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조원 화물이 우회…‘홍해발 물류대란’에 육해공 운임 뛴다
예맨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을 벌이며 ‘홍해발 물류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컨테이너선들이 우회 항로를 택하면서 해상운임은 물론, 육상운임과 항공운임 가격이 급등세를 기록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후티 반군의 잇따른 홍해 선박 공격에 항로를 변경한 컨테이너선은 최소 158척이다. 이들이 실은 화물의 가치는 컨테이너 1개당 5만 달러(약 6500만원)로만 계산해도 1050억 달러(136조 3000억원)에 달한다.
홍해는 수에즈 운하를 통해 지중해와 이어진다. 때문에 홍해 항로를 이용하지 못하고 우회할 경우 컨테이너선들은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야 한다. 아시아에서 유럽이나 미국으로 향하는 컨테이너선들이 길게는 몇 주씩을 더 이동해야 한다.
21일 오전 기준 중국 상하이에서 영국으로 가는 40피트 컨테이너 운임은 지난주 2400달러(약 312만원)에서 1만 달러(약 130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스라엘 최남단의 에일랏 항구는 후티 반군의 공세가 시작된 이후 물동량이 85% 감소했다.
해상 무역로에 차질이 생기며 중동 지역 트럭 운송 요금이 두 배 이상 상승하는 등 물류 운임 가격이 널뛰는 중이다. 플레이토스의 유라 레빈 리서치 책임자는 “중국-북유럽 항공 배송 요금은 kg당 3.95달러였지만, 이번 주 4.45달러로 13% 상승했다”고 밝혔다.
크리스천 서 유니크 로지스틱스 해상 화물 담당 부사장은 “공급망의 한 지점에서 위기가 발생할 경우, 선박들이 (다른 지점으로) 몰리면서 항구의 입·출항 일정이 엉키고, 시스템 전체가 연쇄적으로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류 업체들은 대륙 횡단철도나 파나마 운하 이용 등 대체 무역로를 검토하고 있다.
한편 이번 물류대란 우려로 한국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의 경우 배송 지연 여파가 크고, 운임 상승이 이어질 경우 원가 경쟁력 약화 등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건설 중장비 제조업체 대표는 “12월 안에 보내주기로 했던 물건이 이달 안에 도착하지 못해 올해 매출이 예상보다 10% 하락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사태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차관회의를 열고 식품·사료 원료의 관세를 3200억원 인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9240억' 소름돋는 완벽남 오타니…한국청년 유독 빠지는 이유 | 중앙일보
- 빨래하는 여인이 알려줬다…‘국산 첫 로켓’ 연구소의 비밀 | 중앙일보
- 인천 송도 몰리는 유명 유튜버들…알고보니 "세금 100% 감면" | 중앙일보
- 시속 100㎞로 아우디 박았다, 제네시스 명운 건 ‘쇼킹 광고’ | 중앙일보
- "정맥류도 나았다" 혹한 꺾은 어싱 열기…뜨거운 '해운대 마법' [르포] | 중앙일보
- "핫걸 만나 애 낳고 살자" 247억 모금…美27세 그린 도시 논란 | 중앙일보
- 결혼 앞둔 말레이 여가수 비극…스토커가 휘두른 흉기에 사망 | 중앙일보
- 유튜버 아옳이, 2억 세금 추징…"모르는 것도 잘못, 전액 납부" | 중앙일보
- "반가운 한나땡" vs "쓰나미 덮칠것"…친명도 갈린 한동훈 체제 | 중앙일보
- '미국의 시장'이 어쩌다…트럼프 돕다 파산, 줄리아니 벌어진 일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