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에 글 배워 풀어낸 시집 ‘나, 있는 그대로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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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공부하는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 강당에서 만학도 서경임(76‧여, 중3) 시인의 시집 '나, 있는 그대로 지금처럼' 출판기념회가 지난 20일 열렸다.
다섯 살 때 고아가 돼 이집 저집을 전전하며 자란 서경임 시인은 결혼 후 오십여 년을 오일장에서 생선을 팔았다.
서경임 시인은 중학교 입학 후 1학년 담임교사인 김광복(한문) 선생에게 "나 죽기 전에 꼭 자서전을 쓰고 싶다"는 소원을 말했던 것이 시집 출간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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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때 고아가 돼 이집 저집을 전전하며 자란 서경임 시인은 결혼 후 오십여 년을 오일장에서 생선을 팔았다.
칠십에 우연히 알게 된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에 입학, 초등문해반에서 한글을 배우기 시작해 지금은 초등과정을 마치고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남편과 함께 늦깎이 만학의 길을 걸으며 평생소원이던 자서전을 쓰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됐다. 자신의 험난했던 인생 여정을 글로 남기고 싶었던 것이다.
서경임 시인은 중학교 입학 후 1학년 담임교사인 김광복(한문) 선생에게 “나 죽기 전에 꼭 자서전을 쓰고 싶다”는 소원을 말했던 것이 시집 출간으로 이어졌다.
김광복 선생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때 그 감정을 놓치지 말고 기록해 두시라”고 당부했고, 그렇게 시작된 2년여의 글쓰기로 시집이 완성됐다.
이번에 출판된 시집 ‘나, 있는 그대로 지금처럼’은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목포시의 후원으로 재단법인 향토가 발행했다.
재단법인 향토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는 어린 시절 여러 가지 이유로 배우지 못한 이들이 뒤늦게 공부하고 있으며, 학비는 전액 지원되는 2년제 중‧고등학교다.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는 현재 2024학년도 초․중․고 신입생을 선착순 모집하고 있다.
천둥이 2
이름도 호적도 없는 15년 세월
세상에 태어나 아버지 이름 입에 올리지 못하고
기억 없는 얼굴
세 살배기 그 이름을 아시나요.
홀로 가족의 가장이 된 엄마는
낮에는 바다에 나가 굴 따다 시장에 팔며
밤새도록 손수 옷을 지어 식량으로 바꾸어 끼니 때우며
숨 돌릴 새 없이 고생만 하시다
갑작스러운 병으로
엄마마저 떠나보내고
기약 없는 이별의 고아가 된 나는
혼자서 감당하기에 너무나도 어린 나이 여섯 살.
어느 곳에 의지할 곳 없어.
나는 길거리 오고가는 사람 붙잡고 울며불며 매달려
무엇이든 시켜만 주신다면 평생 이 은혜 잊지 않겠노라고
아무 것도 바라지 않아
입만 먹여주고 잠만 재워 달라고
손이 발이 되게 빌어
딸 다섯에 아들 하나 있는 집.
가시밭길인데도 몸 기댈 곳이 있다는 게 감사했습니다.
혼자서는 제 몸 하나 못 가눌 고무줄 같이 부드러운 허리에
맷돌같이 무거운 아기, 뜨거운 오줌, 여름이면 벌침같은 땀띠.
맨살끼리 화롯불 같은 열기 참아내며
하루하루가 악몽 같은 타향살이
꼬막쭈기 같은 손으로 밤새 콩 까서 밥 짖고 빨래하고 나면
닭 울며 동도 트기 전에 소 깔 베어놓고
여기서 쫓겨나면 갈 곳 없어.
항상 마음 조이며 아침을 점심삼아 된장이 전부였고
고구마 나물죽
부실한 나는 나무하다 돌부리에 넘어져 깨지고 피가 나도
아파할 새 없이 물 한 모금에도 눈치 보며
눈에 눈물 안 밴 날이 하루도 없었습니다.
만고풍상을 온 몸으로 다 때웠으니 이름 없는 서러움
그 누구도 대신 할 수 없어.
부모 같은 이장님. 예쁜 이름 지어주셔서
지금은 학교에서 매일같이 출석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단 한 순간도 잊어본 적 없는 고마우신 이장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목포=신영삼 기자 news03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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