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수는 한 자 한 자 글을 새기고, 시인은 그 과정을 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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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각수(刻手)들은 한 자 한 자 1000개의 글자를 나무에 새겨 책으로 엮었다.
시인은 250여일에 걸친 작업 과정을 한 자 한 자 종이에 적어 책으로 펴냈다.
이날 행사는 문화관에서 판각을 배운 시민들이 천자문을 한 자씩 새긴 뒤 교열을 보고 책으로 펴내는 작업을 마무리한 것을 축하하는 책걸이 잔치였다.
"나무에 글자를 새기는 판각이 나무에 숨겨 있던 글자를 발굴하는 일이라면, 책을 출판하는 것은 그 결과물을 세상과 나누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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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영 시인, 250일간의 땀방울 ‘나무의 문을 열다’에 담아
시민 각수(刻手)들은 한 자 한 자 1000개의 글자를 나무에 새겨 책으로 엮었다. 시인은 250여일에 걸친 작업 과정을 한 자 한 자 종이에 적어 책으로 펴냈다.
전북 전주에 있는 완판본문화관이 22일 문화관에서 ‘완판본 천자문(千字文)’과 ‘나무의 문을 열다’ 간행 기념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문화관에서 판각을 배운 시민들이 천자문을 한 자씩 새긴 뒤 교열을 보고 책으로 펴내는 작업을 마무리한 것을 축하하는 책걸이 잔치였다.
판각과 교정, 제책 등으로 이어진 이번 작업엔 24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 5월부터 뜨거운 여름을 보내며 천자문을 30∼60자씩 나무판에 새겼다. 또 가을 단풍과 함께 한 자씩 한 자씩 들여다보며 세밀한 교열 작업을 거쳤다.
책 마지막 쪽엔 1기 신갑철씨를 비롯 조승빈, 김상욱, 박계현, 김설강, 김미경, 박찬진, 노계성, 정범진, 최은희, 김 혁, 박태원, 강순오, 설동욱, 송민호, 이경훈, 이영만, 이영춘, 이찬우, 정보인, 최영란, 최인영, 김호집, 안은주씨의 이름이 새겨졌다. 이들은 대장경문화학교가 2013년부터 완판본문화관에서 실시한 전통 판각 강좌에 참여, 안준영 관장으로 부터 판각을 배웠다.
“나무에 글자를 새기는 판각이 나무에 숨겨 있던 글자를 발굴하는 일이라면, 책을 출판하는 것은 그 결과물을 세상과 나누는 일입니다.”
안준영 관장은 “작업에 참여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며 “완판본의 맥과 전통을 이어나가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장창영 시인은 이 작업 과정을 책 ‘나무의 문을 열다’에 오롯이 담아 이번 작업에 정점을 찍었다.
그는 판각 목판 제작과 인쇄, 교정, 제책 과정을 글과 사진으로 꼼꼼히 담았다. 고독하면서도 우직하게 나무에 글을 새겨 나가는 각수의 속마음이나 삶의 무게를 글 곳곳에 실었다. 또 출판과정과 용어, 나무 이야기 등을 자세하게 설명해 일반인이 판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장 시인은 앞서 2021년 문화관에서 실시한 시민강좌를 통해 판각에 눈을 떴다.
책의 머리말에 ‘판각이 끝이 아니었다’고 적은 장 시인은 “후일 책판작업을 하는 이나 서지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안 관장은 “이 책은 전주 출판문화의 생생한 기록이다. 판각과 관련해 의미 있는 책을 발간해 줘 고맙고 뜻 깊다”고 말했다.
이번 작업과 책 출판은 전주만의 자부심이 샘솟는 이야기로 평가받고 있다. 전주는 조선 후기 출판문화의 큰 축을 차지한 ‘완판본’의 본고장이자, 완판본문화관을 중심으로 그 맥과 전통을 잇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도시다.
문화관은 책 간행을 기념해 이날부터 내년 3월31일까지 기획전을 갖는다.
전주=글·사진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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