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반복되는 지역구 예산 챙기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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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살펴보지도 않고 지역구 예산 챙기기라고 비판해서 화가 났다. 그런데, 기사 쓴 기자는 자기 딴엔 챙겨준 것이라고 하니 이게 무슨 말인가 했다."
어렵게 예산안을 처리했는데 지역 관련 사업이 증액된 것을 거론하며 '지역구 챙기기'라고 비판하는 언론에 처음엔 못내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 일화가 다시 생각난 것은 내년도 예산안이 처리된 뒤 여야 실세 의원들이 지역구 사업으로 얼마씩 챙겼다는 소식을 접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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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살펴보지도 않고 지역구 예산 챙기기라고 비판해서 화가 났다. 그런데, 기사 쓴 기자는 자기 딴엔 챙겨준 것이라고 하니 이게 무슨 말인가 했다."
몇 년 전 예산안 처리 직후 한 국회의원으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그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 위원으로 예산안 심사에 마지막까지 관여했었다. 어렵게 예산안을 처리했는데 지역 관련 사업이 증액된 것을 거론하며 ‘지역구 챙기기’라고 비판하는 언론에 처음엔 못내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챙겨줬다’는 말뜻을 이해하게 된 그는 결국 그 기사를 자신의 의정활동을 홍보하는 자료에 담았다.
이 일화가 다시 생각난 것은 내년도 예산안이 처리된 뒤 여야 실세 의원들이 지역구 사업으로 얼마씩 챙겼다는 소식을 접한 뒤였다. 사실 이 지적은 해마다 반복되는 얘기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정부안보다 증액된 사업과 해당 지역구 의원 등을 맞춰본 뒤 언론들은 앞다퉈 실세 의원들의 예산 챙기기를 꼬집는다. 의원들의 이기적인 행태를 비판하는 것이지만, 비판 대상이 된 쪽은 내심 웃고 있을지 모른다. ‘지역구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정치인’, 유권자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이보다 좋은 말이 어디 있을까.
지역구 예산 챙기기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기획재정부 등 중앙정부나 다른 정치인들은 모르는 지역민들의 어려움,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고군분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예산 심사는 어떤 면에서 이런 서로 다른 우선순위의 충돌이자 조정과정일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이 불투명한 방식으로 결정되며 조정 과정이 감춰져 있다는 점이다.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 과정이 있지만, 실질적인 심사는 결국 비공식적인 ‘막후 협상’을 통해 결론 난다. 여론의 공감이나 예산의 필요성을 위한 설득 과정보다 ‘정치력’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록조차 없는 협상 과정에 존재하는 것은 결국 '힘'이다. 치열하게 가치와 필요성을 토론하고, 토론 결과가 반영되는 예산안 처리를 볼 수는 없는 것일까. 해마다 법을 어기며 벼락치기 하듯 처리되는 예산안 처리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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