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中 범용 반도체' 때리고, 중국은 '희토류 기술' 수출금지
중국이 전략 물자인 희토류와 관련된 가공 기술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서방 국가들이 희토류를 자체 생산하려 하자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선제 조치에 나섰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앞서 시행한 갈륨·게르마늄·흑연의 수출 통제처럼 첨단 산업 공급망에서 자국을 배제하려는 미국 등을 겨냥한 '자원 무기화'로 풀이된다.
희토류 추출·정제·가공 기술 수출 첫 금지
발표와 함께 즉시 시행된 이 목록엔 ‘희토류의 추출·정제·가공 등 기술’이 새롭게 포함됐다. ‘세포 복제 및 유전자 편집’ , ‘작물 교배 우위’, ‘벌크 적재 기술’ 등 3개 항목도 추가됐다. 중국 당국이 수출을 금지한 희토류 기술은 희토류 추출·분리 기술, 희토류 합금 재료 생산 기술, 사마륨코발트(Sm-Co) 자성체 제조 기술, 희토류 붕산 칼슘 제조 기술 등 총 4가지다.
이와 관련, 상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기술 무역 관리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로 국가 경제 안보와 발전 이익 수호를 위해 긍정적인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중국 당국은 지난 10월 31일부터 향후 2년간 희토류 수출 관련 정보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미, 中 희토류 수입 의존도 74%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세계 희토류 생산의 70%를 차지했으며 가공과 정제 규모로 따지면 90%까지 올라간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금속인 네오디뮴의 경우 89%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올 11월까지 중국의 희토류 수출량은 5만3867톤으로, 미국의 중국산 희토류 수입 의존도는 2021년 기준 74%에 달했다.
"중국 외 희토류 가공 산업 좌절 목적"
최근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중국산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생산·가공 능력의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엠피머티어리얼스(MP Materials)는 올 3분기 첫 희토류 가공 공장을 가동해 50톤의 네오디뮴 산화물을 생산했다.
미국 국방성의 지원을 받는 유코어레어메탈스(UCU)는 이날 희토류 처리 기술을 테스트하기 위한 시설의 시범 운전을 마쳤다. 미국 와이오밍 주에서 희토류 가공시설을 개발 중인 '아메리칸 레어 어스' 의 돈 스와츠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중국은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 경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중국 수출 통제 강화...지정학적 위기 고조
앞서 중국은 지난 8월 첨단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갈륨과 게르마늄 관련 품목의 수출 통제에 들어갔다. 지난 1일엔 흑연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도 내놨다. 잇따른 중국의 자원·기술 수출 통제 조치를 두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모두 중국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제조 기술의 핵심 물자들”이라며 “세계 중요 자원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이날 미국 상무부는 21일(현지시간) 내년 1월 미국의 자동차, 항공·우주, 방위산업 등에 해당하는 100개 이상의 기업들의 범용 반도체 조달 실태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조사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산 범용 반도체를 얼마나 쓰고 있는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이를 두고 지난해 10월 시작된 첨단 반도체에 대한 수출통제에 이어 미국이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규제 범위를 범용 반도체로 확대하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 영향 제한적...공급망 다변화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의견수렴을 거쳐 올해 확정하겠다고 예고했던 사안이고, 희토류 수출 자체에 대한 금지는 아니기 때문에 국내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국내 희토류 영구자석 생산 기업도 이미 관련된 기술을 확보한 상태라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희토류에 대한 대중 의존도가 높은 만큼 사전 대응을 위한 공급망 다변화는 지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중국의 희토류 기술 수출금지 등에 대한 영향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면서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베트남과 몽골 등 자원 보유국과 희토류 탐사, 친환경 기술개발 등 협력을 강화하고 희토류 공공 비축 물량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며 "또 희토류 1년 비축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사전 대응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나성현 기자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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