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與 서울 동부벨트서 시작된 '86 청산' 바람…"해 떠야 어둠 걷힌다"
'86 운동권 청산 및 세대교체' 바람몰이
동부벨트 이재영·이승환·김재섭 전면
3040·지역밀착·정치전문성 공통점
22대 총선의 핵심 전선 중 하나인 '86 운동권 청산' 바람이 서울 동부지역에서 시작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3040 젊은 정치인들이 전면에 섰다. 동부벨트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영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48), 이승환 중랑을 당협위원장(40), 김재섭 도봉갑 당협위원장(36)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책 '이기적 정치'를 공동 집필하고 여론을 모아가고 있다.
동부벨트 3인방은 22일 서울 중랑구 영안교회비전센터에서 합동 북콘서트를 개최했다. 이에 앞서 14일 서울 신촌, 15일 서울 강동구, 19일 도봉구에서 합동 북콘서트를 진행했고 이날 대미를 장식했다. 앞선 행사들과 마찬가지로 수백여명의 청중이 객석을 가득 채우며 매서운 한파에도 현장에는 열기가 가득했다.
책 '이기적 정치'는 86 운동권이 빼앗아간 서울의 봄이라는 주제로 3040 정치인들이 보는 학생운동 이후 한국정치 상황이 담겨 있다. 민주화운동 주역이자 현 정치권 주류인 86 세대 정치인들은 삶의 변화가 아닌 여전히 이념의 변화만 추구하다가 시민들의 현실적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팬덤·진영 정치가 횡행하는 문제 역시 86 세대의 기득권 유지가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이승환 위원장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오랫동안 권력을 잡고 있는 세력이 86 운동권"이라며 "지금도 새로운 피를 수혈하지 않고 이재명이라는 (영화 서울의봄의) 전두광 같은 대표를 내세워 한 번 더 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깨야 우리나라가 시대에 막힌 담을 허물고 어둠을 밝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영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데 대해 감사하고 인정을 하지만 너무 권력을 오래 향유하며 젖어들었다"며 "이들에게 미래는 오직 자기가 당선되는 것 하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어둠이 물러가야 빛이 밝아온다는 말은 틀렸다"면서 "해가 떠야 어둠이 물러난다"며 86 운동권 청산을 위한 적극적인 연대를 촉구했다.
사실 '86 청산'은 총선 때마다 매번 제기됐지만 실패했다. 민주화 운동 과정을 거치며 형성된 끈끈한 유대를 개별 정치인의 산발적인 문제제기 만으로는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동권 인사들의 도덕적 타락과 이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이 누적되며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도전자를 자청하고 있는 3인방이 운동권 인사들과 차별화되는 장점으로 무장하고 있어 정치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념 전쟁에서 자유로운 3040 세대라는 점, 자신의 지역구에서 나고 자란 지역 밀착형 인사라는 점, 정치 전문성을 갖췄다는 점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실제 이재영 위원장은 다보스포럼 아시아 담당 총괄 부국장을 역임했으며 19대 국회의원과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까지 지냈다. 이승환 위원장은 무급 입법보조원으로 시작해 국회 최연소 보좌관, 대통령실 행정관까지 밑바닥부터 경험을 다졌다. 김재섭 위원장은 2020년 미래통합당 창당에 참여했고 김종인 비대위에서 비대위원으로 활약해 이름을 알렸다.
또한 공통적으로 내년 총선에서 운동권 출신 민주당 현역 의원들과 상대할 예정이다. 서울 강동을 이해식 의원(60)은 80년대 서강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학생운동 전면에 섰던 인물이며, 중랑을 박홍근 의원(54)은 전대협 출신의 전형적인 86 운동권 인사다. 도봉갑 인재근 의원(70)은 고(故)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배우자로 운동권 인사들의 대모 격으로 통한다.
野 이해식·박홍근·인재근과 맞대결 예고
'5070 운동권 vs 3040 미래세대' 구도
물론 서울 동부권이 국민의힘에 험지인 만큼 선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올드한 운동권 대 참신한 미래세대'라는 구도상 이점이 있고, 이들 3인방이 누구보다 지역에서 운동권 정치의 작동 방식을 정확히 꿰뚫고 있어 해볼 만한 승부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승환 위원장은 "재개발·재건축이 필요한 산동네에 벽화를 그려주고, 유명 화가의 친환경 페인트라고 한다. 벽화가 공개되는 날에는 마을 잔치를 열어주고 관리를 위해 주민자치위원회를 또 만든다. 관리하라고 일정한 돈을 주는데 자기 사람들을 집어 넣는다"며 "과연 동네가 좋아졌나. 벽화 그려서 좋아진 동네가 어디냐. 그냥 구경하러 왔다 가는 사람들만 좋은 것"이라고 예시했다.
김재섭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전 수석의 책을 보면서 민주당이 장기집권한 지역의 개발이 왜 안 됐는지 해답을 얻었다"며 "재건축·재개발이 돼서 좋은 아파트가 들어서면 보수정당에 유리하다는 게 책에 쓰여있다"고 했다.
이어 "재개발이 되면 민주당에 표가 안 나오기 때문에 주민의 희생을 감수하고 개발을 안하겠다는 게 86의 생각"이라며 "주민을 위해서나 동부벨트의 발전을 위해 위선적인 86 세대들을 하루빨리 총선에서 밀어내고 지역을 위해 정치를 할 수 있는 젊은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영 위원장도 "박원순 시장이 당선된 뒤 대대적으로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의 개발 프로젝트들을 다 없앴거나 없애려고 노력했다"며 "본보기로 1호 뉴타운 해제가 바로 천호동이었는데, 이후 천호동은 낙후된 모습을 벗어나기 너무 힘들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지금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그 사이 주민들은 주거의 쾌적함과 인프라를 누릴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했다.
이날 북콘서트 축사에 나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86 세대는 여전히 독재정권과 싸우고 군부독재 철폐 같은 생각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도 '윤석열 하나회'를 외치며 과거팔이만 하는 것"이라며 "시대가 변했고, 기후변화와 건강·위생·경제 등 민생 문제는 과연 누가 책임을 져줄 것이냐"고 물었다.
하 의원은 "다행인 것은 우리 당에 젊은 인재들이 많다"며 "동부벨트 3인방은 우리 당의 주인공으로, 강북 지역은 우리 당의 핵심 승리의 지역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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