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낙서 모방범 구속…17세 최초 낙서범은 영장 기각
경복궁 담벼락 낙서 모방범은 구속됐지만, 최초 낙서범은 구속을 피했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설모(28)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같은 혐의를 받는 임모(17)군에 관한 구속영장 청구는 기각했다.
법원은 임군의 구속영장 청구 기각 사유에 대해 “사건 범행의 죄질이 좋지 않고 이로 인한 법익 침해가 중대한 사정은 존재한다”면서도 “피의자는 만 17세의 소년으로 주거가 일정한 점,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점, 관련 증거들도 상당수 확보돼 구속할 부득이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설씨는 “증거인멸 염려”라는 이유로 구속됐다.
임군은 지난 16일 오전 1시 42분쯤 경복궁 영추문 등 3개소에 스프레이로 ‘영화 공짜’ 문구와 ‘○○○티비’ 등 불법 영상 공유사이트 주소를 낙서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임군은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시인했다.
임군은 “‘낙서를 하면 돈을 주겠다’는 의뢰를 받았다”며 “불법 영상 공유사이트 관리자라고 말한 ‘이 팀장’이 지정한 장소에 라커 스프레이로 문구를 썼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낙서하면 수백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착수금 10만원만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시 임군과 같이 있던 A양은 낙서에는 가담하지 않아 석방됐다.
낙서 모방범 설씨는 7일 오후 10시 20분께 경복궁 영추문 왼쪽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 등을 쓴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설씨는 “팬심 때문이고, 홍보 목적은 아니었다”며 “문화재에 낙서하는 행위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설씨는 20일 오전 2시쯤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서도 “미스치프가 말하는 짓궂은 장난을 좀 치고 싶었어요. 죄송합니다. 아니 안 죄송해요. 전 예술을 한 것뿐이에요”고 적었다. 미스치프는 도발적인 작품을 발표한 미국 아티스트 그룹과 장난 짓(Mischief)을 뜻한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임군은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한 채 법정으로 향했고, 설씨는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한 채 법원에 들어섰다. 한편 경찰은 임군에게 돈을 보낸 계좌를 추적해 이 팀장 검거에 나서고 있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9240억' 소름돋는 완벽남 오타니…한국청년 유독 빠지는 이유 | 중앙일보
- 빨래하는 여인이 알려줬다…‘국산 첫 로켓’ 연구소의 비밀 | 중앙일보
- 인천 송도 몰리는 유명 유튜버들…알고보니 "세금 100% 감면" | 중앙일보
- 시속 100㎞로 아우디 박았다, 제네시스 명운 건 ‘쇼킹 광고’ | 중앙일보
- "정맥류도 나았다" 혹한 꺾은 어싱 열기…뜨거운 '해운대 마법' [르포] | 중앙일보
- "핫걸 만나 애 낳고 살자" 247억 모금…美27세 그린 도시 논란 | 중앙일보
- 결혼 앞둔 말레이 여가수 비극…스토커가 휘두른 흉기에 사망 | 중앙일보
- 유튜버 아옳이, 2억 세금 추징…"모르는 것도 잘못, 전액 납부" | 중앙일보
- "반가운 한나땡" vs "쓰나미 덮칠것"…친명도 갈린 한동훈 체제 | 중앙일보
- '미국의 시장'이 어쩌다…트럼프 돕다 파산, 줄리아니 벌어진 일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