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실에서] 성탄(聖誕)을 기다리며

2023. 12. 23.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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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성도에게서 슈톨렌(Stollen)이라는 빵을 선물 받았다.

선물에는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작은 카드와 함께 빵을 먹는 친절한 방법까지 적혀 있었다.

슈톨렌은 본래 성탄절 무렵 만든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교회, 모든 성도가 더 많이 성탄 색깔을 찾고, 캐럴을 듣고 빵집마다 슈톨렌을 주문하고, 정성이 담긴 성탄 카드를 제작한다면 거룩한 성탄 문화를 다시 이끌어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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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전통 빵 슈톨렌.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한 성도에게서 슈톨렌(Stollen)이라는 빵을 선물 받았다. 선물에는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작은 카드와 함께 빵을 먹는 친절한 방법까지 적혀 있었다. 슈톨렌은 본래 성탄절 무렵 만든다고 한다. 건과일과 견과류를 버무려 넣고 슈가 파우더를 잔뜩 뿌려 만든 상당히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한’ 독일의 전통 빵이다. 타원형 비닐랩과 천으로 싸여 있는데 그 모양새가 강보에 싸인 아기 예수를 형상화했다고 해서 시각적이면서도 미각적인 막간의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가까운 빵집에 문의했더니 작년에는 별로 찾는 사람이 없어 올해에는 고민 중이라 한다.

거의 가나안성도(신앙은 있으나 교회에 안 나가는 사람)가 되어버린 한 중년 지인이 대화 중에 투덜대듯 말한다. 과거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낭만이라도 있었는데, 요즘은 언제부터인지 그런 분위기마저 차츰 사라지고 있다며 교회에서라도 더 많이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말했다.

탈기독교, 탈종교 시대를 살아가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새로운 문화와 세대가 아찔한 속도와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크리스마스는 전 세계인이 1년 중 가장 기다리고 즐기는 큰 축제의 날이다. 북미나 유럽에는 동네마다 빼어난 성탄 장식을 한 집 앞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는다.

그런데 정작 우리네 교회와 성도들에게서는 성탄 준비와 기대감이 점점 시큰둥해지는 듯하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가야 멋진 트리를 보고, 근사한 카페에 가야 캐럴을 들을 수 있다면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종교적인 이유로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는 기피하면서도 상업적 활용에는 열을 올리는 세태 속에서, 교회가 너무 수동적으로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작년 이맘때 12월에는 성탄 색깔의 옷이나 목도리, 넥타이를 입고 교회에 오시라고 성도들에게 권면했었다. 성탄 색깔인 초록과 빨강은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과 보혈을 상징한다. 올해에는 더 적극적으로 성탄 색깔 착용과 함께 일상에서 캐럴 듣기, 가정에서 트리 장식하고 성탄 카드 만들기 등을 강조하고 있다.

성탄 메시지만큼 강력한 복음적 메시지도 없다. 대한민국의 모든 교회, 모든 성도가 더 많이 성탄 색깔을 찾고, 캐럴을 듣고 빵집마다 슈톨렌을 주문하고, 정성이 담긴 성탄 카드를 제작한다면 거룩한 성탄 문화를 다시 이끌어갈 수 있지 않을까.

주변을 둘러보면 여전히 어린 시절 성탄에 대한 아득한 향수가 있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다양한 사연과 상황 때문에 교회는 멀어졌지만, 들려오는 캐럴 한 자락이나 성탄 색깔의 의미를 통해서도 참된 평강과 구원을 경험할 ‘돌아온 탕자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구도자들의 목마름을 해결해주고 더 나아가 참된 인생의 주인을 만나게 하는, 이 땅의 문화와 하늘의 비전이 흡족히 잇닿는 성탄절이 되길 소망한다.

안광복 목사
청주상당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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