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모토, 다저스 '깜짝 입단'…동갑내기 이정후와 맞대결, NL 서부지구 '빅뱅'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바람의 손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1998년생 동갑내기 라이벌 일본의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와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도 한일 야구의 자존심을 건 숙명의 대결을 펼치게 됐다.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을 비롯한 미국 주요 스포츠 매체들은 22일(한국시간) LA 다저스가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의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계약 기간 12년, 총액 3억 2500만 달러(약 4229억 원)의 조건에 계약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아직 LA 다저스 구단의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야마모토가 3억 2500만 달러에 도장을 찍는다면 역대 메이저리그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계약 최고액을 경신한다.
이전 포스팅 최대 계약은 2014년 1월 다나카 마사히로였다. 다나카 마사히로는 일본 프로야구 라쿠덴 골든이글스에서 뉴욕 양키스로 이적하면서 계약 기간 7년, 총액 1억 5500만 달러(약 2017억 7900만 원)를 받았다.
야마모토는 대선배 다나카 마사히로를 뛰어넘은 것은 물론 역대 빅리그 FA 투수 최고 계약도 경신했다. 게릿 콜이 2020 시즌을 앞두고 뉴욕 양키스와 맺은 계약기간 9년, 총애 3억 2400만달러(약 4217억 원)를 제쳤다.
LA 다저스는 앞서 지난 10일 올 시즌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 FA(자유계약) 최대어로 꼽혔던 오타니 쇼헤이를 계약기간 10년, 총액 7억 달러(9240억 원)에 영입한 뒤 야마모토까지 품으면서 이번 겨울 대대적인 전력보강에 성공했다.
야마모토는 1998년생 우완 정통파 투수다. 2017년 미야코노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오릭스 버팔로스에 지명돼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야마모토의 프로 데뷔 시즌부터 1군 마운드를 밟았다. 기록은 5경기 23⅔이닝 1승 1패 평균자책점 5.32에 그쳤지만 고졸 루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야마모토는 이후 해마다 성장을 거듭했다. 2년차였던 2018 시즌 54경기 53이닝 4승 2패 1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 2.89를 기록, 오릭스의 핵심 불펜이자 일본프로야구 최정상급 셋업맨으로 우뚝 섰다.
야마모토는 2019 시즌부터 보직을 불펜에서 선발로 옮겼다. 20경기 143이닝 8승 6패 평균자책점 1.95의 특급 성적을 찍었다. 오릭스의 빈약한 타선 탓에 잘 던지고도 많은 승리를 챙기지 못했을 뿐 이미 프로 3년차에 일본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가 됐다.
2021 시즌 26경기 193⅔이닝 18승 5패 평균자책점 1.39로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와무라 상'을 받았다. 2022 시즌 26경기 193이닝 15승 5패 평균자책점 1.68로 일본프로야구를 완전히 평정했고, 소속팀 오릭스를 26년 만에 재팬시리즈 정상에 올려놨다. '사와무라 상' 2년 연속 수상에도 성공했다.
야마모토는 2023 시즌 더 괴물 같은 피칭을 선보였다. 23경기 164이닝 16승 6패 평균자책점 1.21이라는 야구 만화에서나 볼 법한 기록을 남겼다. 가네다 마사이치 이후 65년 만에 '사와무라 상' 3년 연속 수상의 역사를 쓰면서 일본에서는 더 이상 이룰 것도, 오를 곳도 없었다.
야마모토는 시선을 메이저리그로 돌렸다. 오릭스 구단의 동의를 얻어 지난달 재팬시리즈 준우승 직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빅리그 도전을 공식화했다.
야마모토를 향한 메이저리그 빅마켓(Big Market) 구단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최종 승자는 LA 다저스였지만 뉴욕 양키스, 뉴욕 메츠 등이 야마모토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야마모토의 선택은 LA 다저스였다. 대선배 오타니는 먼저 다저스와 계약을 체결한 뒤 야마모토와 다저스 구단의 미팅 자리에 참석해 야마모토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LA 다저스는 야마모토의 영입으로 메이저리그 최강의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하게 됐다.
야마모토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으면서 내년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한국팬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기간 7년, 총액 1억 1500만 달러(약 1497억 원)에 계약하면서 야마모토와 이정후의 맞대결을 자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LA 다저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콜로라도 로키스 등 5개 구단이 소속돼 있다. 내년 정규리그에서는 같은 지구 팀들 간 13차례씩 맞대결을 펼치기 때문에 선발투수 야마모토와 샌프란시스코 리드오프 이정후의 승부를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이정후와 야마모토는 이미 국제대회에서 대결을 펼쳐왔다. 이정후는 2019 WBSC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야마모토와 처음 만나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정후는 당시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야마모토의 구위와 날카로운 변화구를 공략하지 못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정후는 야마모토에게 두 번 당하지 않았다. 2년 뒤 도쿄 올림픽 준결승에서 다시 만난 야마모토를 상대로 멀티 히트를 때려내며 설욕에 성공했다.
이정후는 도쿄 올림픽 준결승에서 일본 선발투수로 나선 야마모토를 첫 타석부터 공략했다. 우측 펜스 상단을 직격하는 2루타를 쳐내 야마모토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5회에도 깨끗한 우전 안타를 기록하면서 야마모토 상대 멀티 히트로 멋지게 복수했다.
이정후 역시 2023 시즌 종료 후 원 소속팀 키움 히어로즈의 허락을 얻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했고 대박 계약과 함께 내년 시즌 태평양을 건넌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최근 미국 내 한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이정후를 영입한 이후 몇 개의 라인업을 작성했는데 어떤 경우에도 이정후는 1번타자였다"며 2024 시즌 이정후를 자이언츠의 리드오프로 일찌감치 낙점했다. MLB닷컴도 샌프란시스코의 이정후 영입 발표 직후 내년 시즌 예상 라인업에 이정후가 1번타자 겸 중견수를 맡을 것으로 내다봤다.
야마모토는 이정후뿐 아니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과도 2024 시즌 한일 빅리거 대결을 펼칠 수 있다. 김하성은 올해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유틸리티 플레이어 부문을 수상, 빅리그 최정상급 내야수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다만 김하성은 현재 미국 현지 언론에서 보스턴 레드삭스 등 2루수 자원이 절실한 팀들과 트레이드가 연결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이정후의 소속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트레이드 후보 중 하나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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