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돌'보다 높았던 경쟁력, '홍김동전' 폐지가 불러온 후폭풍
[김상화 기자]
▲ KBS 2TV <홍김동전>의 한 장면 |
ⓒ KBS |
KBS가 연말 축제인 연예대상 시상식 개최를 앞두고 일부 프로그램 폐지를 발표했다. 지난 18일 <홍김동전>의 폐지가 공식화된 데 이어 <옥탑방의 문제아들> 역시 내년 1월 중순 폐지가 결정됐다. 최근 몇년 사이 KBS 예능과 드라마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연이은 프로그램 종영 소식이 전해지면서, KBS 예능에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공식적인 폐지 사유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은 해당 프로그램들의 낮은 시청률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업계 표현으로 "인풋(제작비) 대비 아웃풋(수입)이 나오지 않으면 (프로그램) 폐지"라는 공식이 이들 예능에도 적용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문제는 평일 예능의 연이은 종영을 대체한 새로운 방안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새 예능 등장에 대한 언급은 아직 없는 상태인데다 이전까지도 변변한 신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KBS가 과연 두 프로그램의 빈 자리를 성공적으로 메울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 KBS 2TV <홍김동전>의 한 장면 |
ⓒ KBS |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이들은 최근 포털 사이트에 자발적으로 팬카페를 만들면서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홍김동전>의 애청자들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21일은 <홍김동전>이 방영된지 500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이날 방송에서 멤버들은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마련한 '김숙 캠핑'을 통해 다시금 동전의 앞, 뒷면에 운명을 맡기기로 했다.
겨울 캠핑의 재미 vs. 예능 본부장님과의 머쓱한 만남이라는 극과 극 겨울 맞이로 유쾌한 웃음을 선사했지만 화면을 지켜보는 내내 무거운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제 남은 회차는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홍김동전> 열혈 팬들에겐 가슴 아픈 현실로 다가왔다.
공교롭게도 이날 방영분 말미에는 전국뿐만 아니라 해외 각지에서 쏟아진 시청자들의 손 편지 내용을 소개하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애틋한 마음이 담긴 편지에 멤버들은 눈시울을 붉히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어 내년에도 더 좋은 웃음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지만 '폐지'가 확정된 현 시점에선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되고 말았다.
▲ KBS 2TV <홍김동전>의 한 장면 |
ⓒ KBS |
잘 알려진 것처럼 <홍김동전>의 시청률은 높지 않은 편이다. 1%대 수준(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미미한 수치는 언제든 폐지가 이뤄진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기록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OTT 공간에선 사정이 좀 달라진다. 지상파 3사의 콘텐츠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웨이브(WAVVE)의 2023년 연말 결산에서 <홍김동전>은 인기 예능 Top 50 중 당당히 18위로 이름을 올렸다.
KBS 예능 프로그램 중 20위 이내에 이름을 올린 건 < 1박2일 >(10위), 그리고 <홍김동전> 단 2편 뿐이다. 더군다나 이 순위는 전체 시즌 방영분 재생수를 모두 포함한 것이기에 2년도 안 되는 역사를 지닌 <홍김동전>으로선 상당히 선전을 펼친 셈이다. 동일 채널의 장수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보다 더 좋은 성적을 보일 정도로 OTT 공간에서 만큼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지가 결정되면서 여기저기서 아쉽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잦은 방영일 변경, 결방 등을 겪으면서 고군분투한 프로그램이다보니 몇몇 시청자들은 본방 사수 대신 OTT 다시보기 혹은 유튜브 편집 영상으로 <홍김동전>을 시청해왔지만 이젠 이 마저도 불가능해졌다.
▲ KBS 2TV <홍김동전>의 한 장면 |
ⓒ KBS |
문제는 폐지된 빈 자리를 메울 대안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KBS에서 방영되는 예능의 상당수는 최소 10년 이상 방영된 장수 프로그램들로 채워져 있다. 이렇다보니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다던지 색다른 화제 몰이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신규 프로그램의 안착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지난 몇년 사이 변변한 새 예능의 등장은 이뤄지지 못했다. 어렵게나마 입소문을 탄 <홍김동전>이 그 역할을 맡아줄 것이라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폐지라는 수순을 밟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KBS는 인건비 1000억 원 이상 삭감을 공식화하면서 내년 이후 긴축 재정을 예고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직간접적으로 각종 프로그램 제작에도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기존 제작 인력의 이탈(타회사 이직)뿐만 아니라 신규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 축소 등 부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자칫 인건비 및 제작비 축소가 프로그램 제작 위축, 예능 방영 편수 감소, 시청자 이탈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도 있다.
<홍김동전>의 갑작스런 폐지 발표는 어찌보면 KBS 예능의 현 주소를 고스란히 반영한 점에서 안타까움 그 이상의 감정을 유발시킨다. 한겨울 입수도 기까이 자청했던 멤버들의 투혼도, 동전의 앞, 뒷면 선택도 결국 <홍김동전>의 운명은 바꾸지 못했다.
덧붙이는 글 |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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