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치 공문 하나하나 체크…"절대 한직 아니다" 이 검사 각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여권발급 거부 요건이 상실된 10명을 찾아, 이들이 여권을 만들 수 있는 자격을 회복시켰다. 이 중에는 무죄판결을 선고받은 이도 있어, 자칫 억울한 이가 출국하지 못 할 뻔했다.
이는 유상민 서울서부지검 인권보호관(연수원 32기)이 최근 10년치 전자공문을 하나하나 열람하며 찾은 덕분이다. 유 인권보호관은 “광주지검과 서울서부지검에서 여성아동범죄수사부장을 2차례 지내면서, 사법절차 내 인권의 중요성을 느꼈다”며 “바꿀 수 있는 부분부터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부지검에서 가해자 출소 등 형 집행상황을 피해자에게 통지해야 하는 사건 1616건을 전수조사해, 통지누락 사례를 적발한 것도 유 인권보호관의 세심함에서 나온 결과다.
검찰 인권 업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2017년 인권감독관이란 이름으로 생긴 인권보호관은 검찰 내부에서 ‘한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사 권한도 없을 뿐만 아니라 지난 정부에서 인권감독관 자리로 좌천성 인사발령을 내렸다는 것이 검찰 내부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유 인권보호관은 “검찰에서 인권만큼 중요한 건 없다. 인권보호관은 한직이 절대 아니다”며 “검찰이 피의자, 피해자 인권을 모두 지켜야 제대로 된 수사로 엄벌을 처할 수 있고, 피해자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입된지 6년이 됐지만 검찰청법과 시행령에는 인권보호관이 정식 직제화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보니 예산‧인력 편성에도 한계가 있어 업무추진도 쉽지 않다는 게 유 인권보호관 설명이다. 34개 검찰청 중 8곳이 인권보호관 자리가 공석이다. 유 인권보호관은 “검찰청 인권업무의 컨트롤 타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인권보호관 정식 직제화가 필요하다”며 “직제화가 된다면 지금보다 인권 친화적인 검찰 업무 프로세스가 정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인권보호관은 지난 10월 ‘인권보호관 구속 재청구 의견 제시 시스템’도 검찰 내에서 최초로 도입했다. 지난해 9월 피해자를 불법촬영 및 스토킹한 혐의로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던 전주환이 피해자를 살해한 ‘신당역 살인사건’이 계기가 됐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불구속 송치 사건의 경우 검찰에서도 불구속 기조를 보이는데, 이런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것이다.
유 인권보호관은 “스토킹, 강력범죄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추가 가해행위를 할 가능성이 크다”며 “피해자 인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추가 가해 위험성, 범죄 중대성, 전과관계 등을 따져 수사검사에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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