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어요"…취임하자마자 인력·재무 조정[기업&이슈]
적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LG디스플레이가 1조36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하면서 그동안 심각했던 자금 흐름 우려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새로 마련한 자금의 30%가량을 기존 빚 상환에 써야 하는 상황. 이달 초 LG디스플레이가 2019년 이후 4년 만에 생산직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을 시작한 만큼 정철동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인력 운영 효율화, ▲LCD→OLED 사업 체질 개선을 위한 투자, ▲재무구조 개선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은 어떻게 쓰이나
LG디스플레이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려는 자금 1조3600억원의 사용처 중 신사업인 6세대 IT OLED(중소형 OLED) 등 시설투자에 들어가는 돈은 30%에 해당하는 4159억원에 불과하다. 업계 최초로 개발해 전장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탠덤 기술을 적용한 IT용 OLED 생산라인의 2024년 양산 및 공급체제를 차질없이 준비하기 위한 시설투자에 할애할 예정이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기존에 진 빚을 갚거나 모자란 운영비를 채우는 데 쓰인다. 채무상환(약 3900억원) 및 운영자금(약 5480억원)이 전체 조달자금의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사실상 추가 빚을 지지 않고서는 기업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자금조달의 구원투수 역할은 LG디스플레이의 최대주주(지분율 38.9%) LG전자가 한다. 올해 상반기 1조원 규모의 자금대여에 이어 이번에 유상증자까지 참여하면서 계열사 지원 부담이 가중됐지만, 전장 사업 확대로 영업 현금창출력이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때 충분히 지원이 가능한 상황이라는 평가다.
◆부채비율은 낮아지는 효과LG디스플레이는 현금 흐름이 타이트한 상황이었다. 순차입금 규모는 올해 9월 말 13조4000억원 정도로 2021년 말 약 8조4000억원 대비 5조원 가량 늘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유상증자로 회사채 발행과 차입에 의존했던 자금조달 창구를 다각화하고 채무상환 및 이로인한 이자비용 감소로 자본시장 신용도가 추가 하락하는 것은 막을 수 있게 됐다.
현재 국내 신용평가사 3사가 LG디스플레이에 부여한 신용등급은 'A'. 2018년 'AA', 2019년 'AA-', 2020년 'A+' 등급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시간이 갈수록 신용도가 하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LG디스플레이 유상증자가 예정대로 완결될 경우 단기적 관점에서 신용도 하방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이번 유상증자가 LG디스플레이의 재무부담 완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LG디스플레이의 부채비율이 322.2%에서 279.5%로, 순차입금 의존도도 35.9%에서 31.1%로 하락하는 등 제반 재무안정성 지표도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적자경영은 해결해야 할 숙제
문제는 LG디스플레이의 차입금 규모가 이미 늘어날대로 늘어나 있는 상황에서 돈 쓸 곳도 많은데 적자경영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금 창출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자금을 계속 조달해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분기 동안 누적된 손실액은 4조7200억원 수준. 올해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더라도 1000억원 안팎이라 적자 흐름을 한 번 끊고 간다는 의미 부여 정도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분기는 올해 1분기보다 적자폭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1분기가 디스플레이업계의 계절적 '비수기'란 특성상 이익을 내기는 힘들다. 이에따라 이번 유상증자 결정도 당장 돈이 들더라도 LCD→OLED 사업 체질개선 시기를 앞당겨 흑자전환 구조로 돌아서려는 정철동 신임 사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경영진 변화로 자금 확보 계획이 빨라졌다"며 "자금 확보로 추가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정 사장은 이달 초 취임사에서 "실적 턴어라운드가 무엇보다 급선무"라며 "이를 위해 고객과 약속된 사업을 철저하게 완수해내고, 계획된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주주들은 지분가치 희석 우려
주주들은 LG디스플레이의 유상증자로 지분가치 희석에 따른 주가 조정을 우려하고 있다. 유상증자 발표후 주가가 52주 신저가 수준까지 급락한 것도 이러한 주주들의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가 있던 지난 18일 전 거래일 대비 6.01% 하락한 1만2310원으로 마감한데 이어 19일에는 종가 기준 3.9% 추가 하락해 1만1830원까지 낮아졌다. 장중 11% 넘게 주가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1만940원)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대규모 유상증자는 향후 신주 매물이 대거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유상증자로 발행하는 신주 수가 기존 발행 주식의 39.7%에 달한 만큼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가 따라온다.
주가 하락이 걱정인 주주들만큼이나 LG디스플레이의 새로운 사령탑이 된 정 사장의 인력 효율화,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고민도 크다. 정 사장 취임 직후 LG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사업 정리 과정에서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기 위해 파주와 구미 공장의 만 40세 이상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LG디스플레이가 고연차 생산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은 4년만이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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