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추락-감독 사퇴, 반복되는 삼성의 흑역사

이준목 2023. 12. 2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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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서울 삼성 썬더스 은희석 감독 자진 사퇴... 삼성 스포츠단 전체 위기

[이준목 기자]

스포츠 명가 삼성의 몰락은 어디까지인가.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2년 연속 가을야구 탈락,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창단 첫 2부리그 강등에 이어,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마저 3년 연속 꼴찌로 추락하며 시련의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은희석 서울 삼성 감독이 성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삼성 구단은 당분간 김효범 코치의 감독대행 체제로 남은 2023-2024시즌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은희석 감독은 농구 명문 경복고와 연세대를 졸업하고 프로농구 안양 SBS(현 정관장)에 입단하여 2013년 선수 생활을 은퇴할 때까지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다. 현역 은퇴 이후에는 친정팀 KGC인삼공사 코치와 모교 연세대 감독을 거쳐 지난 2022년 4월부터 서울 삼성의 제7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선임 당시부터 삼성이 은희석 감독을 선택한 것은 파격적인 인사로 평가받았다. 은 감독의 프로 지도자 경험은 안양 시절 잠깐 코치를 역임했던 것이 전부이고, 대학무대에서만 활동해왔다. 감독 경력은 삼성이 처음이었고, 정작 선수시절까지는 별다른 연결고리도 없었다. 당시 삼성이 은희석 감독의 선임한 명분은 "소통을 기본으로 한 강한 지도력과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을 통해 팀 전력을 강화할 적임자"라고 설명한 바 있다.

삼성이 프로 지도경험이 없는 대학 출신의 감독을 선임한 것은 2011년 4대 김상준(현 성균관대) 감독, 연세대 출신의 감독을 선임한 것은 바로 전임자인 2014년 6대 이상민 감독(현 부산 KCC 코치)에 이어 두 번째였다. 문제는 두 감독 모두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사례들이었다는 데 있다.

중앙대 52연승 신화를 이끌며 대학무대를 평정하고 화려하게 프로로 진출했던 김상준 감독은 2011-2012시즌 부임과 동시에 전임 안준호 감독이 챔프전 우승과 8년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던 팀을 물려받아 13승 41패(.241)라는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최하위로 곤두박질했다. 당시 삼성이 프로농구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것은 최초였다.

김 감독은 결국 한 시즌만에 경질 당했지만, 이후 몇 년간 삼성의 전력이 나빠지는데 단초를 제공했다는 혹평을 받았다.

이상민 감독은 삼성 역사상 최장수 감독(2014-2022)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2016-2017시즌(준우승)에는 삼성의 마지막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핵심전력인 라건아와 문태영 등이 팀을 떠나면서 세대교체에 실패한 삼성은 이후로 다시 플레이오프 무대조차 밟지못했다. 삼성은 이상민 감독이 재임한 8년간 동안 꼴찌를 세 번이나 기록했고, 마지막 시즌이었던 2021-2022시즌에는 9승 45패로 구단 역사상 최저승률(.167)을 두 번이나 경신하는 수모를 당했다.

매년 하위권을 전전하면서 신인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을 여러 차례 얻었지만, 하윤기(KT), 이정현(소노)같은 정상급 유망주들을 대거 놓치면서 선수 발굴과 육성 모두 실패한 것도 삼성의 암흑기를 더욱 장기화시킨 원인으로 지적받는다. 이 감독은 결국 2021-2022시즌을 마치지 못하고 자진 사임하며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결과적으로 은희석 감독 역시 첫 해인 2022-2023시즌 14승 40패(.259)로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다. 2023-2024시즌도 4승 18패(.182)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치며 3년 연속 최하위로 추락했다. 6강권인 안양 정관장(10승 12패)과는 6게임 차이였다. 또한 2022-23시즌부터 '원정 22연패'라는 또 하나의 불명예 기록을 추가하기도 했다.

물론 은희석 감독의 부임 당시부터 삼성의 전력이 하위권이라는 것은 이미 예상된 결과였다. 하지만 은 감독은 외국인 선수 코피 코번과 아시아쿼터 아반 나바 등을 영입하며 전력이 보강된 올시즌에도 별다른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프로 감독 경험이 처음인 초보 감독답게 고비마다 전술적 임기응변이 크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고, 가드진과 득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개인기가 좋은 나바를 거의 활용하지 않으면서 의구심을 자아냈다.

삼성은 여전히 노장 이정현과 김시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고, 차민석, 김진영, 이원석 등 전임 감독 시절부터 유망주들의 성장세는 기약이 없었다. 여기에 은 감독은 지난 신인드래프트에서 4순위 지명권으로 일반인 참가자인 조준희를 지명하는 기행을 선보이기도 했다.

은 감독의 사퇴 자체는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단지 감독만이 삼성의 기나긴 부진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 2000년대까지만 6강 플레이오프 단골손님이자 프로농구 명문이었던 삼성은, 2010년대 이후로는 KBL 10개 구단을 통틀어 독보적인 최저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2016-2017시즌 준우승을 제외하면 그나마 플레이오프에 나간 세 번도 모두 5위 이하의 성적에 그쳤다. 현재 진행 중인 올시즌을 제외하고도 2할대 이하의 승률로 꼴찌만 5번이었다.

잘못된 감독 선임, 리빌딩과 육성 실패-소극적인 투자에 대한 모든 궁극적인 책임은 결국 프런트와 모기업에게 있다. 삼성 농구단은 6년 연속 PO탈락, 2년 연속 최하위라는 굴욕적인 성적에도 자유계약선수(FA) 영입 등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었다. 삼성의 샐러리캡 소진율은 72.5%에 그쳐 전체 9위에 불과하다. 최하위인 한국가스공사(69.2%)가 공기업이자 재정위기라는 사정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삼성은 적극적인 투자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삼성 스포츠단을 둘러싼 위기는 농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삼성 스포츠단이 현 제일기획 체제 이후로, 농구, 야구, 축구를 막론하고 4대 프로스포츠에서 잇달아 최악의 성적을 경신하는 사태가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4대 스포츠 전체에서 잇달아 불명예스러운 이슈가 장기간 거듭되고 있다는 것은 모기업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감독 교체같은 근시안적인 미봉책만으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수원 삼성의 사례가 좋은 반면교사다. 삼성은 과연 예전의 명가로 돌아올 의지가 있는 것인지, 팬들의 질문에 답해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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