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배 뛰었다"...치솟는 운임에 커지는 물류대란 우려

조유진 2023. 12. 22. 10: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해상 운임 41% 뛰어
일부 노선 단기 운임 최대 4배 급등

홍해 마비에 따른 운임 폭등으로 전 세계적인 물류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자금력을 갖춘 일부 화주들이 웃돈을 지불하며 운임 상승 폭을 키우면서 운임이 최대 4배가량 뛴 노선도 나왔다.

21일(현지시간) 미 경제전문매체 CNBC 등에 따르면 아시아발 유럽 노선의 해상 운임은 4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기준 전달 대비 41% 상승했다. 이날 중국 상하이발 영국행 노선의 경우 단기 운임이 1만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주 2400달러 수준에서 일주일 새 4배가량 뛴 것이다. 올유에스에이의 최고경영자(CEO)인 앨런 베어는 "화물이 발에 묶인 화주들이 웃돈을 지불하면서 특정 노선에서 운임이 100~300% 뛰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 미국 서부 해안으로 가는 노선의 단기 운임은 145% 급등했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홍해에서 민간 선박에 대한 무차별 공습이 확대되자 글로벌 해운사와 에너지 기업들은 최근 잇따라 항행 중단을 결정했다. 세계 1위 해운사인 스위스 MSC를 비롯해 덴마크 머스크, 프랑스 CMA CGM, 독일 하팍로이드 등은 홍해 통과를 중단하거나 안전을 확보할 때까지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가는 우회로를 택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최대 석유기업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도 지난 18일 홍해 항행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아시아와 미국을 잇는 파나마 운하가 이상가뭄에 따른 저수위로 선박 통행을 제한한 데 이어 홍해 항로까지 마비되면서 물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 2월 춘절 성수기 대목을 앞두고 물동량은 늘고 있다. 스위스 물류회사인 퀴네앤드나겔은 현재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대신 아프리카 대륙 일대로 우회하는 컨테이너 선박은 이날 오전 기준 158척에 달한다고 밝혔다. MDS 트랜스모달에 따르면 컨테이너당 5만달러로 추정되는 전체 화물의 가치는 1050억달러에 이른다. 블룸버그는 "홍해 항로 이용이 차질을 빚으면서 코로나19 팬데믹, 40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었던 소비재 기업들은 또 다른 공급망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며 "(해상물류 차질로) 세계 경제가 또 다른 위기의 폭풍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S&P 글로벌은 이번 혼란이 장기화할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부문을 소비재로 꼽았다. 대목을 앞두고 재고 확보에 비상이 걸린 소비재 기업과 대형 유통사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아시아 등지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미국 소매업체들은 전체 판매량의 98%를 해상운송에 의존하고 있어 물류 차질에 따른 여파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운송 차질로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은 월마트, 타깃, 아디다스, 나이키, H&M, 자라, 메이시스, 퓨마 등으로 장난감·의류·백색가전·자동차 부품 등 소비재 전 부문에 걸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내년 미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강해지면서 많은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재고 수준을 다시 정상화하는 과정에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터진 해상물류 차질이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기업들이 내년 사업계획을 다시 짜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짚었다.

기업들은 추가 운임을 지급해야 할지 운송을 미뤄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스웨덴 가구회사 이케아는 물류 혼란에 따른 배송 지연을 예고했고, 아베크롬비 피치는 해상 물류 차질에 따른 혼란을 피하기 위해 항공화물 운송으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 화주들이 지연되는 해상운송 대신 항공운송으로 돌리면서 항공운임도 오름세다. 항공 운임은 이날 kg당 3.95달러에서 4.45달러로 13% 증가했다.

다만 운임 상승 압박이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블룸버그의 유로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에바 커즌은 "운송료는 소비자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에 해상 운송 차질이 몇 달씩 지속되지 않는 한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