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발견] 겨울 모슬포 방어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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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잡지를 만들어서 그런지 이맘때면 어디서 뭐가 나고 무엇을 어떻게 해먹으면 가장 맛있는가에 민감하다.
물살이 거센 마라도와 본섬 사이로 자리돔 떼가 들어오면 그걸 먹이로 삼는 방어가 떼 지어 들어온다(그리고 방어를 사냥하러 상어들도 따라 들어온다). 한겨울 모슬포는 연중 제일 북적인다.
11월이 되면 모슬포에선 방어축제가 열린다.
기름진 방어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며 질리지 않게 많이 먹을 수 있는 노하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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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잡지를 만들어서 그런지 이맘때면 어디서 뭐가 나고 무엇을 어떻게 해먹으면 가장 맛있는가에 민감하다. 제철 지역 음식은 반드시 먹어 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과연 제주의 꽁꽁 겨울엔 무엇을 먹어야 할까. 정답은 방어다. 요즘이야 물오른 제철 방어를 회로 떠서 먹는 것이 공식처럼 됐지만 과거에는 달랐다. 17세기 조선의 왕족 이응희는 향촌 생활을 담은 저서 ‘옥담사집’에 이렇게 썼다. ‘살이 두꺼워 구워도 잘 안 익고 기름기가 많아 먹기 좋지 않다.’ 방어의 기름진 살에 뜨악한 옛사람들은 염장하거나 찌개에 넣어 밥에 곁들였다. 방어의 귀환이랄까. 오늘날 방어는 많은 이가 겨울 하면 떠올리는 존재가 됐다.
제주에서 제대로 방어를 먹으려면 모슬포로 가면 된다. 그 이름 모슬포는 거친 바람과 기후 탓에 ‘몹쓸 포구’에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는 동네다. 지금에야 수온 상승으로 방어가 강원도에서도 잡힌다지만 제주는 명실상부한 방어의 섬이다. 그중 모슬포는 제주 방어잡이의 전진기지다. 물살이 거센 마라도와 본섬 사이로 자리돔 떼가 들어오면 그걸 먹이로 삼는 방어가 떼 지어 들어온다(그리고 방어를 사냥하러 상어들도 따라 들어온다). 한겨울 모슬포는 연중 제일 북적인다. 11월이 되면 모슬포에선 방어축제가 열린다. 그런데 제주 사람들은 좀 더 때를 기다리며 입맛을 다신다.
모름지기 방어는 바다가 가장 추운 동지 즈음에 제대로 살이 오른다. 개인적으론 12월 중후반부터 설 전후 잡히는 방어가 제일 맛있는 듯싶다. 방어는 크기에 따라 소, 중, 대방어로 부르는데 대방어는 보통 4㎏ 이상의 미터급 방어를 일컫는다. 8㎏이 넘어가면 왕방어라 불린다. 두둑이 살진 대방어 한 마리면 한 여남은 명이 배부르게 먹고도 남는다. 1, 2인 여행자라도 서운해할 필요 없다. 모슬포의 웬만한 식당에선 접시로 방어를 판다. 그리고 이맘때면 동네 마트에서도 방어를 판다. 모슬포에선 방어를 특별하게 먹는다. 방어로 이름난 식당에 가면 벽에 ‘우리식’이라고 쓰인 종이가 보인다. 이른바 모슬포 뱃사람들이 먹는 방식인데, 일단 굽지 않은 김 위에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슬쩍 간한 지름밥을 조금 얹고, 새콤하고 달달한 간장 양념으로 묻힌 부추와 양파를 얹은 후 두툼하고 큼직하게 썬 방어 한 점 올려 한입에 와앙 넣는다.
기름진 방어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며 질리지 않게 많이 먹을 수 있는 노하우다. 그렇게 먹다가 지루하다 싶으면 얼큰하게 지져낸 김치찜 쭉쭉 찢어 턱 올려 먹으면 된다.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어떤 방어집에 가면 다양한 부위를 고루 내놓기도 하고 또 다른 집에선 버터를 잔뜩 두르고 고소하게 구워낸 방어머리구이도 판다. 스스로 미식가라 자부한다면 방어 내장 수육이나 배꼽살 구이에 도전해 보면 좋겠다. 쓱 데쳐 말끔하게 손질한 내장을 소금과 참기름으로 담백하게 양념한 내장 수육, 꼬들하고 쫀득한 식감이 재미난 배꼽살 구이는 오직 제주에서만 그리고 모슬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제주 겨울의 맛이다.
고선영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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