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향한 그리움이 담긴 아트 퍼니처
바람에 나부끼는 잎처럼, 잔잔히 일렁이는 물결처럼. 유려한 곡선을 지닌 거울에는 자연의 몸짓과 그것을 향한 애정이 담겨 있다. 주연수는 ‘바이오필릭 디자인’이라는 주제 아래 유기적 형태의 가구와 오브제를 선보여 왔다. 그에게 자연은 오랜 친구이자 탐구 대상이다. “유년시절을 미국의 교외 지역에서 보냈어요. 밤이면 뒷마당에 반딧불이가 나타났고, 낮에는 말을 타며 놀았죠. 이후 현대화된 도시에서 지내며 자연과의 단절을 실감했어요. 자연과의 관계 회복을 제 작업의 주된 화두로 삼게 됐죠.” 그는 오래 봐도 질리지 않고 위로와 안식을 주는 자연, 그것이 지닌 본질을 담고 싶었고, 이를 위해 자신만의 방식과 속도를 정립해 왔다.
일상에서 틈틈이 쌓아온 라인 드로잉을 묵혔다가 몇 년 후 다시 봤을 때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작업으로 발전시키고, 핸드 카빙이나 스팀 밴딩 같은 목공예 기법에 꾸준히 매진한다. 작품의 고유한 인상을 만드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손끝의 감각. 종이 위에 선을 쌓듯 널판지를 한 장씩 올려 만든 굴곡에는 부드러움과 역동성, 비대칭과 균형이 공존한다. 과도한 색이나 표면 처리보다 최소한의 마감을 지향하는 이유 역시 자연에 다가서기 위한 시도다.
동그란 세라믹을 쌓아 올린 ‘스택 베셀(Stack Vessel)’은 유약을 한쪽에만 발라 고온에서 흙의 변화를 극적으로 드러낸다. “제 작품이 손대기조차 조심스러운 것이 아닌, 자주 들여다보고 만지고 싶은 대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누군가의 곁을 오래 지키길 바랍니다.” 주연수가 믿는 작품의 가치는 눈에 보이는 형태 너머까지 뻗어나간다. 자연이 우리에게 그러한 존재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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