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에 할말 해야 여론 호응" vs "尹 심판론은 희석될 것" [한동훈 비대위 전문가 분석]
국민의힘이 오는 26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공식 추대할 예정인 가운데 ‘한동훈 비대위’의 내년 4·10총선 파급력에 대한 전망이 분출하고 있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한 전 장관은 22일 서울 모처에서 비대위 인선과 향후 방향성에 대해서 숙고에 들어갔다. 현재로썬 ‘26일 비대위원장 취임→29일 비대위원 인선 완료→1월 1일 공식활동 개시’로 가닥을 잡았다. 친윤 성향의 재선 의원은 “‘한동훈 비대위’는 향후 파격적 행보를 통해 쇄신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정치 경험이 없는 점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중앙일보는 수년간 선거 분석을 해온 정치평론가들에게 한동훈 비대위의 숙제와 가능성, 총선 승리를 위한 핵심과제 등을 물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이종훈 정치평론가 등 4명이다.
“핵심은 당정관계 개선”
이들은 한동훈 비대위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핵심 과제로 당정관계 개선을 꼽았다. 한 전 장관이 ‘할 말은 하는 비대위원장’이 돼야 총선 공천이나 정책공약 입안 과정에서 민심을 역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윤태곤 실장은 “현재처럼 종속적인 당정관계가 지속하면, 어떤 쇄신 인사를 공천해도 유권자는 ‘결국 대통령실에서 꽂은 인물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며 “한 전 장관이 중립적인 공천관리위원장을 임명해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논란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훈 평론가도 “한 전 장관의 성공 여부는 국민의힘에 대한 ‘용산출장소’라는 시각을 벗어날 수 있을지 여부”라며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도 당에선 무공천 기류가 있었지만 결국엔 관철 못 했지 않나.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면 총선에서 참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그립 강한 윤석열 대통령과 용산에 휘둘리지 않고 필요할 땐 다른 모습을 보여야 유권자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관점이다.
“김건희 특검법 반대만은 안돼”
더불어민주당이 28일 강행 처리할 예정인 김건희 특검법 역시 한 전 장관이 직면한 과제다. 일단 전문가들은 한 전 장관이 마냥 '특검 반대'\만을 외쳐서는 여론의 호응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동원 대표는 “한 전 장관이 대통령실을 설득해서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도록 하거나, 야당과 적극적인 협상을 통해 ‘총선 후 수사’ 등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총선에서 지면 식물 정권이 될 수 있다. 차라리 리스크를 한번 털고 가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 사안을 봐야 한다”고 밝혔다.
엄경영 소장은 “두 차례 검찰 수사에서 별다른 범죄혐의가 발견되지 않은 만큼, 특검을 진행해도 큰 문제가 없을 수 있다”며 “그러면 오히려 야당이 무리하게 특검을 추진했다는 여론이 확산할 수도 있으니 한 전 장관이 쿨하게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종훈 평론가는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하는 건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배신으로 보일 텐데 어떻게 한 전 장관이 특검법을 받을 수 있겠냐”며 “한 전 장관도 해법 찾기에 골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석 안아야…중도 확장은 숙제”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포용이 필요하다는 점도 공통 과제로 제기된다. 이 전 대표는 탈당 후 신당 창당을 시사한 상황이다. 한 전 장관이 그를 포용할 경우, 2030 이탈표를 최소화할 수 있다. 엄경영 소장은 “한 전 장관도 취임 후 첫 성과로 ‘이준석 포용’을 내세우고 싶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훈 평론가는 “한 전 장관이 대통령과 결이 다른 메시지를 내면서 이준석계 등 당내 비주류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한 전 장관의 중도 확장 여부가 총선 승리의 키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한 전 장관의 지지자 대부분은 5060, 영남권 등 전통적인 보수층인데 ‘캐스팅보트’인 중도표를 얻어야 개별 지역구에서 여당 후보가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엄경영 소장은 “중도층은 신선한 인물인 한 전 장관에 대해선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며 “한 전 장관이 중도지향형 메시지를 내면 중도가 여권 지지로 돌아설 물꼬를 틀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박동원 대표는 “과거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과 다투는 모습을 반복해선 안 된다”며 “절제된 언어를 써야 중도층이 호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장관의 국민의힘 합류가 여당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대체로 일치했다. 엄경영 소장은 “한 전 장관이 전면에 나서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심판투표 성격이 희석됐다”고 말했다. 박동원 대표는 “한동훈 비대위 출범으로 여권이 야권보다 이슈를 주도하게 된 점은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고, 윤태곤 실장은 “만약 총선을 승리로 이끈다면 ‘한동훈계’가 형성되면서 차기 대선 도전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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