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회장, UCL 트로피 앞에서 슈퍼리그 이야기하네?" 슈퍼리그 불참 선언한 태극전사 소속팀… 바이에른 PSG 토트넘 셀틱 한마음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21일(한국시간) 유럽 사법재판소에서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은 슈퍼리그 창설을 막을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유럽 사법재판소는 유럽연합(EU)의 최상위 판결기관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21년 슈퍼리그 창설을 시도했던 'A22' 측은 새로운 대회 모델을 발표하고 계획의 부활을 선언했다.
한국 선수들의 소속팀은 슈퍼리그 창설 움직임과 깊이 연관돼 있다. 이번 시즌 유독 유럽을 대표하는 강호와 유서깊은 명문 구단에 한국 선수들이 많이 합류했기 때문이다. 독일 바이에른뮌헨의 김민재, 프랑스 파리생제르맹(PSG)의 이강인, 잉글랜드 토트넘홋스퍼의 손흥민은 소속팀이 슈퍼리그의 포섭 대상이었기 때문에 구단 결정에 따라 뛰는 대회가 크게 바뀔 수 있다. 여기에 현재 위상은 유럽 대표 강호와 거리가 멀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UCL, 당시 유러피언컵) 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 셀틱의 오현규, 양현준, 권혁규도 '당사자'다.
슈퍼리그에 가장 완강하게 반대한 팀 중 하나가 바이에른이다. 바이에른 CEO 겸 유럽클럽협회(ECA) 부회장인 얀크리스티안 드레센은 "ECJ의 판결을 봤지만 우리 구단과 ECA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새로운 대회는 각국 리그와 유럽축구에 대한 위협이다. 바이에른은 분데스리가 위에서 존재할 수 있으며, 모든 각국 리그는 유럽축구 위에서 존재한다"며 "UEFA의 우산 아래 있는 유럽 클럽대항전들을 지지한다. 바이에른이 슈퍼리그로 가는 문은 완전히 닫혔다는 걸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바이에른은 2년 전 슈퍼리그 창설 움직임에 합류한 팀 중 하나였다. 그러나 현지에서 강력한 저항에 부딪치자, 슈퍼리그와 거리를 두는 걸 넘어 ECA의 중책을 맡으면서 기존 질서를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특히 독일 축구계는 지역 팬들을 중시하고 변화를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 거대자본의 구단 인수조차 최대한 막으려는 리그 풍토상 일부 팀의 슈퍼리그 합류는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나세르 알켈라이피 PSG 회장은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회장을 저격하기도 했다. 페레스 회장이 우회적으로 슈퍼리그 합류 의사를 밝힌 영상을 두고 "챔피언스리그(UCL) 트로피를 뒤에 깔고 슈퍼리그 이야기를 하는 건 이상하지 않냐"고 꼬집은 것이다. 레알은 UCL에서 14회로 최다 우승을 차지한 팀인데, 페레스 회장은 그 트로피가 뒤에 진열돼 있는 장소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큰 귀 모양이라 '빅 이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UCL 트로피가 선명하게 보인다.
레알과 바르셀로나는 PSG를 비롯해 거대자본의 지원을 받는 구단들을 보며 특히 슈퍼리그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외부요인으로 축구팀의 수익이 급감하면 다같이 위기에 빠져야 하는데, PSG 뉴캐슬유나이티드 맨체스터시티 등 중동 자본의 지원을 받는 팀들은 오히려 그때를 계기로 치고 나가는 것을 보며 위기를 느꼈다는 분석이다.
토트넘은 성명서를 통해 "유럽축구의 가치 안에 머무를 것"이며 "UEFA 주관 대회에 참가할 것"을 분명히 했다. 토트넘의 경우 이번 시즌 유럽클럽대항전에 아예 불참했다. 잉글랜드 내 순위싸움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조금만 삐끗해도 UCL은 물론 UEFA 주관대회에 아예 참가하지 못하고 수익이 하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토트넘은 그 가능성을 직접 겪으면서도 새로운 국제대회 참가는 거부한 것이다.
셀틱도 선을 그었다. 셀틱의 현재 전력은 유럽 정상과 거리가 멀지만, 스코틀랜드 최고 명문이자 전통 있는 강호로서 슈퍼리그 합류 가능성이 거론됐던 팀이다. 셀틱은 성명서를 통해 "다른 대회 기반 작업에 대한 결의안은 지난 2022년 6월 이미 개정된 UEFA 규정을 따른다"며 "소위 슈퍼리그 프로젝트를 어떤 식으로든 지지하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 한다. 셀틱은 ECA 체계 안에서 중요하고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 구단을 포함한 유럽 강호 상당수가 발빠르게 A22와 거리를 두고 UEFA의 시스템 안에 머무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바이에른뮌헨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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