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띄우기 나선 국힘, "'운동권 정치' 물리칠 분"
[곽우신, 류승연, 남소연 기자]
▲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 남소연 |
"운동권 정치를 물리칠 분이다."
국민의힘이 새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지명한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을 적극적으로 '이미지 메이킹'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주류를 '86(1980년대 학번, 1960년대 태생) 운동권'으로 규정하면서, 한동훈 전 장관을 이들과 싸울 투사로 내세운 것. 야권에서 한 전 장관에게 '윤석열 정권의 황태자'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 프레임을 씌우자 일종의 반격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한동훈 '띄우기'에 나선 셈이다. 민주당 역시 물러서지 않고, 한 장관을 향한 비판의 날을 바짝 세우고 있다.
윤재옥 "한동훈, 86 운동권 정치 물리칠 잠재력 가진 분"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2일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한동훈 비대위원장 후보는 우리 국민의 힘이 맡고 있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여러 장점을 가진 분"이라고 재차 추켜세웠다.
그는 "우리 정치는 지금 86 운동권 출신이 주도하고 있는 진영 정치와 팬덤 정치, 그로 인한 극한 정쟁으로 질식 상태에 빠져 있다"라며, 특히 "나라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 나아가고 있는데 정치는 아직도 1980년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윤 원내대표는 "한동훈 후보는 젊음과 새로움으로 우리 정치에서 수십 년 군림해 온 운동권 정치를 물리치고 탈 진영 정치, 탈 팬덤 정치 시대를 열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며 "어제와 전혀 다른 정치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도 주장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한 장관이 1973년생임을 강조해 분석한 <뉴시스> 기사를 공유하며 "비대위부터 세대교체 건의한다. 비대위원 전원을 70년대 이후 출생자로 채우자"라고 주장했다. "586 정당 민주당을 국민의힘 789 세대(1970~1990년대생)가 심판하자!"라는 제안이었다.
그는 "비대위원 전원을 70년대 이후 출생자로 채운다면 당의 달라진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다"라며 "독재시대가 오래전 끝났는데도 여전히 과거팔이만 하는 586 정당 민주당을 더 젊고 참신한 (19)70·80·90년대생 789 정당이 심판하는 것"이라고 전선을 제시했다.
하 의원은 "이번 총선의 승부처는 결국 수도권"이라며 "비대위 구성부터 달라진 우리 당의 모습을 국민에게 제시하자. 그래야 청년층과 중도층의 마음을 얻어 수도권 승리도 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 남소연 |
반면, 민주당의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믿을 건 한동훈밖에 없고, 믿을 건 검사밖에 없으니, 박힌 돌 빼내고 굴러온 검사 공천을 해야 (윤석열 대통령) 퇴임 전후 안전 보장을 받으니, 무리한 칼질과 검사 꽂기가 횡횡할 것으로 예측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과 수도권에는 룸(공간)도 없고 가망이 없으니, 영남의 안전한 곳에 검사 낙하산 투하를 하면 영남 의원들이 가만히 앉아서 당할 것 같지는 않다. 영남 혈투가 볼 만할 것 같다"라며 "영남 피바다 비대위"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특히 "윤석열 아바타"라고 그를 지칭하며 "논리와 합리가 실종된 윤 대통령 친위 비대위로 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라고도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한동훈 장관이 전날 퇴임하며 "9회 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면 원하는 공이 들어오지 않아도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애매해도 후회없이 휘둘러야 한다"라고 말한 점도 꼬집었다(관련 기사: '정치인 한동훈'의 탄생... 미래, 서민, 약자, 승리 열거 https://omn.kr/26u5e).
그는 "자기 팀이 이기고 있으면 9회 초에 끝나는 건데, 9회 말 상황이면 자기 팀이 지고 있다는 것을 일단 시인한 셈"이라며 "9회 말 2아웃 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보통 '초짜' 대신 경험 있는 노련한 백전노장을 대타로 내보낸다"라고 지적했다. 그의 '정치 경험'이 없음을 비판한 것이다.
이어 "대타로 초짜 연습생을 내보냈다가 헛스윙 아웃되고 경기를 망치면 감독도 경질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두기 바란다"라며 "윤석열 정권이 다급하긴 다급한가 보다. 찾아도 찾아도 없으니 한동훈을 등판시킨 것 같은데 밑천이 다 드러났다"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비대위'가 실패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여당 일각 불편한 시선 "이럴 줄 알았으면 눈치 없이..."
한편, 여당 내에서는 이번 '한동훈 비대위'에 대해 약간의 불편한 시선도 감지된다. 한동훈 장관 기용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던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먼저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라며 "이럴 줄 알았으면 비대위원장 논의 과정에서 다른 소리를 눈치 없이 안 내는 건데 살짝 후회가 된다"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그는 "그러나 한동원 비대위 체제는 당 내에 다른 목소리까지 과감하게 포용해서 함께 하리라고 생각한다"라며 "저도 한동훈 비대위가 성공하고 또 국민의 힘이 내년 총선에서 압승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윤재옥 원내대표는 웃으며 "이용호 의원, 후회 안 하셔도 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왜냐하면 제가 반대 의견을 가진 분들이 충분히 말씀하실 수 있는 그런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을 했고, 또 반대 의견을 내신 분들 의견도 다 녹여서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의견을 주신 분들 모두를 우리 당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쪽으로 갈 것이다. 후회 안 하셔도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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