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에게 “버릇이 고약”… 정서적 학대? 정당한 훈육?

최예슬 2023. 12. 23.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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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주호민 사태로 본 특수교육 현주소


유명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자신의 아들을 가르치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둘러싸고 교사의 정당한 훈육인지, 학대인지 첨예하게 입장이 갈리고 있다. 특수교육 현장에선 이번 사태를 단지 주씨 가족과 특수교사 간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개선, 더 나아가 특수교육의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사건 초기인 지난 9월에는 주씨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컸다. 아들 주모(9)군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서 학교에 보낸 주씨 부부의 처사가 주된 비판 대상이었다. 특수교사의 고충을 이해하지 않는 학부모의 이기적 행동이라는 여론도 있었고, 심지어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 아이를 보냈다는 점도 공격을 받았다. 앞서 주군은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벗는 ‘문제 행동’을 했고, 이로 인해 특수학급에서 전일 교육을 받게 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열린 4차 공판 이후 여론은 팽팽하게 갈리는 모습이다. 당시 법정에선 특수교사 A씨가 주군과 수업을 하며 나눈 대화가 담긴 약 2시간30분 분량의 녹취록 전체가 공개됐다. A씨의 발언 중 “밉상이다” “너 싫어” “버릇이 너무 고약하다” 등이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를 접한 일부에선 “교사로서 언사가 심하다”며 A씨를 비판했고, 다른 편에선 “문제 행동을 일으킨 장애 아동을 훈육하는 과정”이라는 옹호도 나왔다.


30년 넘게 특수교육에 몸담아온 류재연 나사렛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적절한 훈육’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수교사의 정당한 교육을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수교사가 연속해서 반복적으로 아이를 불안하게 만드는 말을 하는지, 경어를 쓰지 않고 반말을 하는지, 동의 없는 신체 접촉을 하는지 등을 기준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기준에서 문제가 없다면 특수교사의 정당한 훈육과 교권은 제대로 보호돼야 한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다만 “심리적으로 불편한 단어가 과연 학대인지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며 아동학대 여부를 판별하는 데 있어서 보다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그는 “장애 아동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특정단어로 충격을 주는 식의 훈육이 필요할 때가 있다”며 “직접적이고 직관적인 표현을 하지 않으면 장애 아동에게 의사전달이 제대로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류 교수는 장애 아동에 대한 ‘교육 방식’에 관해서도 조언했다. 현재 학부모나 교육계의 추세는 ‘통합교육’이다. 장애 아동이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 진학해 비장애 아동과 더불어 교육을 받는 것이 흐름이다. 하지만 류 교수는 통합교육에 지나치게 쏠리는 현상을 경계했다. 오히려 장애 아동이 통합교육에서 더 많은 자극과 스트레스에 노출되다 보면 도전 행동(문제 행동)을 일으킬 우려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주군이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행위 등을 한 건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다”며 “다른 아이들과 원만히 잘 적응하는 아이들은 통합교육이 맞을 수 있으나 만약 아이가 돌발 행동을 하거나 불안감을 느낀다면 통합교육이 만능은 아니다”고 했다.

학교와 의료적 지원을 연계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장애 아동의 문제 행동을 특수교사의 훈육으로만 교정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교육과 적절한 약물치료를 병행해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게 류 교수의 설명이다.

특수교사들은 특수학급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별로 정당한 학생 생활지도의 범위를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육부가 지난 9월 발표한 ‘교권 보호 종합대책’에 특수교사 보호 매뉴얼도 포함시켰지만, 여전히 아쉽다는 평가다.


정원화 전국특수교사노조 정책실장은 “최근에는 주씨처럼 녹음기를 학생의 손에 들려 보내는 학부모가 많아지고 있는데, 현재 교육부의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는 다소 두루뭉술하다”며 보완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특수교사는 신체 접촉도 많을 수밖에 없다. 집중력이 짧은 아이들을 위해 손도 잡아주고 어깨를 두드리며 주의를 환기하기도 한다”며 “상황별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주군이 다니던 학교에 닥친 후폭풍에 초점을 맞췄다. A씨가 직위 해제되면서 특수학급 학생들은 ‘교육 공백’을 겪어야 했다. 김미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기지부장은 “A씨가 빠지기 전부터 이 학교 특수학급은 학생이 6명에서 8명으로 늘어나면서 과밀화된 상황이었다. 사실상 반이 하나 더 필요했으나 증반을 하더라도 담당할 선생님이 부족한 실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사 수급이 비교적 수월한 특수학교에 비해 일반 학교는 특수교사를 증원하는 게 쉽지 않다”며 “장애 아동 부모들은 오랜 기간 일반 학교의 특수교사 수를 늘려 달라고 정부에 요구해왔으나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고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체 특수교사 수는 2019년 2만773명에서 올해 2만5599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늘어난 학생 수에 비하면 충분하지 못하다. 같은 기간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은 9만2958명에서 10만9703명으로 증가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특수학교 및 학급의 특수교육 교사 배치기준은 학생 4명당 1명이다. 전국 평균 특수교사 1인당 학생 수는 4.2명으로 이 기준을 넘었다. 시·도별 사립학교에 설치된 특수학급의 교사 1인당 학생 수도 4.5명이다.

장애 아동이 통합교육을 받으며 비장애인과 조화롭게 사는 법을 배우려면 결국 특수교사 증원이 필수라는 게 부모들의 입장이다. 김 지부장은 “통합교육을 지향하고 있으나 현재는 물리적으로 비장애 아동과 같은 공간에만 있을 뿐 인식개선, 특수교사 수급 등 인프라는 미흡하다”며 “교육부가 장기 전략을 갖고 특수교육제도를 개선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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