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추행 신고 7개월 뭉갠 서울대, 가해자 해외 로스쿨 입학 예정

복건우 2023. 12. 2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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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인권센터 규정 어기고 지연... 피해자 측 "정학·퇴학 등 조치로 최소한 책임져야"

[복건우 기자]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자료사진).
ⓒ 소중한
 
[기사수정: 27일 오전 11시 39분]

서울대학교 동아리에서 일어난 성추행 사건 처리를 학내 인권센터가 미루는 사이, 외국인 가해자가 징계·처벌을 제대로 받지 않고 졸업해 해외 로스쿨에 진학할 예정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측은 서울대 자체 징계를 통해 가해자의 졸업·출국을 막고 제대로 된 법적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22일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피해자 A씨는 올해 5월 13일 경기도 한 펜션으로 엠티(MT)를 간 동아리원들과 게임을 하던 도중 같은 동아리원이자 외국인 유학생인 B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이틀 뒤인 5월 15일 서울대 인권센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사건을 기소한 검찰에 따르면, B씨는 당시 A씨의 상의 안으로 두 차례 손을 집어넣어 신체 일부를 만지고, 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넣으려 했다. A씨가 수차례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B씨는 멈추지 않았다. A씨는 "마피아 게임을 하던 도중 친분도 없는 B씨가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제 옷으로 손을 몇 번이나 집어넣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인권센터는 신고 다음날 접수 및 조사를 개시했지만 반년 넘게 사건 조사를 종결짓지 않았다. 서울대 인권센터 규정 제19조 5항에 따르면 신고 사건 조사는 접수일로부터 6개월 내 처리해야 한다. 또 학교 구성원 간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 심의위원회 조사 결과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센터장이 총장에게 근신, 유기정학, 무기정학, 제명 등 징계를 요청할 수 있다(인권센터 규정 제33조).

센터는 피해자 A씨에게 지난 12월 7일에야 보강조사를 요청한 뒤 12월 21일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심의위원회 개최(12월 27~28일 중)를 알려왔다. 사건이 접수된 지 7개월 만의 일이었다.

조사·심의가 미뤄지는 동안 B씨는 졸업 학기를 마치고 해외 로스쿨 진학을 위해 오는 30일 출국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적어도 정학 처분이 내려질 거라 예상했는데 이렇게까지 사건 처리가 지체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6개월 안에만 조사가 마무리됐어도 가해자는 일찍이 정학 징계를 받아 이번 학기에 졸업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에 심의위원회가 열려도 반성문 제출, 성폭력 예방 교육 정도를 제외하면 센터에서 내릴 수 있는 처분은 없고, 징계에 대한 결정권은 사실상 소속 대학장에게 있다고 한다"며 "학교가 늑장을 부리는 동안 가해자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고 출국한다는 사실이 제게 너무나 큰 상처로 남아 있다. 학교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다"고 덧붙였다.

가해자 재판 넘겨졌으나 출국하면 사실상 끝
 
 지난 5월 15일 피해자의 성추행 신고 이후 5월 16일 서울대학교 인권센터는 신고인과 피신고인에게 신고 접수 및 조사 개시 사실을 통보했다. 그러나 센터는 7개월 넘게 사건 처리를 미루다가 지난 12월 21일에야 가해자의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심의위원회 개최를 피해자에게 알려왔다.
ⓒ 제보
A씨는 신고 이후 다섯 달 가까이 센터에 문의 메일을 보냈으나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신고 두 달 후인 지난 7월 21일 센터에 심의위원회 개최와 사건처리 일정을 문의했으나 "담당 전문위원이 퇴사해 후임자가 오기 전까지 진행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또 8월 24일 후임자가 언제 채용될 예정인지 문의하는 메일을 추가로 보냈으나 센터는 "현재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며 후임자가 정해지면 연락드리겠다"고만 할 뿐 구체적인 시기를 밝히진 않았다.

사건을 새로 담당하게 된 전문위원에게서 메일이 온 건 그로부터 두 달 뒤인 10월 20일이었다. 이미 조사 만료 기간(11월 14일)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A씨는 만료일 당일에도 문의 메일을 센터에 보냈으나 "내부 사정으로 조사가 지연됐다. 언제 종결될 것이라고 말씀드리기 어렵다. 최대한 조속하고 공정하게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A씨는 센터가 B씨의 범행 당시 음주 여부를 입증할 자료를 피해자인 본인에게 제출해달라고 한 점도 문제 삼았다. 그는 "가해자가 만취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피해자에게 있을 리 없는데도 그런 메일을 보내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며 "사건을 빨리 종결하고 싶은 마음에 친구에게 진술서를 써 달라고 하긴 했지만 학내 인권센터가 성범죄 주취감형을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었다"고 밝혔다.

센터 조사가 지체되는 사이 A씨는 지난 9월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1월 23일 B씨를 벌금 500만 원에 약식기소(강제추행 혐의)했는데, 서울중앙지법은 약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판결(약식명령)을 내리지 않고 있다.

피해자 측 "서울대 졸업장 줘선 안 돼"

A씨는 "서울대 학생으로서 피해자를 지원하는 학내 인권센터를 누구보다 신뢰하고 있었고 심지어 수사기관에 앞서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먼저 묻지 않으면 센터로부터 알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며 "조사 기간이 지체됐음에도 담당자 공백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사건 처리가 얼마나 지연되는지 센터는 하나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A씨 법률대리인인 이은의 변호사는 "가해 학생이 해외 로스쿨을 진학하는 데 있어 서울대 졸업장은 중요한 요건이 됐을 것"이라며 "서울대는 성추행 혐의가 있는 학생에게 정학, 퇴학 등의 조치를 취해 졸업장을 주지 않거나 사법적 처리를 끝낸 다음 졸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최소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하나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 기소 이후 아직 재판이 시작되지 않은 시점에서 큰 이변이 없는 한 출국 금지 결정이 내려지기란 쉽지 않다"며 "가해자는 한국 국적이 아니다 보니 출국한 뒤 본인 나라로 돌아가 버리면 그만이다. 강제로 소환할 방법이 없는 만큼 벌금형으로 재판이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오마이뉴스>는 22일 해명을 듣기 위해 서울대 및 인권센터 측에 입장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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