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미국에 패트리엇 미사일 수출... "평화국가 맞나" 비판

윤현 2023. 12. 2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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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장비 3원칙' 개정해 수출길 열어... 살상무기 완성품은 최초

[윤현 기자]

 일본의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미국 수출 결정을 보도하는 NHK 방송
ⓒ NHK
 
일본이 무기 수출 규정을 개정해 자국에서 생산한 살상 무기를 처음으로 미국에 수출한다.

일본 정부는 22일 각의(국무회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방위장비 이전 3원칙'과 운용 지침을 각각 개정해서 무기 수출 규정을 완화한 뒤 일본에서 생산한 패트리엇을 미국에 수출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는 특허료를 내고 라이선스 방식으로 생산한 방위장비는 미국으로 부품을 수출하는 것만 가능했지만, 이날 개정을 통해 완성품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지상 배치형 요격 미사일 패트리엇(PAC-3)을 라이선스 보유국인 미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이 2014년 아베 신조 정권하에서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제정한 이후 살상 능력이 있는 무기를 수출하는 것은 처음이다.

또한 미국 이외의 특허 보유국에도 라이선스 방위장비 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일본이 라이선스를 확보한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벨기에, 노르웨이 등 8개국이다. 

다만 살상 무기를 특허 보유국에 수출하더라도 전투가 진행 중인 국가는 제외하기로 했고, 미국에도 일본산 패트리엇을 우크라이나 등 전쟁 국가에 보내지 말 것을 요청할 방침이다. 

그러나 미국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패트리엇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일본에서 수입한 패트리엇으로 무기 재고를 보충한다면 사실상 일본도 간접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하게 되는 셈이다.

일본 NHK 방송은 "이번 개정으로 그동안 실질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살상 능력이 있는 완제품의 수출이 가능해지면서 '하나의 전환'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기시다 "평화국가 이념 변함없다".. 미국도 '환영'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이 살상 무기 수출로 국제 분쟁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하자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해 공헌하고자 한다"라고 답했다. 

이어 "평화국가로서 기본적인 이념은 변함없다"라며 "(방위장비 이전 3원칙) 개정의 의의를 국민에게 적극적이고 정중하게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정례회견에서 "미국에 패트리엇을 수출하기로 한 결정은 신중한 검토와 엄격한 심사를 거쳤다"라며 "일본의 안보와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백악관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성명을 통해 "이본이 미국의 무기 재고를 보충하기 위해 패트리엇을 미국에 이전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환영한다"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 결정은 미군이 일본 자위대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억제력과 대응 능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을 가능케 해서 일본의 안보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이 기시다 총리를 앞세워 보여주는 리더십 역할을 높이 평가하며 지지한다"라고 덧붙였다.

일 언론도 우려... "미국의 '무기 하청공장' 될 것"
 
 일본 정부의 방위장비 이전 3원칙 개정을 보도하는 NHK 방송
ⓒ NHK
 
그러나 일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교도통신>은 국회 논의 없이 각의를 통해 개정한 점을 지적하면서 "살상 무기 수출은 국제 분쟁을 조장할 우려가 있고, 국민에 대한 설명이 결여된 채 수출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도 "무기 수출을 엄격히 제한했던 평화국가의 이념이 희미해지면서 전후 일본의 국가 형태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라며 "정부와 여당이 폐쇄적으로 결정하면서 '밀실 정치'라는 비판도 나온다"라도 전했다. 

또한 "일본이 앞으로 미국의 무기 '하청 공장'이 될 수도 있다"라며 "국회가 무기 수출 관리에 적절히 관여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실제로 이번 개정은 연립 여당 내에서도 진통을 겪었다. 집권 자민당은 영국, 이탈리아와 공동 개발하는 차세대 전투기 수출을 위해 국제 공동 개발 장비의 제3국 수출 허용을 추진했으나,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반대하면서 포함되지 않았다.

안보 전문가인 우에무라 히데키 류쓰게이자이대학 교수는 NHK에 "국회에서 논의하고 국민적 합의를 얻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각의를 통해 무기 수출을 결정하는 방식은 국가 미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이 '국제 분쟁을 조장하지 않는다'고 주장해도 미국에 무기를 공급하면 미국의 방위 정책에 따라서는 결과적으로 국제 분쟁을 조장하게 될 수도 있다"라며 "다시 생각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반면에 사토 헤이고 타쿠쇼쿠대학 교수는 "라이선스 방위장비 수출은 원래 그 무기를 만들고 있는 나라에 수출하는 것이므로 위화감이 크지 않다"라며 "상대국과의 관계를 강화해서 일본의 억지력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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