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컬처]부모가 행복하면 아이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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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는 10년 전쯤 동네의 배드민턴 클럽에서 만났다.
아이들을 신경 쓰지 말고 근처 배드민턴 클럽에 나가 보라고.
나는 외부 일정이 많아 집에 늦게 가는 일이 계속 많아졌으나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배드민턴 클럽으로 나갔다.
아이들은 이제 배드민턴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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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낳고 취미생활 포기했다가
아이와 함께 다시 운동, 행복 두배
아내와는 10년 전쯤 동네의 배드민턴 클럽에서 만났다. 배드민턴 치는 사람들을 멍하니 구경하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나를 발견했고 얼떨결에 신입회원이 되었다. 어린 시절 동네 약수터 옆 야외 코트에서 아버지와 주말이면 배드민턴을 쳤다. 그때는 멀리 세게 보내는 것만 생각했는데, 클럽 배드민턴이라는 것은 사람이 받지 못하게 공을 보내야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 환갑이 넘었을 할머니 두 분이 나에게 시합을 하자고 말했을 땐 설마 저분들께 지겠나 싶었지만 21:3 정도로 졌던 것 같다. 나는 여기저기 뛰어다니는데 그분들은 거의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말도 안 되게 셔틀콕을 여기저기 보냈다. 그분들을 이기는 데는 두어 달의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 이겼을 때, 나라라도 구한 것처럼 기뻤다.
그 클럽의 남자부 막내가 나였고 여자부 막내가 내 아내였다. 친해졌고, 결혼했고, 아이가 생겼다. 결혼하고부터는 배드민턴을 친 일이 없다. 그렇게 좋아하던 운동을 끊었다. 아이를 돌봐야 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아이와 떨어질 수 없었고 나는 아이를 부양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아이가 두 살이 되었을 즈음에 아내는 몇 번 운동하러 나가기도 했지만 곧 그만두었다.
아이들은 벌써 10살과 7살이 되었다. 여전히 하고 싶은 대부분의 일들이 그들에게 잡아먹힌다. 무엇도 할 수 없을 것만 같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서는 부모의 희생이 필요하다. 어떤 말이 앞서든 그건 삶이고 실제이고 현실이다.
얼마 전 아내에게 말했다. 아이들을 신경 쓰지 말고 근처 배드민턴 클럽에 나가 보라고. 아이들을 두고 어떻게 가느냐고 해서,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려 하면 부모가 불행해질 수밖에 없고 부모가 행복해지면 아이들도 행복한 부모를 보고 행복해질 것이라고 했다. 나는 외부 일정이 많아 집에 늦게 가는 일이 계속 많아졌으나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배드민턴 클럽으로 나갔다. 처음에는 운동하러 가서 아이들을 돌보는 게 힘들다고 그만두고 싶다고 했으나, 그래도 오랜만에 사람들과 게임을 하니 즐겁다고 했다. 나는 아내에게 아이들이 가서 게임을 하든 만화책을 읽든 그냥 두라고 했다. 아이들이 칭얼거리면 ‘엄마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 너희도 하고 싶은 일을 해’라고 말해 주라고 했다.
몇 개월이 지났다. 아이들은 이제 배드민턴을 친다.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은 둘 다 배드민턴 용품이 되었다. 아내는 어느 때보다도 조금은 더 행복해 보인다. 그런 그를 보고 아이들도 함께 자연스럽게 배드민턴을 친다. 나도 일을 줄이고 일찍 집에 가서 일주일에 한두 번은 함께 배드민턴 클럽으로 간다. 아내가 게임을 하는 동안 두 아이를 앞에 두고 셔틀콕을 쳐 준다. 내 아버지가 그랬든 쉽게 받을 수 있게 그들에게 공을 보낸다.
아이들의 행복을 바라지만 그들의 행복을 위해 살지 않을 것이다. 내가 힘껏 행복하면 그들도 행복한 부모를 한 개인으로 존중하며 따라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과 함께다. 아내가 계속 배드민턴을 치면 좋겠다.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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