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범용반도체 조사 착수…日기업 US스틸 인수도 심사키로
미국이 미국 내 핵심 기업의 중국산 저가 범용 반도체에 대한 사용 의존도를 조사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첨단 반도체에 대한 수출통제에 이어 미국이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규제 범위를 범용 반도체로 확대하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상무부는 21일(현지시간) 내년 1월 미국의 자동차, 항공·우주, 방위산업 등에 해당하는 100개 이상의 기업들의 범용 반도체 조달 실태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조사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산 범용 반도체를 얼마나 쓰고 있는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이날 “미국의 범용 반도체 공급망을 위협하는 외국의 비시장 조치를 해결하는 것은 국가 안보의 문제”라며 “지난 몇 년간 중국은 자국 기업의 범용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면서 미국 기업과의 경쟁을 가로막는 등 우려스러운 행동을 해왔다”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특히 “이번 조사는 우리의 다음 행동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중국산 범용 반도체에 대한 관세부과 등 무역조치가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 통신은 상무부 당국자를 인용해 “러몬도 장관이 언급한 ‘행동’은 과세와 다른 무역 수단이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7일 발표한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를 시작으로 중국이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군대를 현대화하는 데 필요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 이후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구형 범용 반도체 분야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왔다.
이와 관련 미 상무부 당국자는 블룸버그에 “일부 중국 반도체회사들이 저가 물량공세로 경쟁사들을 끌어내리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철강과 태양광 산업뿐 아니라 범용 반도체에서도 중국 기업의 미국 공급망 장악을 막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 백악관은 일본제철이 미국의 철강기업인 US스틸을 인수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은 긴밀한 동맹국 기업일지라도 외국 기업이 상징적인 미국 기업을 사는 것이 국가안보와 공급망 신뢰성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US스틸 인수와 관련해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차원의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CFIUS는 외국인의 미국기업 인수·합병 등이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해 시정 조치를 요구하거나 대통령에게 거래 불허를 권고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날 성명에서 브레이너드 위원장은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철강기업을 중국과 다른 국가의 불공정하고 시장을 왜곡하는 무역 관행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행동해왔다”고 밝혔다. 공급망 문제에 관한 한 중국뿐 아니라 동맹국에도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뜻을 비춘 것으로 풀이된다.
US스틸의 매각과 관련해선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주 등 과거 철강산업의 중심지였던 ‘러스트 벨트’로 불리는 지역의 정치인들과 철강노조(USW) 등이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브레이너드 위원장은 “바이든 대통령은 철강노조 조합원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노동자라고 생각한다”며 이날 발표가 US스틸 매각에 반대하는 진영을 의식한 조치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외교가에선 이번 적격 심사가 중국 견제를 위해 필요한 동맹국인 일본 기업의 US스틸 인수 자체를 막는 데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거란 관측이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날 통화에서 “중국에 대한 조치와 달리 US스틸 인수와 관련한 조치의 배경엔 정치적 목적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바이든 정부도 US스틸을 조속히 매각해 경영을 정상화하는 쪽이 오히려 유리하다는 점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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