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 시장골목은 17년째 화이트크리스마스…47t 눈 '펑펑' [영상]
올해로 17년째 무조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약속하는 동네가 있다. 겨울철 눈이 '펑펑' 내리는 강원도 산골이 아니라 울산의 한 시장 골목이 그런 곳이다. 대신 '천연설'이 아닌 눈사람까지 만들 수 있는 '인공눈'이다.
17년째 화이트 크리스마스
울산 중구 성남동 시장 골목인 '젊음의 거리'는 17년 전부터 해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성남동 눈꽃축제'를 열고 있다. 인공눈을 준비해 골목 약 500m에 눈을 뿌린다.
크리스마스이브와 크리스마스, 30~31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15분 간격으로 골목 아케이드 천장에서 눈이 펑펑 내린다. 올해도 오는 23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열흘간 눈꽃축제를 열면서 인공눈 47t을 살포한다. 지방의 한 골목에서 열리는 축제이지만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즐기려는 연인 등이 몰리면서 지난해에만 5만4000여명이 즐겼다.
눈꽃축제에 쓰이는 눈은 두 종류다. 골목 입구 쪽에 내리는 눈은 인체에 무해한 특수한 용액을 물에 섞어 만든 눈(2t)이다. 용액을 거품 형태로 뿌리기 때문에 눈처럼 보인다. 이 눈은 바닥에 쌓이지 않고 물과 함께 사라진다. 또 다른 눈은 골목 한가운데 광장 쪽에 뿌리는 얼음을 갈아 만든 눈이다. 실제 눈 형태와 질감이 거의 같고, 바닥에도 쌓인다. 45t 정도 뿌리고 바닥에 실제 눈처럼 쌓이기 때문에 눈사람 만들기가 가능하다.
비누 거품 뿌리다가 인공눈으로 바꿔
이곳에는 2006년부터 눈이 내리고 있다. 당시 상인들이 상권 활성화를 위해 눈꽃축제를 기획했고, 좀처럼 눈을 보기 힘든 울산인만큼 특색있게 인공눈을 한번 뿌려보면 좋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울산 중구청도 지원에 나섰다. 울산에서 마지막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2002년인 것으로 알려졌다.
축제 시작 후 6년간은 비누 거품을 눈처럼 생각하고 뿌렸다. 그러다 2013년부턴 얼음을 직접 갈아 뿌리는 '조설기'를 구해다가 진짜 눈에 가까운 인공눈을 뿌리게 됐다. 눈이 내린다는 입소문이 대구·부산 등지에 났고, 방문객이 하나둘 늘었다. 중구 관계자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해 평균 5만명 안팎의 방문객이 크리스마스를 즐기려고 찾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젊은 층,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아지면서 해당 상권이 활기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성남동은 울산의 중심 상권이었지만, 남구 삼산동에 새로운 상권이 생기면서 활기를 잃었다.
세계 먹을 거리 부스도 운영
올해 눈꽃축제는 부대 행사도 풍성하다.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소원 벽·소원트리에 소망달기 행사를 열고, 눈꽃축제 상점, 세계 먹을 거리 부스, 포토존 등을 운영한다. 골목 곳곳에 버스킹과 관현악 연주, 마술 공연 등이 펼쳐지고,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루미나리에·별기둥 조형물 등도 방문객 흥을 돋운다. 김영길 울산 중구청장은 "울산에서는 한겨울에도 좀처럼 눈을 보기 힘들다"며 "하지만 성남동 젊음의거리에선 매년 연말마다 아름다운 눈꽃과 특별한 낭만을 즐길 수 있다"고 전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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