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하나님의 일터] “탈북민 강제 북송 막는 건 가장 소외된 이웃 살리는 일”
국회는 지난달 30일 ‘중국의 북한이탈주민 강제북송 중단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에는 중국 정부가 북한이탈주민을 ‘현장 난민’(refugee sur place)으로 인정할 것과 이들이 대한민국이나 제3국으로 이동을 원하면 최대한 협조할 것 등이 담겼다. 2011년과 2012년에 이은 세 번째 ‘중국의 강제북송 중단 촉구’ 결의안이다.
최재형(67) 국민의힘 의원은 이 결의안 채택에 목소리를 높여온 이들 중 하나다. 지난달 ‘재중 억류 북한이탈주민 강제북송 중단 촉구 결의안’ 대표 발의 이전에도 재중 억류 탈북민 강제송환 반대 세미나와 기자회견 등을 열었다. 여러 북한 인권 관련 교계 집회에도 참석해 “재중 탈북민의 처참한 상황에 더 많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해왔다. 그를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나 탈북민 인권에 관심을 두게 된 배경을 물었다. 중학생 시절 서울 서대문구 신촌장로교회에서 처음 신앙생활을 시작한 최 의원은 현재 이 교회 장로로도 시무 중이다.
-탈북민 인권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가족 중 탈북민이 있는 이유가 가장 크다. 장인어른 사촌 가운데 자녀의 불이익을 우려해 탈북했다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 분이 있다. 2012년 떠났는데 이후 전혀 소식을 듣지 못했다. 당시 종로구 옥인교회 앞에서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에 반대하는 집회가 한창이었다. 그때 주말 집회에 아내와 딸과 꾸준히 참석했다. 부모님 또한 실향민이다. 우리 가족이 탈북민을 위해 매일 기도하는 이유다.”
교계를 비롯한 각계 인사가 참여한 2012년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 집회는 1년 넘게 이어졌으나 중국은 끝내 강제북송을 단행했다. 최 의원은 “항저우아시안게임 전후로 재중 탈북민이 강제북송될 것이란 관측이 여러 곳에서 나왔지만 이번에도 이를 막진 못했다”며 “정부가 국제기구와 외교 루트를 통해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으면 했는데, 충분치는 못했다”고 평했다.
-재중 탈북민 강제북송은 결국 중국의 협조가 결정적인데.
“탈북민이 난민 지위에 있다는 걸 국제 사회와 함께 계속 중국에 주장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난민지위협약과 고문방지협약, 여성차별철폐협약과 아동권리협약 등 여러 국제적 인권 협약의 당사국이다. 더군다나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고 인권위원회 이사국 아닌가. 북한이탈주민의 강제 송환을 중지하고 인권 보호에 나서야 그 책임을 다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가 도울 게 있을까.
“강제북송 위기에 놓인 탈북민은 어찌 보면 가장 소외된 이웃이다. 교회가 관심 갖는 게 당연하다. 특별히 부모 없이 이 땅에 온 탈북민 자녀를 한국교회가 책임지고 돌봤으면 한다. 범 교단 차원에서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낙태 문제에도 목소리를 내는데.
“생명과 관련된 일이다. 생명을 지키고 살리는 일과 버리고 방치하는 일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은지는 너무나 자명하다. 성경 기준으로 하면 모든 낙태는 허용하면 안 되나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나왔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되 가장 연약한 자인 태아의 생명권도 존중하는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죽이는 정치가 아니라 살리는 정치가 돼야 하지 않겠나.”
최 의원은 슬하 2남 2녀 중 두 아들을 입양했다. 아들 중 첫째는 디자인 전공으로 네덜란드 유학 중이고 둘째는 군 복무 후 대학에 복학했다. 이런 배경으로 그는 입양 인식 개선 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최 의원은 인터뷰를 마친 뒤 첫째 아들의 유튜브 계정을 보여주며 “구독과 좋아요를 부탁한다”며 웃었다.
-입양 결정에 신앙의 영향이 컸을까.
“자녀 입양 결정 전 하나님께서 준 성경 말씀이 있다. 로마서 8장 15절이다. ‘죄인인 우리 역시 하나님께 입양된 사람이구나’란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도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이 됐는데 이때 우리 부부의 마음을 움직인 말씀이 빌립보서 1장 6절이다. (입양이) 하나님이 준 소망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주님이 맡긴 일은 순종하는 게 옳지 않겠나.”
-향후 계획은.
“탈북여성단체인 통일맘연합회와 자녀를 중국에 두고 한국에 온 탈북민 엄마를 돕는 일을 하려 한다. 중국 당국에 ‘탈북민 여성을 강제 북송하는 건 중국 국적인 아들과 탈북민 엄마, 즉 자국민의 모자 관계를 단절시키는 반인권적 행위’라는 걸 강조하려 한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포부도 전했다. 그는 “종로구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지역구다.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현 정부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라며 “국정에 긍정적 영향이 가도록 선거 준비를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이어 “정치가 국민에게 많은 실망을 주고 있다. 정치가 나라와 국민을 어떻게 섬길 수 있을지를 놓고 조석(朝夕)으로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교회에 전하고 싶은 말은.
“남북한이 통일돼 조화롭게 하나 되기 위해선 교회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하나님 보기에 교회가 잘 준비됐을 때 통일의 길도 열리지 않을까. 하나님 앞에 정결하고 거듭난 교회가 돼 훗날 온전히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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