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도시 풍경, 용인 역사 어떻게 기록할까
[용인시민신문 임영조]
최근 한 영화가 인기입니다. 현대사에서 지울 수 없는 어두운 부분은 담은 영화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다양할 것입니다.
영화인지라 각색은 있었겠지만 대체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었습니다.
40년이 넘은 어두운 역사를 마주한 초등학생 아이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한숨이었습니다.
그리고 뒤를 이어 선과 악으로 출연자를 구분하더니 급기야 선은 우리 편이라는 잣대까지 들이댔습니다.
역사를 평가하는 건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남을 해치는 행위나 불법이 합법이 되지는 않습니다. 당시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설득력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당시 상황을 직접 본 적이 없어 기억에 극히 소소한 것만 남아 있습니다. 이후 주워듣고 익힌 지식이 역사화 돼 뇌리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을 뿐입니다.
기록되지 않는 역사는 생명력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그만큼 진실과 거리가 먼 왜곡된 내용이 퍼질 수도 있습니다. 흔히 '야사'라고 하는 것도 이 범주에 속합니다. 12·12 군사반란을 주제로 한 영화에 많은 관람객이 공감하며 분노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사실에 기반한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기록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보편적인 것은 아무래도 문자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기록 방법이 상당히 다양해진 지금도 문자는 누구라도 손쉽게 할 수 있는 기록 수단입니다.
기록에는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개인사를 담기도 하며, 공동체 역사가 담기기도 합니다. 개인사는 일기란 형식으로 묶기며 공동체 역사는 마을 소식지나 지역 언론에 알알이 박힙니다.
개인사가 아닌 이상 기록은 시간이 지나 역사를 평가하는 중요한 수단이 됩니다. 때문에 기록은 진실해야 합니다.
용인 역사 살피기
취재하다 보면 경기 용인 역사를 알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요즘은 정보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시대지만 정작 과거 용인 역사를 살피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역사를 기록하지도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변했기 때문은 아닐지 싶습니다.
도시 풍경이 불과 몇 해 사이에 급변하는 때도 허다했습니다. 게으름을 조금 피워도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하고 변한 세상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여기에 급격한 인구 유입 역시 용인시 다양한 과거 기록을 손쉽게 찾는데 난관으로 작용한 듯합니다.
긴 시간 지척에서 용인이란 공간을 바라보고, 변화를 오롯이 몸에 담고, 또 기억하는 시민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처인구는 오랜 용인 모습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아직 시민 다수는 처인구 도심을 '용인 시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과거 용인군청 건물뿐 아니라 주요 기관이 처인구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 처인구가 풍전등화에 놓였습니다. 각종 개발에 말 그대로 상전벽해 중입니다. 특히 이동읍은 읍내 중 절반 이상이 사라질 상황입니다. 주민이 수백 년 살아온 터전에 산업단지가 들어서고 반도체 배후도시가 세워집니다.
주민들은 터전뿐 아니라 조상 묘까지 사라질 판이라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한번 사라진 공동체를 회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대처 공간을 만들어 마을을 고스란히 옮긴다 해도 이전과 같은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이웃이 있다고 해도 함께 보고 자란 산과 논밭은 사라지고, 많은 추억이 담겼던 골목과 도심지도 모습을 찾기 어렵게 됐습니다. 기록되지 않은 그 시절 기억은 시간이 만든 풍화작용에 하염없이 사라질 것입니다.
100년 아니 2023년 이동읍은 개발이 끝난 어느 날 이동읍과는 완전히 다를 것입니다. 그 공간 속에 살아갈 시민 기억 속에도 과거 풍경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 임영조 기자 |
ⓒ 용인시민신문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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