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가 뭐길래 [MONEY톡]
불완전 판매 뜨겁네
‘설마가 사람 잡는’ 일이 벌어졌다. 홍콩 H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주가연계증권·Equity Linked Securities) 얘기다. 이 상품과 관련해 수조 원대 투자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2021년 상반기 홍콩 H지수가 고점을 찍었을 당시 ELS 상품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의 만기가 내년 초부터 돌아온다. 지수가 지금보다 20~30% 오르지 않는다면 3조 원 이상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노크인(Knock-in)은 기초자산이 미리 정해둔 한계를 벗어나 손실 구간에 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노크인 배리어(Knock-in Barrier·손실 발생 가능 기준)’ 이하로 가격이 내려가면 원금을 잃게 된다. 투자자에게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노크인이 발생하지 않고 조기 상환하는 경우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이익으로 상환될 확률이 높게 설계됐으나, 손실이 발생하면 그 규모가 커지는 ‘꼬리위험(tail risk)’이 있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ELS 기초자산은 보통 2~3개 주가지수를 묶는데, 홍콩 H지수와 연계한 상품이 많다. 홍콩 H지수는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과 거래량이 많은 50개 우량 기업의 시가총액을 가중 평균해 산출한 지수다. 그만큼 리스크가 작다고 여겨져 왔으나 이번에 뒤통수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으로 중국경제의 위태로움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문제는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요구하는 상품이 너무 ‘쉽게’ 팔려나갔다는 점이다. 일부 고객은 “창구 직원이 자기도 이해 못 하는 상품을 ‘원금 손실 위험이 거의 없어 안전하다’며 팔았는데 이는 일종의 사기에 가까운 행위”라고 일갈했다. 금융사도 할 말은 있다. 2021년은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라 ‘역사적인’ 저금리 상황이었다. 당시 시중은행 예금 금리는 1%대였다. 이때 2~3%를 제시하는 ELS 금융상품이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간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는 논리다.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은 투자자는 중도 해지와 만기 보유 사이에서 갈등한다. 내년 6월이 만기인 한 투자자는 “중도 해지 때의 40% 손실을 선택할지, 아니면 지수가 오르길 기대하며 만기까지 보유할지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일부 전문가는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투자자들은 원금 회복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홍콩 H지수가 단기 반등했을 때 중도 해지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최근 은행에서 ELS를 중도 해지하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최근 3년 사이 홍콩 H지수가 최고점이었던 2021년 2월17일을 기준으로 하는 ELS에 가입했다면 내년 2월 만기까지 홍콩 H지수가 39.4% 상승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시점에서 단기간 내 시장이 급등하려면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팽창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중국 본토 증시와 달리 홍콩 증시는 미국 금리, 외국인 수급 등 대외적인 변수의 영향도 커 만기 상환 시점까지 원금 보장 조건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ELS를 중도 해지하면 평가 가격의 95%만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중도 해지한 후에 홍콩 H지수가 떨어진다면 더 큰 손실을 막은 셈이 되지만, 지수가 오를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늦게 가입한 투자자라면 기다리는 전략을 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투자 시점이 2021년 하반기라 당시 홍콩 H지수가 상대적으로 낮았고, 현재 지수가 저점이라고 판단한다면 만기까지 보유하는 게 나을 수 있다. 홍콩 H지수는 2021년 7월 이후 10000 아래로 내려와 그 해 말 8200 수준으로 하락했다. 예를 들어 지수가 9000일 때 ELS에 투자했고 해당 상품의 손실 구간이 65%라고 가정하면, 만기 시 지수가 5850 위에 있으면 원금을 지킬 수 있다. 현재 지수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글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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