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과 첫 성탄절 공항서..." 수천명 제주서 발 꽁꽁 묶였다
제주 전지역에 대설 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하늘길도 묶였다. 폐쇄를 반복하던 활주로가 다시 폐쇄되고 제주에 도착했던 비행기는 다시 돌아가기도 했다.
22일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현재 국내선 도착 140편, 출발 132편이 결항했다. 국제선은 도착 7편, 출발 4편이 결항됐다. 또 4편은 회항했고, 국내선 도착 4편이 지연됐다. 제주공항 관계자는 “오전 8시 30분쯤 도착 예정인 에어부산 등 국내선 도착편이 날씨 영향으로 결국 회항했다”고 말했다.
제주공항 활주로는 이날 오전 8시까지 정상 가동했다가, 오전 8시 20분부터 오후4시까지 7시간 40분간 제설 작업의 이유로 운영을 중단했다. 오후 4시 현재 운영을 재개해 1분 뒤 스크투항공 TR812편이 착륙했고, 2분 뒤에는 에어부산 BX8100편이 이륙했다.
공항 활주로 라인이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면 제설작업을 한다. 조종사들이 이착륙할 때 활주로 라인과 표시 등을 볼 수 있어야 하는데 눈에 덮이면 항공기 안전에 심각한 위험이 되기 때문이다. 공항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0.5㎝ 정도 적설량이면 활주로 라인이 보이지 않다.
항공기 운항이 차질을 빚음에 따라 제주공항 대합실에는 이날 오전부터 항공기 이용객이 몰려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국공학공사측 등은 이날 하루 수천명이 발이 묶일 것으로 예상했다. 수도권에서 제주를 여행한 진모(34)씨는 "여자친구와 첫 크리스마스 여행인데 공항에서 보내게 생겼다"라며 "항공사에서는 언제 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에도 기상 악화로 도착·출발 항공편 150여편이 결항했고, 김포발 항공기 1편이 회항하기도 했다. 또 190여편은 지연 운항했다. 이 바람에 관광객 7000여명 발이 묶인 것으로 항공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제주에 매서운 눈보라가 이틀째 계속되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12분께 제2산록도로에서 3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눈길에 오도가도 못하다가 구조됐다. 비슷한 시간 서귀포시 도순동에서 차 대 차 눈길 교통사고가 발생해 30대 남성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또 거리 곳곳이 빙판으로 변하면서 이틀간 시민 16명이 낙상 사고를 당해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전날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구급·안전조치 29건이 이뤄졌다.
제주도 전역에 많은 눈이 내려 쌓이면서 일부 도로는 자동차 운행이 통제됐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산간 도로인 1100도로 어승생삼거리∼구탐라대사거리 구간과 516도로, 명림로 전 구간은 차량 운행이 전면 통제됐다.
제주도 모든 지역에 대설특보가 발효됐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오전 9시 현재 제주도 산지·중산간·남부·동부지역에 대설 경보가 발효 중이다. 제주도 북부·서부, 추자도에는 대설 주의보가 내려졌다. 전날부터 많은 눈이 내려 한라산남벽에 55.8㎝가 쌓였다. 삼각봉에는 53.3㎝, 사제비 46.2㎝, 영실 41.3㎝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중산간에는 한남 29.4㎝, 산천단 19.1㎝, 송당 15.6㎝, 오등 13.7㎝ 등이다.
제주도 남부·남부중산간, 추자도를 제외한 제주도 전역에 강풍주의보도 발효 중이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3~6시쯤에나 강풍주의보가 해제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오늘까지 많은 눈이 내리다가 내일 오전과 밤에 비 또는 눈이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전했다.
제주=황희규·최충일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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