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내년에도 성과 없는 경제보다 군사력 내세울 듯

박준상 2023. 12. 23.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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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말 전원회의 국정방향 결정
내년 韓 총선·美 대선 도발 가능성
중·러 협력 강화 ‘신냉전 행보’ 예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2년 12월 말 주재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6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전원회의에서 ‘평양 살림집(아파트) 건설’ 등 경제와 군사정찰위성 발사 등 군사 부분에 대한 중점 과업을 새해 전략으로 제시했다. 뉴시스

북한의 내년도 국정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제8기 9차)가 이달 말 개최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0년부터 신년사 대신 직전 연도 말에 열리는 전원회의를 통해 경제·군사·사회 분야에서 한 해 성과를 점검하고, 새해 주요 과업을 제시해 왔다.

북한은 전원회의를 앞두고 벌써 분위기를 띄우는 중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4일 “올해 김정은 총비서의 천재적 사상이론적 예지, 혁명사상이 안고 있는 진리의 힘이 뚜렷이 각인됐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18일을 비롯해 올해에만 다섯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 올린 북한이 새해에도 군사력 강화를 중점 과업으로 삼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중국·러시아 등 우방국과의 관계, 농업 활성화 등 대내외적인 과제에 대한 방향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전원회의에서 공식 과업으로 채택되지는 않더라도 내년 4월 한국 총선과 11월 미국 대선을 염두에 둔 추가 핵실험 등 각종 고강도 도발을 시도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정은, ‘경제·군사’ 두 과업에 초점


김 위원장은 2019년 이후 북한의 새해 전략을 경제력과 군사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경제와 군사라는 두 축이 ‘김정은 체제’가 유지되기 위한 반드시 충족돼야 할 필요조건이라는 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2019년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열린 전원회의(제7기 5차)에서 이듬해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며 “정면돌파전의 기본전선은 경제전선”이라고 강조했다. 2021년에는 전년 연말 전원회의 대신 1월 5~12일 8차 당 대회가 열렸고, 이 같은 전략은 더욱 구체화됐다. 당 대회는 5년마다 진행되는 북한의 최대 정치행사다. 김 위원장은 여기서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고 “기본 종자, 주제는 여전히 자력갱생, 자급자족”이라고 말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2월 26~31일 열린 전원회의(제8기 6차) 때는 ‘평양 살림집(아파트) 건설’ 등 경제사업 중심과업을 제시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또 다른 축인 ‘군사력 강화’에 있어서는 미국 본토를 겨냥하는 ICBM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신형 핵잠수함 설계 등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 등도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과제들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군사·경제 분야의 성과를 강조하는 이유가 김정은 체제 유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0일 통화에서 “체제 유지를 위해 군사력과 경제력 강화를 함께 가져가야 한다는 건 김정은에게 필연적”이라며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민심도 잡고, 군사력도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원회의 앞두고 도발 수위 높여

김 위원장이 올해 전원회의에서 제시할 과업도 이런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경제보다 군사 분야 성과를 더 과시하고 이에 맞춘 새로운 과업을 제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올해 경제 성과로 나타낼 게 없다. 최근 보도에도 경제와 관련된 내용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강해지고 있는 한·미·일 공조에 대응해 군사력 강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적 요인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북한은 전원회의를 앞두고 군사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북한은 지난 17일에는 단거리탄도미사일, 18일에는 고체연료 ICBM인 화성-18형을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이어갔다. 지난달 22일에는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발사를 감행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군사력 강화를 올해 성과로 제일 먼저 내세울 것”이라며 “내년에는 정찰위성 발사와 핵·미사일 등 군사력 강화를 계속하겠다고 공언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밖에도 중·러와 협력을 더 강화하고 한·미와 선을 긋는 ‘신냉전 외교’ 행보도 예상된다.

전술핵탄두 7차 핵실험 최대 우려

전원회의에서 과업으로 공개 채택되지는 않더라도 북한이 내년 4월 한국 총선과 11월 미국 대선 등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북한이 미국 대선 기간 본인들을 부각하기 위해 2기 정도의 정찰위성을 발사하고 고체연료의 IRBM 발사, 정상 각도의 ICBM 발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북한은 올해 3월에 공개한 전술핵탄두를 가지고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또 선거 기간 사이버 해킹 등을 통해 특정 진영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진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내년도 대외·대남 정책은 반미·반자유주의 진영결속 외교에 더욱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며 “자유주의 진영 각국의 주요 선거 일정에 맞춰 군사 도발로 한반도 위기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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