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추위에 '길고양이 핫팩'까지 뒀다…"이게 주민재산 지키는 길"

정은혜 2023. 12. 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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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가장 혹독한 한파가 찾아온 21일 서울시 송파구의 한 근린공원. 송파구청이 설치한 길고양이 겨울집(왼쪽) 이를 이용하는 인접 아파트 길고양이 '참치'의 모습. 참치는 중성화 수술을 받는 등 아파트 주민들의 돌봄을 받고 있다. 정은혜 기자

올겨울 들어 가장 혹독한 한파가 찾아온 21일 오후 4시 30분. 서울시 송파구의 한 근린공원에 근처에 사는 주민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영하 13도 날씨 속에서 이들은 송파구청이 설치한 길고양이 겨울집을 청소했다. 밥그릇을 갈아주고, 고양이집 안에 놔둘 핫팩도 준비했다. 주민 유모씨는 “우리도 구조된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는데, 추운 날 밖에 있는 고양이들이 안타까워 핫팩을 가져왔다”고 했다.

올 겨울 가장 혹독한 한파가 찾아온 21일 서울시 송파구의 한 근린공원. 길고양이 겨울집과 급식소를 청소하던 주민이 참치를 쓰다듬고 있다.(왼쪽) 또다른 주민이 핫팩을 겨울집에 넣고 있는 모습(오른쪽)

현장을 찾은 송파구청 동물복지팀 이승현 주무관은 주민들에게 “구청이 설치(허가)한 겨울집을 훼손해서도 안 되지만, 임의로 고양이 집을 추가 설치하는 것도 안 되니 주의해달라”고 말했다. 60대 주민 이모씨는 “그래도 구청에서 나서니 주민 간 갈등 소지도 줄었고, CCTV도 있으니까 동물 학대 사건 처리가 빨라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길고양이 겨울집, 보온 물그릇 설치


서초구청이 설치한 혹한기 길고양이를 위한 보온 물그릇. 사진 서초구청
한파에 취약한 고양이는 따뜻한 공간을 찾아 헤매다 사람의 손이 잘 닿지 않는 주택 시설이나 차량 내부에 들어가 손상을 입히기도 한다. 이런 고양이를 돌보려는 사람도 많지만, 개체 수가 늘어날 것을 우려하는 주민과의 갈등이 심하다.

서울시내 자치구들은 공유지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식으로 해법을 찾으려 하고 있다. 송파구청은 올해 1000명 이상이 동의한 구민 청원에 따라 길고양이 겨울집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근린공원 등 겨울집을 신청한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관내 공유지 25곳에 겨울집과 급식소를 설치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비슷한 사업을 해오고 있다. 종로구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관내 50개소에 길고양이 겨울집을 설치했다. 수년 전부터 겨울집을 설치해오던 서초구청은 올해 겨울집 대신 얼지 않는 보온 물그릇을 제작해 50개소에 설치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겨울집 사업은 반대 민원이 적지 않아 올해는 하지 않지만, 보온 물그릇 설치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길고양이가 혹한기에 물을 잘 마시지 못하는 문제도 해결하고 어느 정도 보온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과 연계 효과 기대


서울시 송파구의 한 근린공원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설치돼 있다. 정은혜 기자
지자체들은 길고양이 사업이 동물 복지 차원일 뿐 아니라 개체 수 조절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리를 하면서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한 중성화(TNR) 사업을 연계할 수 있어서다. 길고양이는 경계심이 많아 포획틀로 잡기 어렵지만 겨울집을 통해 포획할 수 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겨울집과 TNR 사업을 연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초구청 관계자도 “TNR 사업으로 개체수 조절에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지자체들은 재산 피해 방지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길고양이가 자동차 엔진룸이나 아파트 지하 주차장, 보일러실 등에 들어가는 이유는 추위 때문이다. 보온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이런 피해를 방지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21일 서울시 송파구의 한 근린공원. CCTV 인근에 송파구청 허가 길고양이 급식소가 설치된 모습(왼쪽). 인접 아파트 주민들이 돌보는 길고양이 '미미'가 급식소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 정은혜 기자

고양이는 고대 근동 지역, 아프리카 유래 종으로 추위에 약하다. 혹한기마다 새끼 고양이가 차량 엔진룸에 들어갔다가 죽어 차량이 훼손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겨울철에는 차량 운행 전에 보닛을 여러 차례 두드리고 안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지 확인하는 등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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