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책]‘늙지 않는 뇌의 비밀’ 외 5권
◆늙지 않는 뇌의 비밀=혹시 예전보다 의욕이 많이 떨어지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가. 세상일에 좀처럼 흥미가 생기지 않고 감정 조절이 어려운가. 일본의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이런 증상을 의욕을 관장하는 뇌 전두엽이 퇴화하는 신호라고 경고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증상은 40대 이후 우울증과 무기력증의 원인이 된다. 대뇌 30%를 차지하는 전두엽은 대체로 25세에 완성되지만, 40대부터 크기가 줄면서 퇴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도 증상 악화의 원인으로 짚는다. 홀로 있는 시간이 공감 능력과 사회성에 악영향을 끼쳐 우울증 환자와 묻지마 범죄가 늘었다는 주장이다. 위축된 뇌를 회복할 수는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소개한다. 운동, 단백질 섭취 등 익숙한 해법을 임상 사례와 함께 소개한다. (와다 히데키 지음·포텐업)
◆매우 산만한 사람들을 위한 집중력 연습=갈수록 집중력 저하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통신 기술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늘 무언가와 항상 ‘연결’된 상태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로 진단받는 수도 급증하고 있다. 증상은 다양하다. 주변에 시선을 빼앗기거나, 정리 정돈이 안 되거나, 파편화된 생각을 연결 짓지 못하거나, 감정조절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실리콘밸리의 인재들도 마찬가지다. 10년간 실리콘밸리에서 성인 ADHD를 상담해온 저자는 뇌의 실행 기능인 ‘정신적 코어 기술’을 소개한다. ‘주의력·집중력, 정리·계획 수립, 정신적 유연성, 감정 조절, 충동 억제’라는 이 다섯 가지 기술을 운동처럼 단련하라는 조언이다. 저자는 증상 관리법만 알면 병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강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전한다. (필 부아시에르 지음·부키)
◆정신머리=“너는 너만의 말로 지은 집에서 홀로 살 것이다.” 시인에게 이 말은 축복이자 저주다. 시인은 삶의 현장에서 보고, 들을 모든 말·글·이미지를 자신만의 자장으로 변주해 시에 담는다. 때로는 금지된 통념을 뒤집기도 한다. 시로서 자신의 관점을 호소하기도 협박하기도 한다. 이때 시인은 ‘말의 집’에 갇힌 자일 수도, 자신에게 스스로 축복을 내린 자일 수도 있다. 올해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으로 머뭇거림 없이 시적 주체를 설파하는 ‘자신만의 시론’이 큰 호평을 받았다. 글이라기보다 텍스트 형태의 이미지로 먼저 읽히는 묘미가 돋보인다. 시인은 집이자 감옥인 세상에서 함께 저주하고, 꿈꾸고, 사랑하자고 권한다. (박참새 지음·민음사)
◆철학자와 늑대=늑대를 반려동물로 들여 11년을 함께한 철학자의 에세이다. 1990년대 늑대 사육이 불법인 상황에서 늑대를 개로 속여 키운 저자. 그 동거 과정에서 저자는 지성과 도덕성의 가면을 쓴 인간의 진짜 얼굴을 조명한다. 인간의 민낯은 무엇일까. 저자는 상대를 이용하고 계산하는 인간의 모습을 계산하지 않는 늑대의 모습과 대비시킨다. 그러면서 ‘진정한 나’는 계략을 짤 때가 아니라 계략이 실패했을 때 남겨진 나이고, ‘가장 중요한 나’는 교묘한 꾀를 부려 남을 속이고 기뻐할 때가 아니라 그 교묘한 꾀에 스스로 속아서 버려진 나라고 주장한다. 모든 것이 사라진 후에 덩그러니 남겨진 모습을 통해 때로는 문명이 자연보다 더 야만적일 수 있음을 강조한다. (마크 롤랜즈 지음·추수밭)
◆명작은 시대다=정비석의 ‘자유부인’부터 한강의 ‘채식주의자’까지, 한국 소설의 지난 50년을 아우르며 소설이 비춘 시대의 단면에 주목한다. “당대에 대중들의 열광을 끌어내고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그럼으로써 시대의 공기를 담아내고 시대의 민감한 센서가 되었던 소설”을 소개한다. 출간 순서대로 소개하는 30편의 소설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발견하는 것도 재미다. 자유부인, 소시민, 무기력한 지식인. 호스티스, 욕망하는 여성, 싱글 레이디, 백수, 저임금 노동자 등이 우리 사회가 품었던 ‘뜨거운 열망’을 되돌아보게 한다. (심진경 외 1명 지음·난다)
◆신을 죽인 여자들=저마다 다른 종교적 신념을 지닌 구성원으로 인해 한 가족이 붕괴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작품은 30년 전 마을 공터에서 토막 난 채 불에 탄 소녀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희생자는 하느님의 보살핌 아래 산다고 생각했던 사르다 가족의 셋째 딸. 가족이 산산조각 난 가운데 사건마저 미제로 종결된다. 아버지 알프레도는 30년간 홀로 범인을 추적하지만 끝내 범인을 찾지 못하고 병사하는데, 이후 광신도 어머니와 얽힌 사연이 알려지며 진실의 문이 열린다. 사회 압제가 여성을 어떻게 구속하는지, 종교가 개인에게 어떤 합리적 명분을 제공하는지 등을 조명한다. ‘왜 죽을 수밖에 없었는가’란 질문을 통해 장르적 재미 이상의 메시지를 전한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푸른숲)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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