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한중관계 해빙기 올까..尹 2기 외교기조 변화 촉각

구채은 2023. 12. 22. 11: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태열 후보자 ‘한중 중요’ 발언 기점
윤석열 정부 대중 외교 전환 가능성
한중 고위급 교류 위한 조율 진행 중

“한중관계도 한미관계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을 계기로 윤석열 정부 대(對)중 외교 기조가 바뀌는 것인지 주목된다. 그간 윤석열 정부는 ‘당당한 외교, 튼튼한 안보’를 기치로 “중국에 할 말은 한다”는 태도를 견지해왔다. 대만해협, 남중국해 이슈에 대해서도 중국을 자극하는 민감한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이런 외교가 급변하는 G2(미국·중국) 헤게모니 구도에 유리하지 않다는 비판은 외교가에서 줄곧 제기돼왔다. 미중, 중일은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관계 개선에 물꼬를 텄다. 한·미·일 공조만 믿었다가, 한국 혼자 수세에 몰릴 수도 있는 형국이다.

22일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는) 처음부터 중국을 경시한 적이 없다. (문재인 정부 당시) 소원해진 한미동맹에 보조를 맞추려다 보니 그런 것”이라면서 “중국은 자신을 수천 년의 문화국으로 생각하는데 북·중·러로만 묶이는 것을 불편해한다. 우리가 외교적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 기조의 변화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대중 외교의 변화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발언이다.

부산→선전, 한중 외교 채널 교류 이어져

한중 교류는 지난달 26일 왕이 외교부장의 부산 방문에 이어 19일 중국 선전에서 진행된 한중 국장급 협의까지 후속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중 고위급 교류는 물밑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재개나 시진핑 주석의 방한 등이 가시화되진 않았지만, 변곡점은 만들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재우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은 “선전에서의 한중 국장급 협의를 지렛대로 경제고위급 전략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면서 “미·중 관계가 개선된 데 대한 낙수효과를 한중관계에 활용할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글로벌 공급망 이합집산 상황에서 국익을 우선으로 대중 관계를 유연화고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라고 했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해외 투자 유치가 절실해진 중국은 주변국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다. 호주가 대표적이다. 2018년부터 무역 갈등을 빚으며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최근 화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진핑 중국주석과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의 정상회담이 기점이 됐다. 호주 외교장관과 통상장관 등이 잇따라 방중해 양국 무역 관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은 석탄과 목재 등 그동안 수입을 제한했던 호주산 제품에 대한 수입을 재개했다.

중일 관계도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해빙 국면이다. 양국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문제, 일본의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 중국의 일본인 구속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해외투자 유치가 절실한 중국이 ‘전략적 호혜’를 위해 정상회담에 응했다.

공급망 복원 지렛대로 관계 개선…북한 변수는 지속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중 사진(2019년).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건배하는 모습.(자료=연합뉴스)

한국은 반도체, 2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핵심 품목의 최종 생산·제조국으로서 중국과 관계를 회복할 수단을 갖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윤 정부가 강조해온 자유·인권·법치를 기반으로 한 ‘가치 외교’의 구호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제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언제든 이합집산이 가능한 구조로 외교를 봐야 한다는 관점이다. 이 교수는 “윤 정부의 ‘가치 외교’ 중심 접근법으로는 한중 밀착이 쉽지 않다”면서 “신냉전 구도로 동북아정세를 파악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문제는 북중 관계다. 중국이 ‘북한의 후견국’으로서의 위치를 고집하는 한 담대한 구상을 대북정책 기조로 선언한 윤 정부와 가까워지는 데 한계도 분명하다. 중국과 북한은 2018년 이후 다섯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APEC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9월엔 중국이 보낸 탈북자 강제 북송에 대한 입장에서 “북한에서 대규모 인권 침해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영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 연구위원은 “중국은 신냉전의 진영화 논리를 우회하면서, 북한을 거점으로 동북아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외교정책을 내년에도 이어나갈 전망”이라고 관측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