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걸 만나 애 낳고 살자" 247억 모금…美27세 그린 도시 논란
지난 10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스타트업 협회 컨퍼런스에서 무대에 미국인 드라이덴 브라운(27)이 올랐다. 회색 후드티 차림의 그는 3년 후인 2026년 지중해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겠다면서 자신의 커뮤니티인 프락시스('이론을 실천으로 옮긴다'는 뜻의 그리스어)가 주도하는 도시 건설 계획을 공개했다.
청중들에게 그는 "프락시스를 통해 지중해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해 IT 회사들의 커뮤니티를 구축하겠다"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그는 도시의 위치는 결정못했다면서도 "면적은 수천 에이커(1에이커=4046㎡)", "특별 경제 구역으로 설정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브라운은 "현재 두 명의 전직 총리와 함께 일하는 중이다"며 "이미 관심 있는 국가들로부터 연락이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그의 SNS에 "거주자가 되려면 비자를 신청하라"는 글이 오르자, 비자 신청을 끝낸 이들의 인증샷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프락시스 건설 명목으로 끌어모은 돈은 1920만 달러(약 247억원)로 추정된다. 그런데 외신들은 이 프로젝트가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핫걸 미끼로 주민 유치…남녀 비율 4대1
외신들이 문제 삼는 건 우선 여성을 '미끼상품' 삼아 주민을 유치하려 한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프락시스 전 멤버들은 NYT에 "브라운은 IT 기업 창립자들에게 '매력적인 여성들(Hot girls)'을 소개함으로써 기술 인재를 도시로 끌어들이고 싶다고 말했다"고 입을 모았다.
프락시스의 내부 문건에는 "문명이 최고였던 순간, 성공을 거뒀던 전통적인 유럽·서구의 아름다움을 찬양한다", "아름다움을 지닌 두 사람이 더 아름다운 삶을 창조하기 위해 '결합'을 형성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를 두고 외신에서는 "대표님들이 이 도시에 오면 핫걸들을 만나 애 낳고 살 수 있다"는 게 포인트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브라운은 "프락시스 내에서 결혼한 경우도 몇 번 있는데 정말 멋졌다"며 가입을 유도했다고 한다. 프락시스 그룹 가입자 성별 비율은 남성 대 여성이 4대 1로 주로 남성이 가입했다고 NYT는 전했다.
회원 규모를 부풀렸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브라운은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의 취재에 이메일 답신을 보내 "회원 1만2000명은 2026년부터 '아름다운 녹색 도시'로 이동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주장했다.
NYT에 따르면 1만2000명은 텔레그램 등 SNS에서 프락시스 관련 정보를 얻는 그룹에 가입한 사람 숫자다. "멤버십 대기자만 5만명"이라는 게 브라운 측 주장이다. 하지만 NYT는 지난 7월 내부 명단에 등록된 회원은 431명으로 그가 언급한 수치에 크게 못 미쳤다고 지적했다.
네오나치 성향 논란…"빈자들, 제거하고파" 언급도
외신들은 브라운의 네오나치적인 성향도 논란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의 한 기자는 프락시스 행사에 참석한 다음 날 SNS에 "브라운이 새로운 도시에서는 세금을 내지 말고 우리만의 법을 만들자고 했다"면서 "브라운은 '가난한 자들과 불쾌한 자들을 제거하고 싶다'는 식의 네오나치 성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NYT는 브라운의 거점 역할을 하는 ‘프락시스 대사관(Embassy)’ 안에 있는 도서 목록 중에 아돌프 히틀러의 최측근이자 건축가였던 알베르트 슈페어의 회고록, 네오나치 제국 설립을 요구하는 내용의 책인『임페리움(Imperium·1948년작)』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브라운이 두께측정 도구인 캘리퍼스를 이용해 두개골 크기를 측정하는 영상도 인스타그램에 올라왔다. NYT는 "캘리퍼스는 골상학에서 쓰이는 도구인데, 두개골 크기로 성격 등을 알아낸다는 골상학의 주장은 신뢰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전했다. 골상학은 나치가 내세운 우생학의 근거이자 인종·성차별의 근거로 오용됐다.
더타임스는 "프락시스는 일부 사용자들이 즐기는, 소름끼치는 인터넷 하위문화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면서 "미국 우파 안에 있는 파시스트"라고 평했다.
호화 파티 열고 발렌시아가 입어
브라운은 그간 호화 파티 등을 열면서 젊고 돈 많은 투자자 유치에 열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뉴욕 소호에서 열린 한 파티에서 브라운은 명품 발렌시아가 옷을 입고 등장했다. 그가 마신 물은 6팩에 68달러(약 9만원)짜리였고, 식사 때 고급 집기류를 썼다고 NYT는 전했다.
외신들은 브라운이 뉴욕대를 중퇴한 인물로, 헤지펀드에서 일하다가 코로나 19시기에 직장을 잃은 뒤 도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브라운은 과거 언론에 "자본가와 지식인이 제대로 일하지 않을 때 어떤 사회가 오는지 그린 소설 『아틀라스』를 읽으며 새로운 도시를 시작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소개했다. 서핑에 능하며 학창시절 독학한 시간이 길었다는 것 외에는 그의 개인사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프락시스 측이 프로젝트를 설명하며 거론한 유명인 상당수가 무반응이거나 프로젝트의 성공에 회의적이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NYT에 따르면 프락시스의 정부 관계 팀에는 스티븐 하퍼 전 캐나다 총리의 이름이 들어있었지만, 하퍼 측은 프락시스와의 관계를 묻자 답하지 않았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큰 손'인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과 가까운 관계자는 NYT에 "틸은 프락시스가 해당 프로젝트를 실행할 능력이 없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틸 창업자는 과거에 "어느 국가의 간섭도 받지 않는 '해상 도시'를 건설하겠다"며 자금을 투자한 적이 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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