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 350만’ 한국교회 춤바람 일으킨 댄스크루 ‘마피’
“얘들아, 우리 ‘크리스천 댄스파티 동작’ 춤 함께 춰볼까?”
교회마다 연말 파티가 한창인 요즘 댄스크루 마피가 추천하는 ‘크리스천 댄스파티 동작’ 댄스를 다 함께 즐겨보면 어떨까.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60초 안팎의 짧은 영상 ‘숏츠’로 올라온 ‘크리스천 댄스파티 동작 추천’ 영상은 “흥이 절로 나는 홀리 댄싱” “교회 가면 나도 모르게 친구들과 추게 되는 춤”이라는 반응과 함께 조회수 360만을 넘기며 입소문을 타더니 교회 청소년, 청년들의 댄스 챌린지로 이어지고 있다.
영상에는 힙한 캐주얼룩 복장을 한 4명의 여성 댄스크루가 등장한다. 8박자 리듬에 맞춰 양손을 모아 기도 손 모양을 유지하며 스쿼트 자세로 위아래로 움직이는 ‘불타는 선지자 댄스’, 사단이 발밑에 있다고 생각하고 내 안에 있는 모든 화를 끌어모아 밟아주는 ‘사단 머리 밟기 댄스’ 왼손으로 성경 책을 들고 오른손으로 넘기는 ‘성경 책 넘기기 댄스’를 선보인다. 이들은 댄스를 통해 마치 “우리 크리스천도 이렇게 힙할수 있어”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들의 인생을 통치하며 댄서로 이끌어오신 하나님을 춤이라는 매개체로 즐거이 찬양하며 자랑하는 댄스크루 ‘마피’를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지하 연습실에서 만났다.
하나님의 걸작품 ‘마피’
“안녕하세요. 댄스크루 마피입니다.”
마피는 멤버 진코(고예진·26) 키코(박수진·25) 민지(김민지·25) 럭스비(최한빈·23)로 이뤄진 팀이다. 리더 진코는 “‘Master Piece of GOD(하나님의 걸작)’ ‘Maker, Pioneer, for GOD(하나님을 위해 만들고 개척하는)’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며 “크리스천 댄서라는 공통점을 갖고 모인 우리가 ‘척박한 이 분야를 개척해보자’라는 사명을 담아 2022년 결성된 팀”이라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크리스천 댄스파티 동작’에 대해 “이런 뜨거운 반응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며 “크리스천 댄서로서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는 유쾌한 콘텐츠를 찾다가 미국의 유명 인플루언서가 성경 책 넘기기 댄스 영상을 먼저 올린 걸 보고 우리가 한국인 버전으로 커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각각의 크루들은 2017, 2018, 2019년 힙합 인터내셔널 코리아(HHI Korea) 메가크루(단체전) 부분에서 1위를 수상한 실력파 댄서들이자 유명 아티스트들의 안무 디렉터, 트레이너로 활동 중이다.
네 사람은 어떻게 댄서의 세계에 발을 내디뎠을까.
진코는 어머니로부터 춤꾼의 끼를 물려받았다. 그의 소셜미디어에는 어머니와 함께 춤추는 동영상을 올리며 남다른 유전자를 뽐내오고 있다. 무대와 춤을 좋아한 민지와 럭스비는 같은 교회에서 만나 율동팀 교사로 섬기며 댄서로서의 소명을 발견했다.
럭스비는 “최근 Mnet에서 방영된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 영향으로 댄서들을 향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댄서는 ‘무대 위 스타 뒤에서 춤추는 사람’ 혹은 ‘돈 안 되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해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며 “그래도 춤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싶다는 의지는 꺾지 못했다”고 말했다.
키코는 중고등학생 시절 춤 잘 추는 ‘교회오빠’에게 반해 교회를 다니며 댄서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정작 하나님을 바르게 알지 못했다. 그의 오른팔에 새겨져 있는 문신은 풀리지 않은 외로움과 공허함이 찾아올 때면 자신을 학대하듯 새긴 고통의 흔적이라 했다.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키코는 하나님을 만났다. 2019년 교통사고를 당했을때 의사는 “앞으로 춤을 추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키코는 하나님께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
““6개월간 치료를 받으면서 하나님께 고쳐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어요. 그동안 제 춤으로 하나님을 찬양한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춤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싶다고 매달렸어요. 사고를 당하고 회복한 뒤 춤의 표현이 단단해지며 이전보다 더 춤을 잘 추게 됐어요. 은혜를 받았음에도 또 다시 괴로움에 빠져 방탕한 삶을 보냈습니다. 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며 ‘하나님 당신이 대체 어딨느냐’며 핍박했습니다.”
키코를 예배의 자리로 이끌어 준 사람은 처음 댄서의 꿈을 심어준 ‘교회오빠’였다. 예배의 자리에 나온 키코는 풀리지 않는 삶의 문제를 놓고 눈물로 하나님께 호소했다. 그때 하나님이 응답하셨고 절망 가운데서 건져주셨다. 키코는 “지금은 다윗처럼 춤추고 노래하며 하나님을 찬양하는 예배자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천 아티스트’로 산다는 것
마피의 공식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는 ‘크리스천’ 댄스크루라고 소개돼있다. 대중들이 주목하는 새로운 춤과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댄서가 종교적 신념을 드러내고 활동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이들은 신앙에 편향된 좁은 의미의 춤을 추지 않는다. 어디에 내놔도 기죽지 않을 완벽한 퍼포먼스와 춤에 대한 열정, 프로의식을 선보이다.
진코는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가 크리스천이라고 밝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약간의 제약은 있다”고 털어놨따.
그는 “댄서 분야에 크리스천이 많이 없고 또 있다고 해도 그들은 신앙을 드러내지 않고 활동을 한다. 왜냐면 아무래도 자극적인 것들이 대중들한테 먹힐 수밖에 없다. 그런 음악들은 비트도 강하고 춤추기에도 좋다. 하지만 크리스천인 걸 드러내는 순간 그 음악을 사용할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테면 샘스미스가 멋진 아티스트지만, 우리는 크리스천이기에 ‘언홀리’의 춤을 추지 않는 것과 같다. 분명히 부담되고 포기해야 할 것도 많지만, 크리스천이라고 밝혔을 때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댄서로 온전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그리스도의 강한 군사 ‘마피’
그래서일까. 마피는 선한 영향력, 열정, 진솔한 모습으로 대중을 움직인다. 자신들의 모습을 보며 같은 길을 걸어가는 크리스천 아티스트들이 댄서로, 배우로 큰 도전을 받았다고 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마피에게 댄스란 무엇일까.
민지는 “춤을 추는 것 이상이다. 영적 전쟁터인 예술계에서 하나님의 군사로 쓰임받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교회 안의 다음세대뿐 아니라 미래 사역을 이끄는 청년들에게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오랫동안 이 비전을 가지고 흔들리지 않고 하나님 찬양할 수 있는 댄스크루가 될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2024년 마피는 더 높은 비상을 꿈꾼다.
진코는 “신앙 안에서 열심히 활동하며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가겠다. 멤버도 더 늘려서 주님이 쓰시기에 강한 팀이 되겠다”며 “바람이 있다면 스우파에서도 우리 실력을 맘껏 선보이고 싶고, 래퍼 비와이와 함께 멋진 공연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댄스크루 마피의 인터뷰는 유튜브 채널 ‘더 미션’에서도 시청할 수 있습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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