한 집 놔두고 왜 밖에서 자는 걸까? 고생스러워도 자꾸 떠나는 사람들을 만나보고자 한다. <기자말>

[매거진G]

 경기도 이천 원적산에서 내려다본 도심 야경
ⓒ 두시기행문
 
3년 전 등산하러 광주 무등산에 다녀왔다. 다양한 먹거리와 휴식처, 아름다운 산책로를 지나 의재 허백련의 화업과 정신을 계승하고자 건립된 미술관도 둘러보며 산을 올랐다. 지저귀는 새들과 숲을 노니는 다람쥐도 보고 500여 년의 보호수 당산나무 그늘에서 시간도 보냈다. 넓은 초원처럼 펼쳐진 중머리재를 지나 무등산의 주상절리를 감상하며 무등산의 아름다운 절경에 감탄했던 것이 생생하다. 

유독 힘들지 않고 행복하고 즐거웠던, 광주를 대표하는 무등산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버리게 한 그날의 산행은 내 일상에 큰 변화를 줬다. 전국 각지를 여행하며 이름난 명산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등산과 함께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낭만 가득 백패킹 세상에 발을 들인 것이다.

자연을 온몸으로 마주하다

가방 하나에 하룻밤 혹은 이틀 밤을 보낼 짐과 먹거리를 싸 들고 전국 어디로든 떠났다. 특별히 제한된 구역을 제외하면 산과 바다, 들판 어디에서든 가능했다. 어느덧 5년 차 백패커 겸 국내여행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는 내게 백패킹은 '자연을 오롯이 느끼는 자유로운 여행'이자 하나의 '스포츠'다.

매스컴을 통해 백패킹의 인지도가 높아지며 많은 사람에게 주목받는 여행 방법으로 자리잡았는데, 일부 백패커의 무분별한 쓰레기 투척으로 등산객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자연에 대한 매너'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한다.

백패킹을 스포츠라고 표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시작하기 전에 에티켓을 먼저 배워야 하듯 백패킹도 마찬가지다. 소셜미디어에서 보는 아름다운 풍광 속 백패킹만 보고 환상을 갖고 있다면, 본격적인 백패킹 이야기에 앞서 이 점을 꼭 참고해 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백설렘 가득했던 매물도에서의 첫 백패킹
ⓒ 두시기행문
 
 전국 명산을 등산하는 백패커가 되도록 해준 무등산 산행
ⓒ 두시기행문
 
첫 번째 백패킹은 경남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의 매물도 당금마을에서의 여행이었다. 설렘 반 기대 반 짐을 바리바리 챙겨서 떠났다. 친구들과 보낸 매물도에서의 이틀 밤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백패커들이 머물 수 있도록 폐교를 개조해 만든 공간에서 낚시도 하고 수영도 하며 한가로이 낮잠을 청하고 배 타고 옆 섬으로 이동해 트레킹하며 아름다운 섬 풍경을 마음껏 즐겼다. 설렘 가득했던 첫 백패킹 후 본격적으로 자유로운 여행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한반도 모양을 한 충북 진천의 초평호의 한가로운 산속 풍경, 경기도 이천에서 제일 높은 산인 원적산에서 바라본 야경, 충남 홍성 용봉산에서 바라본 야경과 일출, 충남 보령 오서산에서 마주한 일렁이는 은빛 억새 물결 등 말로는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벅참을 느꼈다. 때로는 휴대전화조차 터지지 않는 오지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다. 무작정 가방을 메고 걷다가 계곡이나 집 앞 어딘가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다.

비양도(우도)를 가려던 중 폭풍으로 배를 타지 못해 섭지코지 인근에서 하룻밤을 보내다가 비바람에 만신창이가 된 날도 있었고, 3대 백패킹 명소로 알려진 강원도 평창군 선자령에서는 텐트 폴대를 가져가지 않아 등산 폴대를 세워 겨우 하룻밤을 묵었던 기억도 있다. 폴대는 어찌 세웠으나 백두대간의 밤을 비박이나 다름없이 보내 몹시 힘들었지만, 새벽녘 선자령 풍경은 지난밤의 고생을 모두 잊게 했다. 그럴 때마다 "이게 바로 백패킹의 매력이고 추억이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대자연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만끽할 수 있어서 황홀함도 잠시, 과정 중 뜻하지 않은 상황과 맞붙어야 할 때도 생긴다. 충북 진천의 두타산에서 백패킹을 떠난 날이었다. 등산길을 오르는데 정상에 가까이 가는 내내 개짖는 소리가 따라오는 것 같아서 두려움에 떨었던 적 있다.

