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접근성 향상, 복지선진국 덴마크에서 해법 찾자
[이혁진 기자]
▲ 장애인 디지털 접근성 제고 정책토론회 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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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부럽다. 우리가 디지털 강국이지만 장애인과 노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접근성 수준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기영남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정책시설국장이 우리 현실을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일례로 키오스크 같은 디지털기기가 매점과 식당에 설치되고 있는데 장애와 연령에 상관없이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일 때 진정한 스마트시티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18일 한국장애인재단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국회도서관에서 '장애인 디지털 접근성 제고 및 복지기술 도입을 위한 개선방안'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성규 한국장애인재단 이사장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함께 온전한 디지털사회를 경험할 수 있도록 디지털 접근성에 대한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토론회 취지를 설명했다.
장애인재단은 '덴마크의 장애인 디지털 접근성 제고 및 스마트 복지 정책연구'를 국외연수 주제로 선정하고 연수를 통해 보고 느끼고 배운 것을 장애인과 전문가들이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다.
이날 정책토론회는 복지선진국으로 알려진 북유럽국가에서 최근 국가가 주도하는 복지기술의 개발과 활용 사례를 살피고 향후 우리나라 장애인 디지털 접근성 제고 개선방안과 시사점을 집중 논의했다.
'디지털 접근성'은 누구나 웹, 모바일 등 디지털 공간에서 동등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디지털 기술과 콘텐츠에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의 보장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발제에 나선 육주혜 나사렛대학교 재활의료공학과 교수는 유럽연합의 접근성법(European Accessibility Act, EAA)에 따라 2019년 유럽의회 및 이사회가 제정한 공공부문의 제품과 서비스 접근성 지침을 소개했다. EAA 지침은 2025년 6월 28일 이후 출시되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된다.
EAA시행에 앞서 유럽연합은 2016년 10월 26일 공공부문 기관의 웹사이트 및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접근성에 관한 유럽의회 및 이사회 지침을 발표해 시행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디지털 접근성이 모든 국민의 권리라는 인식과 공감대가 매우 강하다. 육 교수에 따르면 디지털 생활에서의 중요 사항에 대해 유럽 연합 27개국의 2만6530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디지털사회환경에서 요구되는 사항을 조사했는데 유럽인 90% 이상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원칙은 "장애가 있거나 소외될 위험이 있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사용자 친화적인 디지털 공공 서비스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라는 것이다.
이어 육 교수는 가칭 '장애인 정보 디지털 접근성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장애인 디지털 접근성에 대한 국민인식 향상정책 ▲국가적 모니터링 체계 ▲접근성 준수에 대한 국가적 인증 및 평가 ▲접근성 관련 국제적 활동 등이 포함된다.
덴마크 디지털복지전략을 벤치마킹하자
북유럽 국가에서의 복지기술 발전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는 주된 역할을 시장이 맡을 경우 높은 공급가격과 제한된 수요로 복지기술 활용과 적용이 왜곡되거나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유럽 국가 중에서도 덴마크는 국가적 차원의 복지기술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덴마크는 정부차원에서 '디지털 복지를 위한 전략 2013~2020'을 수립해 원격 의료보급, 의료분야의 협력, 간호 및 돌봄 영역의 복지기술, 디지털 학습 및 교육 등을 추진하고 있다.
보조기기도 국가가 대여하는 시스템이다. 중요한 것은 덴마크 전략이 유럽 기준으로 호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덴마크 디지털복지전략에 주목하고 벤치마킹해야 하는 이유이다.
발제에 이어 토론에서는 현장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곽재복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장은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AI기술의 활용방법을 교육함으로써 디지털기술 접근성과 사용능력을 높여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곽 원장은 이어 "변화된 디지털환경에 따라 chatGPT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 정보접근과 지원인력에 대한 교육은 이제 국가의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경미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모든 장애인이 장애가 제약이 되지 않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장애포괄적 인터넷 환경'을 제안했다. 일례로 시각장애인및 청각, 언어장애인의 경우 정보를 더 쉼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에 전자점자, 음성서비스, 대체 텍스트 및 수어 서비스 등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보조기기들이 '값비싼 장난감'으로 인식되고 있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장애인들이 막상 사용하려면 어렵고 감수성 적은 제품들이 많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문영임 한국장애인재단 책임연구원은 "이처럼 (보조기기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데는 장애인 욕구에 부합하는 적정기술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문 연구원은 특히 장애인 사회서비스 영역 복지기술 도입시 복지기술이 융합된 '서비스 플랫폼' 구축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현장에서 이용되고 있는 복지기술은 개별 지자체와 기관이 분절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는데 향후에는 복지현장, 이용자, 기술개발업체 등이 함께 참여해 복지기술 관련 서비스를 연계, 통합 제공하는 서비스플랫폼을 통해 한 곳에서 애로사항과 사례를 공유하고 기술과 노하우도 종합적으로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접근성과 복지기술은 비장애인과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이준우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기술이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사회통합, 실질적인 보통의 삶을 지향하는 가치에 도움이 되고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이 행복하다면 그 기술은 비장애인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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