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시티 FC, 클럽 월드컵 우승까지 5관왕 위업
[심재철 기자]
킥 오프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40초만에 첫 골을 넣었으니 맨체스터 시티 멤버들은 이 놀라운 업적을 일찌감치 직감했을 것이다. 그리고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무려 세 골을 더 넣었고 2023년에 다섯 번째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최고의 희열을 느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잉글리시 FA컵,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UEFA 슈퍼컵 그리고 이번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에 이르기까지 지난 시즌부터 쉼 없이 달려온 맨체스터 시티 FC 축구 여행의 정점을 찍은 셈이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끌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 FC(잉글랜드)가 한국 시각으로 23일(토) 오전 3시 사우디 아라비아 제다에 있는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3 FIFA 클럽 월드컵 결승에서 플루미넨시 FC(브라질)를 4-0으로 이겨 구단 역사상 첫 5관왕의 위업을 이뤘다.
훌리안 알바레스 2골 1도움 맹활약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케빈 데 브라위너와 위력적인 골잡이 엘링 홀란이 부상으로 뛰지 못해도 맨체스터 시티는 역시 최고의 팀이었다. 남아메리카 최고 권위의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 팀 플루미넨시 선수들이 맨시티의 높은 압박 수위에 게임 내내 애를 먹는 장면이 자주 눈에 들어왔다. 킥 오프 휘슬 소리가 들리고 40초만에 바로 그 장면부터 결과는 확실하게 예상할 수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 유니폼을 입고 유럽 축구 무대에서 실력을 뽐냈던 마르셀루가 왼쪽 옆줄 바로 앞에서 반대쪽으로 오픈 패스를 열어준다는 것이 짧았고 거기서 맨체스터 시티의 비교적 쉬운 첫 골이 나왔다. 마르셀루의 롱 패스를 차단한 네이선 아케가 과감한 왼발 중거리슛을 날렸는데 플루미넨시 골문 왼쪽 기둥에 맞고 나온 것이다. 이 순간 골문 앞으로 달려든 훌리안 알바레스가 가슴으로 밀어넣었다. 킥 오프 40초만에 벌어진 일이라 5만 2601명 현장 관중들은 물론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훌리안 알바레스는 분명히 온 사이드 포지션이었다.
맨체스터 시티는 그로부터 정확하게 26분만에 추가골을 뽑아냈다. 왼쪽 측면을 파고든 필 포든이 낮게 깔리는 얼리 크로스를 시도한 공이 슬라이딩 태클로 막으려던 플루미넨시 주장 니누의 다리에 맞고 방향이 바뀌어 골문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40대 중반으로 접어든 베테랑 골키퍼 파비우도 어쩔 수 없는 골이었다.
플루미넨시도 만회골을 터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 조직력은 좀처럼 빈틈을 보여주지 않았다. 40분에 얻은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마르셀루가 왼발로 감아올린 공을 미드필더 아리아스가 결정적인 헤더 슛으로 연결했지만 맨체스터 시티 골키퍼 에데르송이 자기 오른쪽으로 날아올라 기막히게 쳐냈다.
맨체스터 시티는 71분 11초에 또 한 번의 라인 브레이킹 실력을 자랑하며 추가골을 넣었다. 골잡이 훌리안 알바레스가 왼쪽 측면으로 빠져 들어가며 왼발로 낮게 깔아준 얼리 크로스를 필 포든이 골문 앞으로 미끄러지며 왼발 끝으로 밀어넣은 것이다. 유효 슛 비율도 맨체스터 시티가 53.3%(8/15개)로 플루미넨시(2/5개, 40%)를 압도했지만 라인 브레이크 성공률(맨체스터 시티 81% 116/143회, 플루미넨시 57.5% 76/132회)에서 더 큰 차이를 보인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플루미넨시는 후반전 교체 선수 존 케네디가 과감한 드리블 돌파와 왼발 중거리슛(79분)으로 안간힘을 썼지만 87분 40초에 이어진 훌리안 알바레스의 오른발 쐐기골 앞에 더이상 고개를 들지 못했다. 리오넬 메시와 함께 FIFA 월드컵을 들어올린 아르헨티나 골잡이 훌리안 알바레스는 이 쐐기골 마무리로 2골 1도움, 결승전 최우수선수에 이름을 남겼다.
그리고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FC 바르셀로나(스페인)를 이끌고 두 번 우승, 바이에른 뮌헨(독일)에서 한 번의 우승 기록에 이어 이번 맨체스터 시티를 이끌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려 클럽 월드컵 역사상 최다(4회) 우승의 영광을 누리는 최고의 감독 커리어를 자랑하게 됐다. FIFA는 2025년 대회부터 클럽 월드컵 참가 팀 숫자를 32팀으로 대거 늘려 국가대표가 최고의 실력을 겨루고 있는 FIFA 월드컵처럼 대회를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2023 FIFA 클럽 월드컵 결승 결과
(2023년 12월 23일 오전 3시,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 제다-사우디 아라비아)
★ 맨체스터 시티 FC 4-0 플루미넨시 FC [골-도움 : 훌리안 알바레스(40초), 니누(26분 40초,자책골), 필 포든(71분 11초,도움-훌리안 알바레스), 훌리안 알바레스(87분 40초,도움-마테우스 누네스)]
◇ 맨체스터 시티 FC 선수들(4-5-1 포메이션)
FW : 훌리안 알바레스
MF : 잭 그릴리쉬, 로드리(74분↔마누엘 아칸지), 베르나르두 실바, 필 포든(81분↔마테우스 누네스), 리코 루이스(61분↔마테오 코바치치)
DF : 네이선 아케(81분↔오스카 봅), 존 스톤스(74분↔요수코 그바르디올), 후벵 디아스, 카일 워커
GK : 에데르송
◇ 플루미넨시 FC 선수들(4-5-1 포메이션)
FW : 에르만 카누
MF : 존 아리아스, 케누(46분↔존 케네디), 간수(60분↔리마), 마르티넬리, 안드레
DF : 마르셀루(60분↔알렉산데르), 펠리페 멜루(60분↔지오구 바르보사 멘다냐), 니누(73분↔마를론), 사무엘 사비에르
GK : 파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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