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건넨 돈’ 아니라 ‘계약금’만큼이 위약금 [생활 속 법률 이야기]
부동산 매매 거래 시 정식 매매 계약을 체결하기 전, 가계약금을 주고받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민법에는 가계약이나 가계약금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는 가계약에 해당되고, 어떤 경우는 정식 계약에 해당될까?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지급된 돈이 가계약금인지 정식 계약금의 일부인지에 따라 지급되는 위약금 액수가 크게 달라진다.
부동산 매매 계약 시 주고받은 계약금이 가계약금에 해당된다면 가계약금을 기준으로 위약금이 결정된다. 그러나 가계약금이 아니라 정식 계약금의 일부라면 실제 주고받은 돈이 아니라 계약서에 기재된 전체 계약금을 기준으로 위약금이 결정된다. 사실 매매 계약 시 계약금 일부만 지급한 경우라도 가계약금과 마찬가지로 실제 주고받은 돈을 기준으로 위약금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있었는데, 대법원은 2015년도에 그렇지 않다고 명확히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가령, 매매대금 11억원에 아파트 매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 1억1000만원 중 1000만원은 계약 당일에 지급하고 나머지 1억원은 다음 날 은행 계좌로 송금하기로 한 사례가 있다. 그런데 갑자기 매도인이 변심해 은행 계좌를 폐쇄하면서 지급받은 돈 1000만원의 배액인 2000만원을 공탁하고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이 사례에서, 대법원은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수령자가 매매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원은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의 배액만을 상환해 매매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면 이는 당사자가 일정한 금액을 계약금으로 정한 의사에 반하게 될 뿐 아니라, 교부받은 금원이 소액일 경우에는 사실상 계약을 자유로이 해제할 수 있어 계약의 구속력이 약화되는 결과가 돼 부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도인은 계약금 일부로서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는 것만으로는 매매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대법원 2015년 4월 23일 선고 2014231378판결 참조)”고 판시했다.
반면 정식 매매 계약이 체결되고 매매 계약금의 일부만 지급된 경우와 달리 가계약금만 주고받은 경우에는 가계약금이 위약금 기준이 된다. 가계약금의 법적 성격이나 법리에 관해 아직 확립된 대법원 판례가 없지만, 하급심에는 관련 판례가 많이 있다.
하급심 판례를 보면, 중개인을 통해 아파트 매수 의사를 밝히면서 중개인이 알려준 집주인 계좌로 가계약금을 송금했는데 집주인이 변심해 계약 해제 통보를 한 사례가 있다.
“부동산 거래에 있어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가계약에 관해 우리 사회에 일반적으로 용인돼온 거래상 관행은 다음과 같다. 매매 계약 목적물과 그 대금을 확정함과 함께 가계약금이 수수되면 매수인으로서는 다른 사람에 우선해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우선적 선택권을 갖게 되고, 매도인으로서는 매수인의 본계약 체결 요구에 구속된다. 만일 계약금을 지급한 사람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을 거절할 경우 가계약금 몰취를 감수해야 하고, 반대로 가계약금을 수령한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절할 경우 그 배액을 상환해야 한다(춘천지법 원주지원 2020년 10월 16일 선고 2020가단52544판결, 광주지법 2020년 7월 10일 선고 2019나59836판결).”
결국 부동산 거래 현실에서는 매매 계약 시 주고받은 돈이 가계약금인지 정식 계약금의 일부인지는 그렇게 중요치 않지만, 법적 분쟁이 발생한다면 주고받은 돈이 가계약금인지 정식 계약금의 일부인지에 따라 위약금 액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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