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TBS 지원 폐지 5개월 유예…“산소호흡기 뗀 것”

문희철 2023. 12. 2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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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제321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TBS 관련 안건을 가결한 뒤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서울시의회]

서울시가 출연기관인 미디어재단 교통방송(TBS)을 향후 5개월 동안 추가로 지원한다. 해당 기간 민영화에 성공한다면 기사회생하지만, 인수할 기업을 찾지 못하면 폐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시의회는 22일 제321회 정례회 제7차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광위)를 열고 서울시가 제출한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과 ‘TBS 출연 동의안’을 처리했다. 상임위를 통과한 안건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TBS는 당분간 한시적으로 서울시 지원을 받게 됐다.

서울시의회, TBS 출연 폐지 조례 연기

TBS 출연 동의안 투표 결과. [사진 서울시의회]

이번 안건 처리 과정은 이례적이었다. 서울시가 제출한 TBS 관련 안건은 이날 오후까지도 처리가 불투명했다. 22일 오후 2시에 본회의가 개의했지만, 상임위조차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본회의 도중인 이날 오후 3시 30분경 양당 교섭단체 대표가 문광위 개최에 합의하고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수용하면서 오후 4시 30분경 문광위가 일시적으로 열렸다. 이에 대해 김규남 서울시의회 의원(국민의힘·송파1)은 “TBS 안건을 원포인트로 처리하기 위해 상임위가 열린 건 초유의 일”이라며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임위가 넘긴 안건은 서울시의회가 4시40분경 제321회 본회의의 마지막 안건으로 상정했다. 재석 의원 70명 중 69명이 찬성하고 1명이 기권하면서 극적으로 의회를 통과했다. 이날은 서울시의회의 올해 마지막 본회의 날이었다.

서울시의회가 제321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TBS 관련 안건을 처리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의회]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24년 6월 1일까지 TBS를 한시적으로 지원한다. 서울시 비용 추계에 따르면, 지원 규모는 92억9800만원가량이다. 지원금 규모는 TBS 직원의 인건비(급여·퇴직금)·4대보험료·청사유지비 등으로 사용한다.

이에 대해 문성호 서울시의회 의원(국민의힘·서대문2)은 “이번 지원의 목표는 TBS의 ‘해산’이 목표고, TBS를 처분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해서 (TBS 지원 폐지 조례를) 유예하는 행위가 맞느냐?”고 질의했고, 최원석 서울시 홍보기획관은 “그렇다”고 응답했다. 김규남 의원도 “이번 안건은 TBS를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산소호흡기를 완전히 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상임위 자리에 정태익 TBS 대표는 불참했다. 이에 대해 이효원 서울시의회 의원(국민의힘·비례)은 “이렇게 불필요한 세금이 추가로 들어간 부분에 대해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태익 대표의 사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행안부에 TBS 출연기관 지정 해제 요청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TBS의 모습.[뉴스1]

TBS는 그간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시달렸다. 방송인 김어준 씨가 2016년 9월부터 진행하던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수차례 감독기관 등으로부터 제재를 받으면서다.

이에 TBS는 지난해 12월 30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폐지했다. 또 직원의 부당한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당분간 시사 프로그램을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 방송통신위원회 등 감독기관에서 법정 제재를 받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물의 출연을 규제하는 ‘방송 출연 제한 심의위원회’를 신설했다.

이에 대해 이종배 서울시의회 의원(국민의힘·비례)은 “지난 6월 TBS가 발표했던 혁신안은 본질적으로 다수당이 원하는 편향적 방송을 하는 구조를 깨뜨릴 수 있는 방안은 아니었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정태익 TBS 대표이사(가운데)와 실본부장들이 정치 편향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TBS는 민영화 이외엔 퇴로가 없는 상황에 놓였다. 앞서 TBS는 서울시 지원 조례가 폐지된 이후 “민영 방송사로 새로 태어나고자 하지만, 조직 재구성 등 민영화를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TBS 지원 폐지 조례의 시행 시점을 한시적으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서울시의회 의원은 “인건비·퇴직금 등 TBS 임직원들의 상황을 고려해 이번에는 부득이하게 지원하지만, 서울시의회에서 더 이상 추가로 지원을 연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만약 주어진 기간 안에 민영화가 안 되면 결국 TBS는 폐지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지원 연장이 사실상 ‘최후통첩’이라는 의미다.

다만 TBS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이 등장할지는 미지수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TBS를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기업은 없다.

비용 구조를 축소해야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이 등장할 확률이 커진다는 점에서 TBS가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TBS는 “서울시 출자기관이라는 보호막을 가질 수 없는 TBS는 어렵고 예측할 수 없는 길에 서 있다”며 “희망퇴직은 TBS 직원들의 노고에 대한 마지막 배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22일 행정안전부에 TBS를 출연기관에서 지정 해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서울시가 공문을 통해 정식으로 TBS를 출연기관에서 해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시대 변화에 맞춰 TBS를 바꿔야한다는 의회의 주장을 서울시가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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