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10년 열연 ‘빨간머리’ 이제 작별… 김준수 마지막 변신
드라큘라, 뮤지컬 배우 됐다고 생각하게 만든 작품
“‘드라큘라’는 뮤지컬 배우로서 제게 이정표가 된 작품이에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고 싶지만, 빨간 머리는 이번으로 끝낼래요.”
가수 겸 뮤지컬 배우 김준수(37)는 2014년 뮤지컬 ‘드라큘라’ 초연부터 5번째 시즌을 맞은 올해까지 빠짐없이 타이틀롤을 맡았다. 지난 12일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해 2024년 3월 3일까지 열리는 10주년 공연을 끝으로 트레이드마크인 빨간 머리와 작별하겠다고 선언한 김준수를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초연 당시 백발의 드라큘라가 피를 마시고 젊어지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싶어서 연출가에게 빨간 머리를 제안한 것이 받아들여졌어요. 관객도 좋아하시지만 빨간 머리 유지가 만만치 않아서 10주년 공연까지만 선보이고 다음 시즌부터 다른 비주얼로 바꾸려고 합니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브램 스토커의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400년 넘는 시간 동안 한 여인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뮤지컬 ‘지킬&하이드’ 등으로 잘 알려진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을 맡았다.
“올해는 가수 데뷔 20주년이 된 해에요. 하지만 이제는 가수보다 뮤지컬 배우로 불리는 게 마음 편해요. 동방신기 활동 기간이 6년인데, 뮤지컬 배우로는 그 두 배가 넘는 14년이나 됐어요.”
2003년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동방신기로 데뷔한 그는 2009년 소속사와 결별한 뒤 그룹 JYJ로 활동했다. 하지만 SM과 전속 계약 분쟁으로 방송 활동에 제약을 겪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그러다가 2010년 ‘모차르트!’를 시작으로 ‘엘리자벳’ ‘데스노트’ 등 다양한 뮤지컬의 주인공을 맡으며 새로운 도약에 성공했다. 그는 “뮤지컬이 나를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했다. ‘모차르트!’ 데뷔 당시 뮤지컬은 나에게 하나밖에 없는 동아줄 같았다”고 피력했다.
김준수의 뮤지컬 데뷔는 소위 ‘뮤지컬 한류’의 출발점이 됐다. 당시 일본 등 아시아 관객이 그가 출연하는 뮤지컬을 보러 내한하는가 하면 한국 뮤지컬이 일본으로 수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실력파 뮤지컬 배우로 자리 잡은 그는 후배 아이돌 가수들의 뮤지컬 출연에 기름을 부었다. 그런 그가 스스로 뮤지컬 배우가 됐다고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 바로 ‘드라큘라’다.
“뮤지컬을 시작했을 때는 연출가의 지시사항을 충실히 해내는 데 급급했어요. 뮤지컬 장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으니까요. 점차 경험이 쌓이면서 작품에 대한 의견도 제시하게 됐는데요. 제 아이디어가 작품 곳곳에 반영된 게 바로 ‘드라큘라’에요.”
빨간 머리 외에 드라큘라가 자신의 과거를 설명하는 넘버 ‘그녀’(She)는 김준수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대표적 사례다. 넘버와 별도로 존재하던 드라큘라의 긴 대사를 가사 일부로 삽입하면 좋겠다는 김준수의 제안이 받아들여져 지금의 넘버가 완성됐다. 그는 “초연의 장점은 배우가 자기 생각을 창작진과 적극적으로 의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관객의 피드백을 재연에 반영해 작품이 최종 완성되는데, ‘드라큘라’도 초연 이후 피드백을 반영해 재연에 캐릭터들의 서사를 보강했다”면서 “이런 과정 안에 내가 배우로 참여한 게 기쁘다. ‘드라큘라’를 10년간 해온 것도 바로 그런 보람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즌을 거듭할수록 이전보다 나은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하지만 그만큼 안주하지 않고 노력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준수의 뮤지컬 사랑은 그가 세운 뮤지컬 배우 매니지먼트 전문 회사 ‘팜트리아일랜드’에서도 엿볼 수 있다. 2021년 그의 1인 기획사로 출발한 팜트리아일랜드에는 현재 김소현, 서경수, 손준호, 양서윤, 정선아, 진태화 등 국내 대표적 뮤지컬 배우들이 소속돼 있다. 이들이 참여하는 뮤지컬 갈라 콘서트는 국내는 물론 일본과 대만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팜트리아일랜드는 뮤지컬이 낯선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온라인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 김준수는 “뮤지컬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더 많이 만들고 싶다”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뮤지컬 제작도 직접 해보고 싶다”고 웃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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