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가장 깊은 날, 거리에서 죽어간 홈리스 추모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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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가장 긴 동짓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시각, 손이 오그라드는 추위에도 이름도 없이 거리에서 죽어간 홈리스들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쓸쓸한 죽음 앞에 흰 국화꽃을 놓으며 추모했다.
참가자들은 "영정 사진도 없는 / 이름을 밝힐 수 없는 / 먼저 간 그의 죽음 앞에 / 흰 국화꽃 한 송이 올려놓"고 "그가 남겨 둔 / 약봉지에 / 서툰 글씨로 써 놓은 /외로움 / 고독"을 흰 국화꽃에 담으며 "천국에서는 가장 평등한 곳에 있기"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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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 backmin15@hanmail.net]
▲ 동짓날인 22일 오후 대구 경상감영공원에서 '거리에서 죽어간 홈리스 추모제'가 시민단체와 노숙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 조정훈 |
밤이 가장 긴 동짓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시각, 손이 오그라드는 추위에도 이름도 없이 거리에서 죽어간 홈리스들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쓸쓸한 죽음 앞에 흰 국화꽃을 놓으며 추모했다.
참가자들은 "영정 사진도 없는 / 이름을 밝힐 수 없는 / 먼저 간 그의 죽음 앞에 / 흰 국화꽃 한 송이 올려놓"고 "그가 남겨 둔 / 약봉지에 / 서툰 글씨로 써 놓은 /외로움 / 고독"을 흰 국화꽃에 담으며 "천국에서는 가장 평등한 곳에 있기"를 기원했다.
올해도 동짓날인 22일 오후 대구 중구 경상감영공원 앞에서 대구쪽방상담소와 반빈곤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이 '거리에서 죽어간 홈리스 추모제(Homeless Memorial Day)' 행사를 열었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해 올해 15번째 열리는 대구 추모제는 극빈의 상황에서 생을 마감한 노숙인을 추모하고 동시에 매년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되는 '무의탁 빈민'의 현실을 알리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쪽방에 살고 있는 외로운 홈리스들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해 일년 중 가장 밤이 길어 어둡고 힘든 날이지만 곧 앞으로 해가 길어지는 날이라는 의미로 희망의 동지팥죽을 나누었다.
▲ 22일 오후 대구 경상감영공원에서 열린 홈리스 추모제에서 한 참가자가 이름도 없이 죽어간 홈리스를 위해 추모하고 있다. |
ⓒ 조정훈 |
먼저 간 홈리스의 친구인 변영호씨는 "재개발이 되면서 쪽방촌에 계시던 분들이 어디로 가셨는지 모르지만 많은 분들이 사라졌다"며 "이름도 없이 죽어간 동료들을 보니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난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변씨는 "우리가 살려고 노력했을 때는 얼마든지 살 길이 있지만 삶을 포기하게 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비록 날씨는 춥지만 서로 손을 잡고 따뜻한 겨울을 보내자"고 위로했다.
오병근 우리복지시민연합 정책국장은 "우리는 매년 이 시기에 홈리스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지만 어디에서 누가 어떤 사유로 사망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길이 없다"며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가난과 차별에 대한 단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대구쪽방상담소는 집계를 시작한 2013년 대구에서 무연고 사망자가 45명이었지만 올해에는 286명으로 10년 동안 6배나 더 늘었다고 밝혔다. 올해에는 15명의 쪽방 생활인이 사망했고 무연고 사망자도 지난해보다 54명이 늘었다.
쪽방상담소 관계자는 무연고 사망자가 곧 거리 노숙인이나 쪽방주민인 것은 아니지만 가족관계 단절이나 절대빈곤의 측면에서 무연고 사망과 홈리스 사망의 상관관계를 추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민철 쪽방상담소 소장은 "올해 홈리스 추모제를 통해 어려운 삶을 살았던 지역의 주민들을 마음 깊이 위로하고 싶다"며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홈리스 주민들에게 가장 적절한 개입인 임대주택 공급이 꾸준하고 힘있게 추진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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