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으로 전국컬링대회 출전한 경일대, 이변의 주인공
[박장식 기자]
▲ 18일 열린 회장배 전국컬링대회 경일대학교와 서울시청과의 경기에서 연장전 돌입 직전 경일대학교 선수들이 남윤호 코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 박장식 |
3대 4. 경기 스코어가 아니다. 컬링 경기에 나선 선수들의 숫자다. 보통 4인조로 뛰는 것이 기본인 컬링에서 3명의 선수만으로 팀이 구성되는 사례는 흔치 않다.
19일까지 제22회 회장배 전국컬링대회에 출전한 경일대학교 여자 팀(박한별·방유진·김해정)이 그런 경우다.
경일대학교는 지난 6월 경북컬링협회 명의로 출전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실업팀(직장운동경기부)들을 꺾고 4강에 오르는 이변을 써냈던 팀이다(관련 기사: 컬링 첫 출전에 4강 '이변'... "경험 쌓으려고 나왔는데"). 하지만 지난 9월 스킵이었던 김민서 선수가 전북도청으로 이적하면서 선수들에게 위기도 찾아왔다. 대학 컬링에서 중요한 것은 실업팀으로의 취업이기에 기쁘고 축하할 일이지만, 당장 세 명으로는 경기 출전에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 하지만 경일대학교는 이번 회장배에서 실업팀 서울시청까지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꺾이지 않는 마음'이 만든 이변
지난 의성군수배 때는 선수 구성이 4명으로 제한된 탓에 대회에 나서지 못했지만 이번 회장배 대회에서는 3인으로 구성된 팀이 출전할 수 있게 규정이 바뀌면서 극적으로 대회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보통 컬링의 경우 리드와 세컨드, 서드와 포스(보통 스킵이 겸함)까지 두 개씩 스톤을 투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퇴장이나 부상 등 불가피한 사유일 때는 리드와 세컨드가 세 개의 스톤을 투구하고 서드가 두 개의 스톤을 투구하는 식으로 경기를 이어나간다.
특히 투구하는 힘, '웨이트' 조절이 중요해지니 경기가 배로 힘들다. 스톤이 나아가는 길을 브룸으로 닦는, 이른바 '스위핑'을 할 사람이 평소에는 한 명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일대가 경기를 펼칠 당시 투구 방향을 보고 있던 스킵도, 공을 방금 투구한 선수도 달려나와 스위핑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대회 초반 선수들은 춘천시청과 전북도청에 2패를 당했지만, 전북도청과의 경기에서는 마지막 엔드까지 동점으로 경기를 끌고 간 끝에 7대 6으로 패배하는 등 저력을 보여줬다.
이변은 서울시청과의 경기에서 나왔다. 경일대는 접전 끝에 서울시청과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전에서 경일대는 상대의 스톤을 막는 철벽방어에 성공하며 스틸을 따내는 데 성공, 5대 4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특히 경일대는 이 승리를 바탕으로 회장배 대회 4강 진출까지 성공했다.
물론 4강에서는 전북도청(스킵 김민서)을 만나 점수를 최대한 만들지 않는 작전을 펼친 끝에 4대 2로 아쉽게 패했다. 하지만 김민서 선수를 상대로 두 번이나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 18일 열린 회장배 전국컬링대회 경일대학교와 서울시청과의 경기에서 경일대 선수들이 모두 달려나와 스톤을 스위핑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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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열린 한국컬링선수권대회(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실업팀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4강에 올랐던 경일대 선수들. 특히 한 명의 선수가 전북도청으로 유출되었던 상황에서도 세 명의 선수들이 똘똘 뭉쳐 좋은 결과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방유진 선수 역시 "다른 팀들이 다 실업팀이고 우리만 유일하게 대학 팀인 데다 세 명 뿐이어서 경험을 쌓자는 생각으로 왔는데 4강 안에 들어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시청과의 경기에서 '베스트 샷'이 되었던 것은 연장전 경일대의 마지막 스톤이었다. 방유진 선수의 샷이 상대가 들어올 길을 완전히 막은 것. 이와 관련해 박한별 선수는 "마지막 샷이 난이도가 높은 샷인데 잘 던져줬다"며 웃었고, 방유진 선수도 "콜이나 스위핑을 잘 해준 덕분에 좋은 샷을 던진 것"이라며 공을 돌렸다.
경일대 팀을 이끌고 있는 남윤호 코치도 "사실 스킵의 포지션이 빠지다보니까 플랜을 다시 짜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세 친구들이 최대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덕분에 좋은 결과를 만든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해정 선수도 "엔드가 끝날 때마다 코치님께서 다음 엔드 플랜을 이야기해주곤 하셨다. 특히 못 한 부분이 있어도 다음 엔드 때 잘 하면 된다고 코치님께서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라며 "경기 할 때 더 좋은 분위기가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선수들에게 좋은 일은 또 있다. 2월 열리는 주니어컬링세계선수권에 나서기 때문. 의성여고 선수와 함께 주니어 대회에 나서는 세 명의 선수들이 큰 무대에서 또 어떤 이변을 보여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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