혼자 떠나는 자유로운 백패킹 대신 두세 명이 팀을 꾸려 가는 것이 예기치 않은 안전사고 상황을 예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에서는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 말이다. 또 지형상 벌레가 많은 구역도 있으니 벌레 퇴치제나 물렸을 때 바를 수 있는 연고 등을 방비해 가는 것이 좋다. 중간에 갈아입을 수 있도록 상·하의로 긴 옷을 챙겨가는것도 추천한다.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한 노력
 
 백패킹 또는 트레킹을 떠나기 위한 짐
ⓒ 두시기행문
 
백패킹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가방꾸리기'다. 기본적으로 40분~1시간 이상을 10~20kg 정도의 가방 무게를 견디며 걷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벼운 것은 밑으로, 무거운 것은 최대한 어깨 쪽으로 올려줘야 아래 쪽으로 무게가 쏠리지 않는다.

주로 사용되는 가방은 40L~100L까지 다양한데 백패킹 목적에 따라 선택해서 사용해야 한다. 나의 경우로 예를 들자면 하이킹을 할 때는 40L 가방으로 경량화된 장비와 최소한의 짐을 챙기고, 적은 이동으로 경치 좋은 곳에서 힐링을 할 때는 좀 더 여유로운 65L의 가방을 사용한다. 공간이 여유로워 짐을 더 챙길 수 있으나 그만큼 무게는 늘어난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사람마다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다르니 각자의 장비 양과 신체조건을 고려해 고르는 것이 좋다. 또 등반, 트레킹, 하이킹 중어떤 형태와 백패킹을 겸할 것인지 자신의 백패킹 스타일도 고려해야 한다.

백패커의 기본 장비로는 배낭, 텐트, 매트, 침낭이 있고 랜턴, 등산스틱, 체어, 테이블, 취사도구 등을 추가로 갖춰야 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등에 지고 갈 물품들이니 경량일수록 좋다. 다만 경량화된 제품일수록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점.

경치 감상도 좋지만 맛있는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백패킹 할 때 먹거리를 먹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불을 이용한 '화식', 발열팩과 보존식을 이용하는 '비화식'으로 나뉜다. 짐을 늘리고 줄이는 기준이기도 하지만 자연에서 머문 흔적을 최소화할 수 있게끔 고민하며 선택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화식은 불을 사용할 수 있는 장비를 챙겨야 하니 짐이 늘어난다는 단점은 있으나 맛있는 상태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체온이 떨어지는 저녁에 몸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활용도 가능하다.

비화식은 가볍게 먹는 것에 중점을 둔 방법이다. 미리 완제품을 챙겨가고 발열팩이나 발열도시락을 활용해 따뜻하게 만들어 먹는데, 간편하고 안전하지만 아무래도 최상의 상태는 아니다. 데워 먹지 않아도 되거나 상함이 없는 음식 위주로 챙겨가는 것도 방법이다.

그동안 나는 산에서의 백패킹에는 화재유발 방지를 위해 비화식으로 식사를 챙겼고 분지나 위험요소가 적은 구역에서는 화식을 활용해 음식을 해 먹었다. 본인의 판단으로 결정하지 않고 반드시 화식이 가능한 곳인지 미리 확인하고 방문해야 한다. 사전 조사 없이 무작정 챙겨갔다가 당황할지도 모른다.
 
 발열팩과 보존식을 이용한 비화식 식사들
ⓒ 두시기행문
 
 발열팩과 보존식을 이용한 비화식 식사들
ⓒ 두시기행문
 
백패킹 등 야외활동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LNT(Leave No Trace)'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 본 아름다운 자연을 내일도 내년에도 다시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자연에 각자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오롯이 보존하는 것이다.

자연에서 얻어가는 아름다움과 행복함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도록 백패킹을 즐기는 모든이들이 동참해주길 바라는 바다. 나 또한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작심한다. 내게 멋진 취미를 선물해준 아름다운 무등산에 무한한 감사 인사를 전하며, 57년 만에 시민들 품으로 돌아온 무등산에서 황홀한 백패킹의 추억을 하루빨리 남겨볼 수 있기를 소원한다.

글·사진 : 네이버 여행 블로거 '두시기행문'
 
 충북 보령 오서산
ⓒ 두시기행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매거진G> 11~12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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