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5조' 에르메스 후손, 정원사에 유산 준다…가족과 불화 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정원사가 탄생할까. 3대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꼽히는 에르메스의 창업자 5대손이자, 개인으로는 에르메스의 최대 주주인 니콜라 푸에슈(Nicolas Puech·80)가 자신의 정원사에게 유산을 물려줄 것이라 ‘깜짝 선언’했다.
‘순 자산 15조’ 푸에슈, 51세 정원사 양자로
20일(현지시간) CNN 등은 스위스 매체를 인용해 푸에슈가 최근 자신이 설립한 공익 재단에 유산을 남기기로 한 기존 계약을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51세 모로코 출신 정원사에게 유산을 물려주기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푸에슈는 이 정원사가 최대한 많은 유산을 받을 수 있도록 입양을 준비 중이다. 그가 양자로 인정될 경우 기존 유산 계약과 상관없이 약 50%의 재산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에르메스의 주식 약 5.7%를 보유한 푸에슈의 순 자산은 115억 달러(약 15조원) 규모다. 포브스에 따르면 그는 현재 세계 부자 순위 162위에 올라있다. 푸에슈는 독신이며 슬하에 직계 자녀도 없다.
코로나19 겪으며 “이들이 진짜 가족”
푸에슈가 양자로 들이면서까지 정원사에게 유산을 건네려는 이유를 직접 밝힌 적은 없다.
다만 재벌가의 정원사가 ‘미래의 억만장자’를 꿈꿀 수 있게 된 건 단순한 행운은 아니었다. 그는 수십 년간 푸에슈를 위해 정원사, 잡역부, 매니저의 역할을 해왔으며, 결정적으로 그의 ‘유일한 가족’이 되어 주었다. 푸에슈는 평소에도 이 남성을 ‘아들’로, 남성의 아내는 ‘며느리’로 불러왔다. 푸에슈는 지난 2015년 이 부부에게 모로코 마라케시에 자택을 사라며 160만 달러(약 21억원)를 선물하기도 했다.
특히, 푸에슈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이 부부가 자신을 각별히 보살피는 것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이번 사건과 가까운 한 변호사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푸에슈가 과거 인연 보다는 현재 가깝게 지내는 사람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푸에슈가 에르메스 지분을 놓고 일가친척들과 겪었던 불화도 그의 결정에 일조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가족 경영을 원칙으로 하는 에르메스는 2010년대 초부터 세계 최대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수하자 일가 상속자들의 지분을 모아 대항했다. 푸에슈는 당시 유일하게 참여하지 않은 주요 상속자였다.
이후 그는 가족들로부터 여러 차례 “LVMH에 지분을 팔아먹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푸에슈는 2014년 “보유 주식을 한 번도 LVMH에게 넘긴 적이 없는데 가족들에게 비난받는 매우 나쁜 경험을 하고 있다”며 에르메스 이사회를 떠났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푸에슈의 이번 입양 결정의 배경에 지분을 둘러싼 가족 사이의 갈등이 있다는 의심이 나온다”고 전했다.
다만 푸에슈가 법적으로 정원사에게 유산을 남기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푸에슈는 현재 스위스에 거주 중인데, 스위스의 입양 규정에 따르면 양부모가 되길 희망하는 자는 미성년인 입양자와 1년 이상 함께 생활해야 한다. 유산을 받기로 했던 재단 측도 “푸에슈의 계약 철회는 일방적이고 근거 없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화번호부 속 인물, 반려견 상속 사례도
수퍼리치의 이색 상속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7년 한 포르투갈의 귀족 가문 출신 남성은 전화번호부에서 무작위로 뽑은 70명의 사람들에게 리스본에 위치한 방 12개짜리 아파트, 고급 차량 등을 남겼다. 1900년대 초반 위스콘신에서 사망한 남성 아치볼드 맥아더는 자신의 가족들에겐 각각 5달러씩만 남기고, 오늘날 가치로 약 300만 달러(약 39억원)에 달하는 남은 재산은 공원 벤치에서 친구가 된 남성에게 넘겼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미국의 부동산 재벌 해리 햄슬리의 미망인이었던 리오나 햄슬리는 지난 2007년 사망하며 자신의 몰티즈 종 반려견 ‘트러블’에게 1200만 달러(약 157억원)를 상속했다. 이 돈은 4년 뒤 트러블이 사망하자 자선 목적으로 사용됐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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