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신의 숨은 '인싸' 마르크 발레아누의 파리 아파트
톰 브라운, 르메르, 델보 등에서 프리랜스 핸드백 & 액세서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는 마르크 발레아누는 파리에서 나고 자랐다. 출장이 잦긴 하지만 여전히 파리를 자신의 ‘집’이라 부른다. “저는 파리 8구 아이예요.” 발레아누는 오스만 장식의 아파트를 독특한 예술 작품과 가구, 다채로운 컬러로 채웠다. “항상 일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꿈꿀 수 있는 장소를 찾고 있었어요. 파리 이곳저곳에서 살아봤지만, 운명이 제가 어릴 적에 살았던 동네로 이끌더군요.” 2019년 초, 골동품 상인에게서 소개받은 아파트를 구매할 당시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가구와 소모품 등으로 가득 차 있던 모습이었다. “수많은 물건에 담긴 이야기에 감동했어요. 동시에 그 물건들의 존재에서 깊은 유대감과 영감을 얻었죠.” 이사 후 발레아누는 이 집을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고 꿈꾸는 공간으로 완성하기 위해 대대적인 레너베이션을 거쳤다.
공간 배치는 그대로 유지했는데 현관에서 주방으로, 다시 활기 넘치는 노란색 식탁과 플리마켓에서 산 거울이 있는 다이닝 룸으로 이어지는 긴 복도가 마음에 들었다. “저에게 주방은 집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이죠.” 19세기 원형 우드 테이블과 차분한 색감이 어우러진 주방은 그가 디자인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회의를 진행하는 가장 편안한 장소다. “모든 결정은 주방에서 이뤄져요.” 발레아누가 덧붙였다. 아파트 입구에는 디자이너 피에르 마리가 양귀비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분홍색 촛대가 두 개 놓여 있다. 서재와 거실, 다이닝 룸에 둔 석 장의 러그 또한 피에르 마리의 디자인이다. 이 밖에도 집 안 곳곳은 올리비에 가녜르, 크리스티앙 아스튀그비에유, 빅토르 르베 그리고 발레아누의 절친인 마리 빅투아르 드 바셰르 같은 프랑스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의 오리지널 작품으로 가득하다.
세 개의 메인 룸과 다이닝 룸, 거실은 모두 패션계 인사이더인 그의 친구들이 방문했을 때 자유로이 오가는 공간으로 사용되지만, 1960년대 이탈리아 책장이 있는 작은 서재는 조금 더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꾸몄다. 발레아누는 이곳에서 책을 읽거나 낮잠을 청한다. 거실의 암체어와 독특한 샹들리에는 80~90년대의 것으로, 파리의 디자이너 듀오 엘리자베스 가루스트와 마티아 보네티의 작품이다. 발레아누는 크리스찬 라크르와의 인턴으로 일하던 14세 때부터 그들이 만든 작품의 열성적인 수집가였다. 라크르와의 아틀리에는 가루스트와 보네티의 로맨틱하면서도 별난 작품으로 가득했다. “사물에도 영혼이 있어요. 전 좋은 느낌을 주는 오브제에 매력을 느껴요. 청소년기에 처음 접한 그들의 환상적인 작품이 마음에 깊이 남았어요.” 이제 발레아누는 자신의 재능을 인테리어 디자인 영역에서도 펼친다. 파리의 사무실 인테리어와 2024년 4월 밀란에서 열리는 살로네 델 모빌레 가구 페어에서 선보일 벨루티 가구 컬렉션을 작업 중이다. “저는 패션 디자이너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에요. 저에게 일이란 취향의 표현이에요. 무엇이 좋다, 싫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제 것’을 표현하는 방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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