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을 성인 감옥에"…호주 정부, 240억 보상한다

10여년 전 호주에서 성인 교도소에 수감됐던 인도네시아 밀입국 아동들이 보상을 받게 됐다. 호주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약 240억원을 보상하기로 합의했다.

22일(현지시간) AAP 통신 등에 따르면 13세의 인도네시아인 알리 야스민은 2010년 선원이 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배를 탔다. 그러나 그가 탄 배는 호주로 밀입국하는 선박이었다.

호주 당국에 적발된 야스민은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가짜 출생일이 적힌 고발장에 서명하게 했고, 영어를 잘 이해하지 못했던 야스민은 정확한 내용도 알지 못한 채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호주 정부는 손목 X선 검사를 통해 야스민씨가 성인이라고 판단해 그를 성인 교도소로 보냈다. 2012년 출소한 야스민은 인권 단체를 통해 자신처럼 성인 교도소에 수감된 인도네시아 미성년자들이 다수라는 사실을 알았다.

2012년 8월 호주 해군 순찰선이 인도네시아인들을 태운 밀입국선을 감시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EPA 연합뉴스]

야스민을 비롯한 피해자 100여명은 함께 호주 정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에 나섰다. 호주 정부는 “이민법에 따른 행정 조치였을 뿐이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호주 정부는 이날 연방 법원에서 피해자들에게 총 2750만호주달러(약 243억원)를 보상하기로 합의했다.

재판을 맡은 크리스토퍼 호란 판사는 “정부가 보상하기로 한 액수는 합리적이고 공정하다”라고 말했다. 야스민 측 변호인단도 “올해 안에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게 해준 법원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한편 1950년대 미국에서 개발된 손목 X선 검사는 뼈의 성장 정도를 연령별 표준치와 비교해 나이를 추정하는 방식으로, 주로 왼손을 X선으로 촬영한다. 손목뼈는 골화 순서가 일정하고, 발달하는 단계에서 유전적 영향보다는 질병 또는 영양상태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전반적인 골격 발달 상황을 비교하기 용이하다는 이유다.

10세 이내의 아동일 경우 왼쪽 손과 손목을, 10세 이후에는 팔꿈치와 어깨 그리고 무릎 등을 촬영해서 골 연령을 판독하게 된다. 성장이 다 이루어졌을 경우에는 성장판이 뼈로 편입되기 때문에 X선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검사법은 현재에는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호주 정부에서도 지금은 이 방법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