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금융관치가 낳은 벌금 2조원의 부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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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의 대출 원리금 상환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금융 당국은 횡재세 대신 18개 은행의 2022년 당기순이익의 10%에 해당하는 2조원 상당을 재원으로 2023년 말 기준 금리 4%를 초과하는 기업대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85만원씩 돌려주는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만약 대통령의 지적처럼 자영업자들이 고리의 대출 이자를 갚느라고 은행의 종노릇을 했다면, 그것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정한 여신금리 체계와 여신관리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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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의 대출 원리금 상환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금융 당국은 횡재세 대신 18개 은행의 2022년 당기순이익의 10%에 해당하는 2조원 상당을 재원으로 2023년 말 기준 금리 4%를 초과하는 기업대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85만원씩 돌려주는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187만명의 자영업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만큼, 이번 자영업자 대책은 큰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책은 적합성이 없으며, 금융대책 방법으로도 타당성이 낮다. 이번 자영업자 대책은 전형적인 ‘관치’대책이다. 금융 당국은 ‘횡재세’ 제정을 반대하고 상생금융의 형식을 선택했으나 은행들의 입장에서는 2조원의 ‘특별 벌금’을 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은행들은 자영업자들의 형편이 어려운 만큼 국가 경제를 위해 상생금융에 출연하고 국민들로부터 칭찬받는 것은 고사하고 대통령으로부터 ‘자영업자들을 종노릇시켰다’는 질책을 받은 죄로 사실상 벌금을 내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은행들이 감히 금융 당국이 법규와 지침을 어기면서 과도한 금리를 받은 사실이 있는가. 정부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들에게 금융지원을 요구했을 때 은행들이 거부한 적이 있는가. 은행들이 금융당국이 요구한 대로 자영업자 대출을 취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횡재를 했다면, 그 책임은 은행들보다 금융 감독 당국에 있다.
코로나 기간 중 자영업자를 지원하고 만기 연장, 원리 유예 등 정부가 하라는 대로 했다. 만기를 5년 연장하라면 연장하고, 금리를 재조정하라면 또 그렇게 했다.
만약 대통령의 지적처럼 자영업자들이 고리의 대출 이자를 갚느라고 은행의 종노릇을 했다면, 그것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정한 여신금리 체계와 여신관리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자영업자 대책은 금융 관치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책으로 자영업자 문제의 큰불을 끌 수 있다면 문제 해결의 절박성에 비추어 납득할 수 있다. 과연 이번 대책이 자영업자 문제 해결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자영업자 대출 문제의 핵심은 자영업의 과밀구조와 자영업의 장기침체에 있다. 2019년 말 대비 2023년 6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은 358조원이 증가했다. 이 중 다중채무자의 대출은 274조원 증가했다. 이것은 자영업자들이 코로나 3년간 매년 거의 100조원의 빚으로 버티어 왔으며, 자영업자 대출 문제의 핵심이 다중채무자 문제임을 보여준다.
한편 서비스업 총지수는 지난 10월 기준 4년 전인 2019년 10월보다 11.4% 상승했으나, 대표적인 자영업종인 음식료 소매업은 27% 감소했다. 자영업 시장 규모가 대략 4년 전보다 20% 감소했지만 자영업자 수는 25% 증가한 결과로 업체당 매출 규모는 2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결과로 코로나 팬데믹 종결 후 정부의 지원대책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위험은 현저하게 커지고 있다. 더구나 저성장과 양극화의 진행으로 장기적으로 자영업의 업황이 개선될 가능성은 작다. 즉 자영업자 대출 부실 문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따라서 자영업 구조조정을 수반하지 않는 금융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새출발기금’의 역할이 중요하며, 은행들의 상생금융 출연도 ‘새출발기금’을 확충하는 데 투입되는 것이 타당하다. 한마디로 1인당 85만원의 현금 배포는 내년 총선용 대책으로는 타당할지 모르나 자영업자 금융 대책으로는 잘못된 선택이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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