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데스.1st] 홀란보다 잘 넣는 정우영 동료, 1월에 떠난다… 아시안컵 마치고 오면 강산이 바뀔 정우영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번 시즌 유럽 빅 리그에서 몸값 대비 활약이 가장 탁월한 공격수는 단연 세루 기라시다. 기라시는 시즌을 다 치르지도 않고 이적할 가능성이 높다. 슈투트가르트 동료 정우영에게는 기회이자 위기다.
이적시장 전문 기자 플로리안 플레텐버그는 내년 1월부터 슈투트가르트에겐 큰 도전이 될 거라고 전망했다. 슈투트가르트는 지난 시즌 리그 16위로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떨어졌다가 함부르크를 꺾고 간신히 생존했다. 그런데 이번 시즌 현명한 영입과 제바스티안 회네스 감독의 지도력이 상승효과를 내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전반기를 3위로 마무리하며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돌풍의 중심에는 무려 17골을 몰아친 세루 기라시가 있다. 21골을 넣은 해리 케인(바이에른뮌헨)에 가려서 그렇지, 전반기 도중 부상이 있었음에도 12경기 선발, 2경기 교체 만에 17골을 넣은 건 가공할 만한 득점력이다. 현재 유럽 5대 리그를 통틀어 케인에 이은 득점 3위다. 프랑스 리그앙 득점 1위 킬리안 음바페(파리생제르맹, 18골)보다 딱 1골 부족하지만 경기당 득점력은 더 위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 선두 엘링 홀란(맨체스터시티, 14골)보다 많이 넣었다.
이 정도로 잘할 줄 몰랐던 기라시는 몸값이 싸다. 플레텐버그의 취재에 따르면 1월 이적시장에서 기라시의 바이아웃 조항은 2,000만 유로(약 286억 원)도 되지 않는다. 여름이 되면 2,000만 유로에 가깝게 올라간다.
고작 반 시즌 반짝 활약한 공격수라고 생각한다면 많은 팀이 영입을 꺼릴 수도 있지만, 지금 영입해야 제일 싸다면 다들 현금을 싸들고 달려들 만한 액수다. 이탈리아의 AC밀란을 비롯해 자금이 충분치 않은 명문 구단들이 다들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슈투트가르트가 기라시 이탈이 임박했음을 인정하고 새 공격수를 물색 중이라는 정황도 있다. 기라시가 떠나면, 그 돈 중 1,000만 유로(약 143억 원) 정도를 털어 넣어 포르투갈의 브라가에서 이번 시즌 엄청난 활약 중인 사이먼 반자를 영입할 거라는 전망이다. 반자는 지난 두 시즌 동안 리그 10골을 조금 넘기는 공격수였는데 이번 시즌 전반기에는 14경기 13골 3도움으로 파괴력이 엄청나게 향상됐다. 20대 중반에 빛을 본 장신 흑인 공격수라는 점에서 기라시와 비슷한 면이 있다.
슈투트가르트는 기라시 이탈 후 대체자가 잘 활약하지 못하더라도 그럭저럭 버틸 만한 '플랜 B'는 마련해뒀다.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에서 임대해 온 공격수 데니스 운다프다. 기라시가 선발에서 빠졌던 기간 5경기(컵대회 포함) 중 4경기에서 운다프가 골을 터뜨렸다. 최근에는 아예 기라시와 운다프 투톱이 주로 가동되고 있다. 운다프는 9골 2도움을 기록 중이며, 득점 공동 5위다. 이번 시즌 후반기는 운다프 중심으로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팀의 주전 스트라이커가 바뀌면, 정우영에게도 영향이 미친다. 정우영은 시즌 초 기라시를 받치는 희생적인 역할을 잘 소화하며 팀의 연승 행진에 일조했다. 그러나 항저우 아시안게임 득점왕 및 금메달을 따고 돌아온 뒤에는 자리를 되찾지 못했다. 전반기 리그 4경기 선발, 8경기 교체 출장에 그쳤다. 팀 시스템에 큰 변동이 생기면 정우영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강산이 뒤집어지는 시점에 팀에 없다는 건 주전 경쟁 차원에서 아쉬운 점이다. 정우영은 내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에 참가할 것이 확실시되는 선수다. 이미 대표팀의 1차 소집 명단에 포함됐다. 기라시가 1월 중 떠나고 새로운 라인업이 자리잡으면, 또 정우영은 한 발 늦게 팀에 돌아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미 굳어진 선수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슈투트가르트의 선수 이탈은 내년 여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된다. 분데스리가 상위권 활약을 해 주는 레프트백 이토 히로키의 바이아웃이 3,000만 유로(약 430억 원), 센터백 단악셀 자가두의 바이아웃은 고작 1,500만 유로(약 215억 원) 언저리가 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임대 중인 운다프를 완전영입하려 해도, 애초 1,000만 유로 언저리로 알려졌던 영입 조항이 2,000만 유로라고 새 보도가 나왔다. 다소 비싼 몸값이다.
아시안게임을 통해 일시적으로는 주전 경쟁에서 손해를 봤지만, 현역 입대 대신 대체복무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게 되면서 유럽에서 더 오래 경쟁할 수 있게 됐다. 시간을 번 만큼 반등할 기회도 많다. 최근 정우영의 출장시간을 줄이면서 다소 소원해진 듯 보이는 회네스 감독과의 관계도 회복될 시간이 충분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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