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스케줄도 무조건 당일치기”…가격 부담, 소속사 수심으로 [연예계, 헤메 아티스트와 동상이몽②]

류지윤 2023. 12. 2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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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없는 연예인은 마이너스"

“시상식 섭외가 오면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가 헤어, 메이크업 스태프 비용이 됐을 정도다. 하루에 연예인보다, 헤어, 메이크업 스태프가 더 벌어가는 날도 있다. 그 사실을 제대로 알면서도 시상식에서 헤어, 메이크업 스태프, 원장님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는 건지 궁금할 때가 있다.”

한 인기 아이돌 그룹 소속사 관계자 A 씨의 말이다. 업계 관계자 세 명이상 모이면 최근 급상승한 헤어, 메이크업 인건비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있다.

ⓒ픽사베이

주로 골자는 헤어, 메이크업 스태프의 인건비가 감당하기 힘들다는 하소연이다. 국내에서 진행하는 출장 스케줄은 30만 원, 샵 진행 비용은 5만 원에서 7만 원 사이로 지불하고 있지만 해외나 시상식은 비용이 10배로 가격이 뛰어버린다는 업계 설명이다.

매체 주최 시상식의 경우 해외에서 하는 것이 트렌드가 된 가운데, 가수들은 지불 받는 금액이 없거나 적은 비용만 받고 참여하지만, 소속사는 스태프에게는 1인당 하루 지급액이 200만 원에서 400만 원 이상이다. 국내에서 하루 출장 비용인 30만 원이었는데 해외라서 2~400만 원으로 뛰는 인건비를 감당하기도, 이해하기도 힘들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이동 시간 포함해 하루가 넘어간다면 숙박과 식사 비용은 물론 그만큼 페이를 더 지급해야 한다.

A 씨는 “해외 시상식이나 스케줄은 하루 이상 체류시키지 않는다. 무조건 밤 비행기나 새벽 비행기를 태워 돌려보낸다. 아니면 주최 측과 헤어 메이크업 비용은 별도로 지불하는 계약서를 쓴다. 물론 시간이 저당 잡히고 기술을 쓰는 직업이라고 해도, 유독 뷰티 직종, 그 중 메이크업 스태프가 가장 많이 받아 간다”라고 전했다.

아이돌의 경우 월드투어를 진행하면 수천만 원이 들어간다. 메이크업 스태프 한 명당 데이 페이 300만 원에, 공연을 하지 않는 날도 절반 금액이 책정된다. 물론 호텔 숙박비와 식비, 비행기는 값은 제외한 금액이다. A 씨는 “인기 아이돌이 버는 금액이 얼만데 엄살 부리냐고 할 수도 있지만 다른 스태프들은 이 정도로 받아 가지 않는다. 수개월 들여 공연한 기획자와 스태프, 음향, 조명 스태프들과 비교할 때 말이 안 되게 높다”라고 지적했다.

배우 업계도 스태프 비용으로 수심이 깊다. 배우 매니지먼트 관계자 B 씨는 “톱배우가 시상식 한 번 참여할 때마다 500만 원 이상이 나간다. 조연 배우도 200만 원 이상 들어간다. 여기에 차량 운용 비용과 식사비나 간식 비용도 들어간다. 보통 소속사와 배우가 계약 비율에 따라 나눠 지불하는데 광고 없는 배우들은 시상식에 한 번 참여할 때마다 마이너스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인건비 상승은 배우의 광고에도 영향으로도 미친다는 우려다. 광고 촬영은 헤어, 메이크업 스태프 하루 비용이 1000만 원이 넘어간 지 오래다. 광고 인건비는 소속사가 아닌 광고주가 지불하지만, 최근 3개월 6개월 단기간으로 계약하는 입장에서 스태프 비용이 과하게 느껴지면 해당 연예인 고용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B 씨는 “주연급 배우 아니면 모델료보다 스태프 비용이 더 많이 나올 때가 있다. 실제로 스태프 비용이 너무 높아 광고 계약 성사가 엎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연예인과 소속사가 받는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제3자의 입장에서 ‘그러면 스태프들을 바꾸면 되지 않느냐’는 간단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대중에게 보이는 게 직업인 연예인들은 손발을 오래 맞춰온 스태프들을 쉽게 바꾸지 않으려고 한다.

다른 배우 소속사 관계자 C 씨는 “돈을 많이 버는 연예인들은 자기가 쓰고 싶은 스태프들을 개인 사비를 들여서라도 쓴다. 가장 오래 붙어 있는 스태프다 보니 전우애도 있고 사람이 바뀌면 불편해서 잘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걸 악용하는 경우가 있다. 어차피 자신들을 갈아치우지 못할 걸 아니까 가격 상승을 무작정 통보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전했다.

아이돌 그룹 매니저 D 씨는 “샵 옮긴다고 하면 회사 옮긴다고 할 정도다. 신인그룹들은 해당 사항이 없지만 어느 정도 인지도가 올라간 그룹은 조금이라도 저렴한 샵으로 옮기려고 하면 ‘이것도 제대로 지원 안 해주냐’라고 항의가 바로 들어온다. 샵에다가 어느 정도 양해를 구하려고 해도 안 해버린다고 하면 연예인 스케줄 진행이 안돼,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들도 사정이 있다. 하루 동안 연예인 스케줄에 동원되면 샵에서 벌 수 있는 일반 손님 여러 명을 받지 못한다. 여기에 새벽과 야간은 일반적인 다른 직업군들도 받는 수당이라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이돌 그룹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D 씨는 “국내 스케줄은 우리가 하루에 벌 수 있는 금액보다 사실 적게 책정된 비용이다. 연예인은 샵과 연계해서 가격도 동결시키기도 하고, 더 할인한 금액으로 받고 있다. 해외 스케줄 역시 공연이 없더라도 체류하면서 일하지 못하는 금액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수용하기 힘들면 고용하지 않았을 테지만 어느 정도 납득을 하니 함께 일을 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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